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밀레공화국 대표 유밀레

유밀레공화국 대표 유밀레

처음 생각을 밀고 나가는 것이 내 행동력의 비결

뇌2003년8월호
2013년 01월 09일 (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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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왜 신대륙을 발견했는지 생각해 본 일 있나? 답은 아주 단순하다. 그가 바다에 나갔기 때문이다. 콜럼버스에게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바닷바람이 너무 거칠지 않을지, 황금의 섬 엘도라도가 진짜 존재하는지는 그 다음 문제였다. 물론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아메리카를 발견하기는 하였지만,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보답이 주어지게 마련이다.


생각한 것을 바로 실천으로 옮기다

유밀레공화국이라는 젊은 세대를 위한 신대륙을 개척한 유밀레. 신세대 풍의 외모에 구김살 없는 발랄한 모습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그에게는 외모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이 있다.

98년 서울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그는 학교가 너무 재미없어서 한 학기를 마치고는 두말없이 휴학했다. 휴학계를 내던 날, 바로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 곧장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다. 머라이어 캐리 같은 세계적인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엔터테인먼트의 본산지에서 정면승부를 하고 싶었단다.

네바다주립대학 호텔경영학과에 유학하며 노래와 재즈댄스를 배웠고, 5개 국어 구사능력을 앞세워 지역 라디오방송 진행자로 나섰다. 하지만 방송 진행자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세계적인 대형음반사인 워너뮤직에 찾아가 오디션을 봤다. 외모나 스타일이 특이하다는 평은 들었지만 특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차에 한국과 미국 문화를 이어줄 젊은이를 찾던 유영진 감독을 만나 유밀레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됐다.

유밀레가 최근까지 관심을 쏟은 사업은 패션몰 운영. 그는 옷을 파는 것을 문화를 파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외국 출장을 떠난다. 한국에 들여올 옷이나 신발을 직접 고르기 위해서다. 미국 출장 중에 독특한 옷가게가 있으면 바로 가게에 들어가 주인과 계약을 끝낸다. 그가 단독으로 램페이지 회장을 만나 아시아 독점 수입권을 따낸 일화는 유명하다. 램페이지는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으로 섹시함이 컨셉트인 의류 브랜드. 램페이지 회장은 그동안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 합작이나 독점 수입권 양도 제안을 받아왔으나 브랜드 컨셉트가 동양 여성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번번이 거절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유밀레는 래리 핸슨 회장에게 서양 브랜드가 동양에서 실패한 원인과 한국 여성들의 패션 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두 달여 동안 영문 이메일을 보낸 뒤 램페이지 본사를 찾아가 독점 수입권을 따낸 것.

행동력이 수반되지 않는 꿈은 몽상일 뿐이라고 믿는 그에게 불가능은 없는 것 같다. 그녀는 ‘내일 프랑스에 가야지’ 하고 마음먹으면 다음날로 여행가방을 챙겨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를 정도로 행동력이 빠르다. 국내에 ‘아로마테라피’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곧장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아로마테라피 강습을 받고 전문가 자격증까지 딴 뒤에야 돌아왔다.


남다른 언어감각의 비결







그녀가 이처럼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데는 노래와 춤 실력만큼이나 뛰어난 어학 실력이 한몫한 것이 사실.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데다 최근에는 베트남어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데, 그의 언어 습득 비결은?

젊었을 때 무역회사에 다녔던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항상 NHK, AFKN 등 외국방송을 듣고 자랐으며, 외국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잦아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어렸을 때부터 TV 만화영화, 노래, 드라마 등을 통해 외국어를 재미삼아 배웠어요.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지는 않는 편인데, 같은 시간 동안 하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빨리 배워요. 새로운 문화에 관심이 많고, 더 잘 알고 싶기 때문에 언어를 접할 때 주의깊게 듣고, 그래서 뇌에 잘 저장되는 것 같아요.”

일테면 베트남 음식에 관심이 있어 베트남 친구를 사귀게 되고, 베트남 문화를 더 잘 알기 위해 베트남어를 배울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외국어 습득의 ‘강한 동기’가 되었다는 얘기.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기에 그의 관심사는 전방위적이다. 킥복싱, 재즈댄스, 힙합, 발레, 탭댄스 등 댄스와 스포츠는 수준급이고, 요가, 향기치료, 음악치료, 마사지, 다도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온갖 문화를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향유한다. 젊은층의 문화코드를 잘 읽어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그의 눈썰미는 이런 끊임없는 관심과 체험에서 나온다.

“유명한 음식점이 있으면 직접 음식을 먹어보고 맛을 평가해요. 어느 미용실이 머리를 잘 한다 하면 그 일대 미용실을 다 가보고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놓죠. 화장품도 자료를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써보고 비교해서 그 정보를 구축해 놓아요.”

그뿐 아니다. 잠을 자는 동안 두뇌가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실험을 해보기 위해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잔단다. 특히 명상음악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화로워져서 좋다고. 요즘은 음악치료에 관심이 있어 특별한 음악을 듣는다고 해 어떤 음악이냐고 물어보니, ‘피부미인 되는 음악’이라며 웃는다. 지난해부터는 뇌호흡과 단학수련에도 심취해 있다. 하루 한 시간 온전히 집중해서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무척이나 소중하다고.


큰 꿈이 뇌를 움직인다








브랜드 네임이기도 한 유밀레는 아시아의 문화상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설립된 밀레21(
www.mille21.com)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자 프로젝트. 유밀레공화국은 올해 중국으로 패션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단순히 패션이나 음반마케팅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성장해 간다는 꿈을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다. 그러나 유밀레는 자신이 그 문화의 중심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함께 문화를 향유하는 공동의 생산자라고 여긴다.

“다양한 나라의 여러 가지 문화를 접하다 보면 그것을 혼자 알고 있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봐야겠다는 발상이 자연스럽게 일어요.”

그래서 요즘 관심 갖는 분야는 유밀레공화국 내 이벤트 공간을 활성화시키는 것. 홍대 근처에서 이루어진 클럽문화를 강남 한복판, 코엑스로 옮겨 또래 친구들과 즐기고 싶단다. 방학 동안 매주 파티를 열 계획으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출연진을 섭외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이 대학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고 싶다는 당돌한 꿈을 가진 유밀레지만 구상한 모든 일을 실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떠오르는 생각을 실천하지 않으면 병나는 성격이에요. 저는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그래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우선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해요. 그러면 타인과의 약속이 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행동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한계에 부딪치면?

“당연히 어려운 순간도 많지만 그것을 한계로 여기지 않고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점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을 통해 의식이 넓어지고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그런 삶을 사는 데 영감을 주는 문화를 기획하고 싶다는 것이 유밀레의 꿈. 그런 꿈이 결국 문화 공동체로 귀결된다. 유밀레는 자신에게 중요한 건 살아있는 이 순간이기 때문에 찰나에 충실할 것, 하기 싫거나 의무감에서 하는 일은 안 한다고 덧붙인다.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가는 하루하루, ‘생명력 없는 안주’보다는 ‘불안한 도약’을, ‘정해진 길’보다는 ‘스스로 개척하는 길’을 선택하는 유밀레가 또 어느 바다로 나가 어떤 신대륙을 발견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글│전채연 missingmuse@powerbrain.co.kr  사진│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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