“생활 리듬이 깨진 아이와 매일 전쟁입니다”

“생활 리듬이 깨진 아이와 매일 전쟁입니다”

뇌교육 Q&A

브레인 32호
2012년 03월 13일 (화)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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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부모입니다. 겨울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아이와 함께 계획표를 만들었는데 아이가 계획을 잘 지키지 않아 매일 아이하고 전쟁을 치릅니다. 4학년부터는 학교 수업 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번 겨울방학을 이용해 혼자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은데, 계획표만 만들어놓고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를 보면 걱정스럽습니다. 아이가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지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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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방학 동안 시간 여유가 많아지는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부담은 부모에게 큰 어려움일 것입니다. 특히 방학 전의 학교생활에서 무언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방학을 기회로 삼아 뒤떨어진 과목이나 경험을 채워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쉬고 싶고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많이 충돌하겠지요? 아이와 서로 마음 상하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내게 해줄 방법을 찾아볼까요?

일방적인 부모의 계획 vs 자발적인 아이의 계획
아이들의 방학 계획은 대부분 학원 수강이나 독서, 체험활동 등을 중심으로 짜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활동이라도 아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필요에 의해 의도되거나 강요된 경우에는 아이의 내면으로부터 자발성이 나오지 않습니다.

자발적이지 않은 활동은 그 일을 통해 무언가 배우거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그저 그 일을 했다는 데 의미를 두게 되어 결국 아이의 성장과는 무관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느냐 여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아이들이 필요한 학습이나 좋은 활동보다는 쉽고 편한 것, 그리고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을 고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아이가 늘 그런 선택을 해왔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무언가 강요하는 듯한 부모의 말과 태도에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요가 못마땅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계획을 세우기 전에 아이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모와 아이가 바라는 방학생활에 대한 밑그림 그리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이렇게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넌 방학 때 무엇을 제일 하고 싶어? 방학생활이 어땠으면 좋겠니?” “그냥 실컷 자고, 실컷 게임하고, 친구들하고 마음껏 놀고 싶어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네 몸과 마음을 키워주는 일이면 좋겠구나.”

아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방학생활이 아이 스스로 원하는 것과 반대로 일방적인 학습의 강요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시킬 만큼 아이의 눈높이에서 더 많이 들어주며 대화했다면, 이제 아이와 구체적인 방학 계획을 세워볼까요?

몸과 마음의 균형을 고려해야
계획 세우기에 꼭 들어가야 할 두 가지는 몸과 마음의 관리입니다. 방학은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해지기 쉬운 시기입니다. 따라서 수면시간 관리와 함께 날마다 몸을 단련할 수 있는 활동을 꼭 한 가지 이상 계획에 넣도록 합니다.

예를 들면, 매일 줄넘기 5백 회를 한다든가, 팔굽혀펴기를 30개씩 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워 아이가 몸을 단련하는 감각을 체험하게 합니다. 어떤 일을 성취하는 데 꼭 필요한 의지와 자신감은 몸의 변화를 통해서 가장 분명하고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꾸준히 하면 이를 통해 아이가 자신감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날마다 성취 수준을 조금씩 올려가는 동작이 좋습니다.

아이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과 관련한 계획을 세울 때는 먼저 아이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한지, 자신감이 필요한지, 부지런한 습관이 필요한지 등을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면을 보강할 방법을 부모님과 함께 찾아봅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매일 세 가지 이상 하겠다거나, 가장 좋아하는 과목과 부족한 과목을 30분씩 공부하는 것처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획보다 점검이 중요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계획 실천을 확인하고, 부모가 아이 곁에서 함께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실천표’를 만들어 날마다 기록하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점검하면 효과적입니다.

실천을 아이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와 함께 진행상황을 살펴보고 이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부모가 도무지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없다면 아이에게 스스로 점검한 내용을 메모하게 하고, 부모가 거기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도 좋습니다.

점검할 때는 아이가 계획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를 정확하게 평가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점이 달라지고 있는지, 실천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무엇 때문인지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계획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이 스스로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도록 부모가 상담자의 마음가짐으로 질문을 하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뇌교육을 하며 만나본 모든 아이들은 성장하고자 하는 내면의 동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동기가 자기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강요된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적당한 수준에서 멈추거나 아예 그만두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방학은 아이 내면의 자율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아이의 자신감을 위해 학습적인 면도 챙겨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 안에 있는 동기와 열정, 호기심을 깨우고 살리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글·김진희 서울상경초등학교 교사, 한국뇌교육원 교사
일러스트레이션·류주영 ryu.jo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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