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관고등학교 이돈희 교장

민족사관고등학교 이돈희 교장

브레인 3호
2013년 01월 11일 (금)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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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강원도 횡성에 다다르면, 파스퇴르우유 공장과 더불어 청와대를 연상시키는 청색 기와지붕이 얹혀진 현대식 전통 건물들이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30만 평의 넓은 부지 위에 호텔 같은 건물과 육상 트랙과 잔디 운동장을 갖춘 낯선 풍경의 학교가 자리해 있다. 바로 여기가 중학생 자녀를 둔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들이 동경한다는 특목고의 대명사 민족사관고民族史觀高다. 원주에서 버스로도 40분가량 들어갈 만큼 외딴 곳에 위치한 민족사관고(이하 민사고). 이곳에서 서울대 교수 정년퇴임 후 2003년 8월, 제4대 교장으로 취임한 이돈희(李敦凞·70) 교장을 만났다.
 








교육학자로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

민족사관고 이돈희 교장은 서울대학교 사범대 학장,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위원장,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 때는 교육부장관을 역임했을 만큼 평생 교육계에 몸 담아온 교육학자이자 교육행정가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가 사립대 총장 제의도 마다하고 민족사관고 교장으로 취임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사람들은 민족주체성 교육과 국가지도자 양성이라는 목표를 가진 민사고이니 그러한 큰 뜻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묻습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교육학자로서 교육 실험실을 운영한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저도 교육학자로서, 교육행정가로서 공부하는 셈이지요.”

충무공과 다산 정약용의 혼을 느끼는 교육

민사고와 그의 인연은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지낼 때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학교 곳곳에서 강조되는 충무공과 다산 정약용의 정신도 당시 민사고 설립자인 최명재 회장과의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학교에 대해 여러 자문을 구하면서 최 회장께서 학생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역사적 인물로 충무공과 다산 두 분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충무공은 장군이었지만 문사로서도 탁월한 분이셨고, 무엇보다 충절과 신념을 가진 민족 지도자로서 더없이 뛰어나셨지요. 다산 선생 역시 실학자이자 과학자로서 외래의 것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새로이 하는 데도 많은 업적을 남기신 분이라 무척 의미가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민사고 안에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 모셔져 있어 충무공 탄신일에 기념행사를 지내고, 다산의 생가에 방문을 하는 등 학생들에게 두 분의 정신을 알리는 데 애를 쓴다. 민사고 중앙에 자리를 잡은 건물 이름도 충무관과 다산관으로 지을 만큼 학교에는 충무공과 다산의 혼이 깊게 배어 있다.

기업을 통해 얻은 모든 수익을 민족의 내일을 위한 국가지도자 양성을 위한 학교 설립에 쏟아 부은 최명재 회장의 고집과 신념 위에 세워진 곳. 민족사관고라는 교명에서부터 학교 곳곳에 서린 충무공과 다산의 정신에서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길러주겠다는 설립자의 마음이 물씬 느껴졌다.

개인만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영재를 기른다

영어, 한자, 심신 수련, 전통 악기, 봉사, 독서 등 졸업인증제인 6품제 운영, 교사 학생 비율 1 대 7, 학급당 학생수 15명의 초우량 학교. 생활한복을 입고, 매주 애국조례를 하며, 과학고가 아니면서도 매년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를 배출하고, 매해 수십 명씩 미국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교… 바로 민사고이다. 특히 올해에는 해외 명문대로 나가는 학생들이 90여 명으로 늘어나, 서울에서 한참을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설명회를 여는 미국 명문대만도 20여 곳에 이른다. 또 지난 2월 버시바우 주

한미국대사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전교생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만큼 영어 상용화도 자연스럽다.
독특한 교육방식만큼 민사고에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영재들이 모두 모여 있다. 민사고에서 기르고자 하는 영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제도적으로 볼 때 영재는 기초 능력이 우수하고 과제 집중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를 말한다. 이 교장은 민사고가 키우고자 하는 영재는 ‘사회적 영재’라고 말한다.

“사회적 영재라는 의미는 개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죠. 영재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유익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야 합니다.”








창의성을 개발하는 문화적 토양을 지원하는 교육


21세기를 창의적 인재의 시대라고 하는데 민사고의 창의성 교육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교장은 창의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창의적 인재라고 하면 아이디어를 잘 내고,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창의성이라는 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빈 방에 사람을 넣어놓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라고는 할 수 없는 법이지요. 기본적으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거기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 문화적 토양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이 교장의 얘기처럼 민사고에 별도의 창의성 교육은 없지만,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교육적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학생들 자율적으로 꾸려나가는 클럽만도 100개에 이르고 각종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학교는 단지 일부만 지원할 뿐이다. 주변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 학생들이 영어교재를 직접 만들어 판매를 하기도 하는 등 공부 이외의 활동이 다양하다.

이 교장은 민사고의 장점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참여 마인드를 손꼽는다. 소등 시간인 밤 12시가 넘어서도 랜턴을 켜고 공부를 할 만큼 집약적인 지식 습득 열정, 적극적인 참여문화와 자율적 활동이 창의성을 일깨우는 데 커다란 토양이 되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돈희 교장은 ‘수동적이고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세계의 지식을 받아들여 민족의 동량을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 숨겨져 있음을 알기에, 전통과 미래의 연결고리가 강렬하게 이어져 있는 ‘민족사관고’란 이름이 더없이 든든하게만 느껴졌다.

글·장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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