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인 트레이너, 경남 창원 신월지구대 경위, 청소년 멘토, 경남국학원 이사, <경남도민일보> 독자운영진, 웃음강사, 경남경찰청 인성강사, 경남경찰청 교수요원, 마산시 생활체육협의회 이사, 마산 건강노인복지관 한문강사. 이 모든 직함이 한 사람의 것이다. 이 중에서도 “‘웃음 전도사’라고 불릴 때가 가장 기분 좋다”는 그의 본업은 22년 차 베테랑 경찰. ‘시간이 없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 사람들의 푸념을 겸연쩍게 만든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라짜라 짠짠’ 하고 틀림없이 나타나 도움을 줄 것 같은 홍익경찰 김진환 경위를 만났다.
경찰이세요?
경찰에 대한 국민 호감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구대 앞에 서자 왠지 모르게 긴장돼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구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마침 순찰 중인 그를 기다리면서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마침내 김진환 경위가 나타났다. “경찰이세요?” 하고 묻고 싶을 만큼 푸근하고 친근한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눴다.
대안학교 학생들의 멘토, 웃음강사, 노인복지관의 한문강사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경찰에 대한 편견을 몸소 느껴왔다는 그. 어쩌면 그 편견이 그의 왕성한 활동의 밑바탕이 됐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제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라고 해요. 그동안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경찰에 대한 인상이 점차 달라지는 것을 느낄 때 기분도 좋고 보람도 느껴요. 그리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도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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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홍익 DNA
그는 젊은 시절에 한때를 자유로움과 육체적인 노동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며 고물장수로 살았다. 세상을 떠돌던 젊은 고물장수는 어느 날 눈에 들어온 경찰모집 공고 앞에서 ‘아, 저거다!’란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경찰은 그의 천직이 됐다. 경찰이라는 본업만으로도 힘들고 벅찰 텐데 여러 활동을 겸하느라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그의 성향은 사람 좋아하고 흥을 아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덕이다.
“남들은 경찰 일이 위험하고 체력적 소모도 큰데 지치지 않느냐고 물어요. 그런데 제 DNA가 사람들을 무척 좋아하나 봐요. 일하면서 제가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눌 때 행복하거든요. 또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저 혼자 느끼는 행복감이 있어요. 밤에 술 취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사히 귀가시켰을 때의 안도감, 또 미아들을 찾아줬을 때의 기쁨, 사고현장에 가족보다 먼저 달려가 도움을 줄 때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정말 행복하거든요. 아마 전 경찰이 되지 않았다면 소방대원이 됐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이런 ‘행복’을 처음부터 느꼈던 건 아니다. 경장시험에 붙고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절, 세상이 자신의 것만 같고 고위간부도 금방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행복도 따라올 거라고 믿었다. “우연히 고위직 간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의 얼굴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이상했어요. 왜 저 사람은 행복해 보이지 않을까?”
그때부터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의 몸도 잦은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경찰으로서의 초심을 잃고 무기력하게 지내던 어느 날 직무교육을 받다가 ‘국학’을 알게 되면서 그는 자기 안에서 다시 뭔가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우리 안의 홍익정신을 일깨우는 국학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기쁨을 얻는 자신의 홍익 유전자를 깨달은 것이다.

홍익경찰의 씨앗은 ‘국학’
2004년 그가 추진했던 ‘웃음대회’는 경남 지역에 웃음바람을 일으켰다. “웃음은 보약이거든요. 자신감을 갖게 하고 사람들의 기분도 좋게 하고 사람과 잘 소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IMF 이후 우리 사회에서 웃음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았어요. 웃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이 좋은 웃음을 이왕이면 좀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웃음대회를 추진했죠. 그 이후 웃음이 필요한 곳이라면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웃음강사로 나서고 있어요. 전 지금도 기회 있을 때마다 남들이 그만 웃으라고 할 때까지 웃어요”라며 정말 신나게 웃는다. 국학을 알게 되면서 건강도 회복됐고, 경찰이라는 사명감도 더 커졌다. 또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됐다고.
한참 웃던 그가 이내 진지한 얼굴로 “동료들도 웃으면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경찰 일은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늘 사건사고 현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업무의 60%는 폭력사건이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로 경찰서를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경찰들 역시 좋지 않은 감정에 휘말릴 때가 많다고.
“경찰도 감정 노동자인 탓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서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지는 감정에 빠지기 쉬워요. 여기에 경찰에 대한 편견까지 더해지면 경찰로서의 자부심을 잃고 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도 엷어지죠. 그래서 적지 않은 경찰 동료들이 우울감과 무력감으로 힘들어해요.” 그는 이러한 무력감을 ‘국학’을 통해 극복했기 때문에 홍익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국학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는 2년 전부터 경남지방경찰청 지방학교에서 ‘경찰의 사명감과 인성’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동료들의 반응이 꽤 뜨거운 편이라고 한다. “강의를 들은 동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우연히 다른 곳에서 만나더라도 먼저 알아봐주고 반갑게 인사를 해줄 때 그들이 고맙고, 또 우리 경찰에게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경찰은 투철한 사명감과 국가관이 확고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것을 제대로 배우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앞으로 동료들을 대상으로 감정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방법과 올바른 역사 정신을 전하는 국학 강의를 해보고 싶어요. 이것이 궁극적으로 경찰로서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와 인터뷰하는 내내 박수도 치고 하하 호호 꺼이꺼이 웃어재끼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이런 게 웃음의 효력인가보다. 김진환 경위 같은 홍익경찰이 많아질 홍익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그에게 배운 대로 일없이 웃음보를 터뜨려 본다. 하하하.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 사진·박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