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카멜레온

인간 카멜레온

Brain News <브레인 vol.4>

브레인 4호
2010년 12월 06일 (월)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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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손상을 입은 뒤 주변의 환경에 따라 요리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인간 카멜레온의 사례가 발표되었다. 이 환자는 심리학자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심리학자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심리학자로서 일을 하려고 한다. 바에 있으면 자신을 바텐더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고정 바텐더가 되기 위해 2주간이나 노력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병원 주방에서는 자신을 수석 요리사라고 생각하고 당뇨병 환자의 특별식을 준비하려던 적도 있다. 유명한 감독이자 배우인 우디 앨런은 자신의 부인이었던 미아 패로와 함께 출연한 <젤리그Zelig>라는 영화에서 이러한 증상의 환자를 보여줬는데 실제의 예가 발견된 것이다.

이 환자의 경우 심장마비로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전두엽과 측두엽이 손상된 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주위 환경과 사람들에 따라 변화시키고 가짜 정체성에 따라 행동하는 증상은 뇌손상으로 인한 선행성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과 질병불각증anosognosia에 의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선행성 기억상실은 영화 <메멘토>에서 주인공이 몇 분만 지나도 그동안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증상이다. 또 질병불각증은 사지가 불구가 되었는데도 멀쩡하게 붙어 있다고 믿는 것처럼 자신의 질병과 신체적 결함 자체를 부인하는 뇌질환이다.

흔히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하는 정체성의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러나 사람이 한순간 바뀌어버린 이번 사례는 ‘나’라는 의식이 물질적으로 얼마나 약한지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바꿔버릴 수 있는 두뇌의 유연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출처
Conchiglia, G., Rocca외, “On a peculiar environmental dependency syndrome in a case with frontal-temporal damage: Zelig-like syndrome”  Vol.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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