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통하고 사랑하라…‘컨택트’와 ‘사랑의 시대’

[리뷰] 소통하고 사랑하라…‘컨택트’와 ‘사랑의 시대’

갑작스런 방문.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 될 것 같다. 어느 날 전 세계 12개 지역에 외계비행물체 ‘셸’이 지구에 출현한 것. 놀랄 수밖에. 크기만 450m에 달하는 거대 비행체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떠 있다. 각국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외계생명체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외계생명체와의 컨택(contact)이 시작된 것이다. 

드니 발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Arrival, 2016)는 SF라는 영화적 장르를 차용하고 있지만, 지구인들의 소통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외계생명체보다 인간들의 대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 <인디펜던스데이(Independence Day)>처럼 지구를 침공하는 그런 단순무식한 외계인들과는 격이 다르니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스포일러가 담겨 있음

▲ 영화 '컨택트' 스틸 컷

언어 이전에 필요한 소통력

미국의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은 마치 오징어를 닮은 외계생명체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과연 외계생명체에게도 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흥미롭게도 서로의 문자를 가르쳐주고 배운다. 두 사람은 생각하고 판단한다. 이성의 뇌로 접근하고 있는 것. 이를 관장하는 것은 전두엽이다. 반면 군인들은 외계생명체에 관한 공포와 불안의 심리가 팽배하다. 감정의 뇌(변연계)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어느 뇌가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성이든 감정이든 생명의 위기에 처한 것은 모든 인류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언어는 사실 부차적이다. 지구인들이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고 소통하지 못하고 전쟁을 매번 벌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 뇌 속의 이념과 종교 등의 정보가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컨택트’는 외계 생명체와 소통하는 언어학자 루이스와 딸을 잃은 엄마 루이스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외계생명체와의 소통을 통해 얻은 능력으로 자신의 삶을 해결해 나간다.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주하는 것. 거기서 실마리를 얻는다. 물론 이 과정이 난해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소통하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남자와 여자의 뇌

▲ 영화 '사랑의 시대' 스틸 컷

이번에는 남녀의 소통으로 가보자. 남성은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는 책도 있지 않은가? 이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영화 ‘사랑의 시대(Kollektivet, The Commune, 2016)’이다. 1970년대 덴마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건축학 교수 에릭(울리히 톰센)과 아나운서 안나(트린 디어홈) 부부는 딸 프레아(마샤 소피 발스트룀 한센)와 함께 상속받은 대저택에서 살게 된다. 저택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상의하던 안나는 공동체 생활을 제안한다. 에릭은 반대했다. 안나의 설득으로 부부는 친구 올레를 첫 번째 동거인으로 택한다. 이어 간단한 입소 면접을 거쳐 여러 동거인들과 같이 산다. 이들은 공동의 룰을 만들고 식사와 청소, 파티를 열며 공동체 생활을 즐긴다.

어느 날 에릭의 수업을 듣던 학생 엠마(헬렌 레인가드 뉴먼)의 도발적인 키스로 둘은 연애하기 시작한다. 불륜에 빠진다. 흥미롭게도 엠마와 함께 집을 나가려는 에릭을 붙잡은 것은 ‘안나’였다. 엠마조차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남편을 곁에 두기 위한 방법이지만 스스로에게 내린 고문과 같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안나는 젊은 엠마와 자신의 늙은 몸을 비교하며 초라해진다. 급기야 남편과 엠마의 침실을 엿보는 병적 증세까지 더한다.

엠마는 철저히 무너진다. 감정조절이 어려워진다. 일도 하기 버겁다. 이성의 뇌가 마비된 엠마를 포용하는 남편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에릭은 아내의 감정보다 자신이 해결해야할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는 엠마의 말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연인들을 대상으로 여자는 자신의 고통과 남자친구의 고통이 같은 반면에 남자는 여자친구가 전기충격으로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고통 받을 때 활성화된 두뇌 영역이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결과에서도 뒷받침된다.

영화 말미에서 엘튼 존의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Goodbye yellow brick road)’를 통해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사랑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고 메시지를 던진다. 사랑은 공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과연 우리의 뇌가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정보를 가졌는지가 관건이지 않을까?

글. 윤한주 기자 ykd0909@naver.com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