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환경변화와 도서 판매 자료 분석
대한민국 대표 서점 예스24(www.yes24.com)는 2016년의 다양한 환경 변화와 도서 판매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의 출판 트렌드 키워드를 ‘SELF’로 제시했다. 자신만을 위해 요리하고, 취미를 즐기는 데 익숙한 각자도생의 처지에 처한 국내 독자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성공보다는 일상의 이야기에 더 주목했고, 자존감 회복을 위해 애썼다. 그뿐만 아니라 충격적인 사회적 사건•사고가 연일 계속되면서, 이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페미니즘도 다시금 주목 받으며 현실에 맞게 재해석한 페미니즘 도서들이 각광받았다.
SINGLE 혼자 : 혼자 요리하고 취미 즐기는 홀로족 위한 도서 인기
2016년 ‘혼자’의 키워드가 급부상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다룬 도서들이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신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가정·살림 분야의 요리책 가운데 집밥 레시피나 블로거 레시피, 냉장고를 부탁해 등 혼자 먹을 요리의 조리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이 책들은 해당 분야 내 점유율이 8.4%에 달하며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판매권수 신장률도 72.7% 신장했다.
개인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라이트 노벨, 그래픽 노블 등 취향 독서 분야에 관심도 늘어 판매권수가 전년 대비 각각 16.6%, 32.6% 증가했다. SNS를 통해 공유하기 좋은 시집과 에세이 류의 도서도 독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또한, 올해에는 ‘추억의 종이인형’, ‘옛날종이딱지놀이’ 등 추억의 놀이를 재현한 도서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 도서는 젊은층에게는 본 적 없던 아날로그적인 재미를, 옛날 종이인형과 딱지를 가지고 놀던 이들에게는 추억과 감동을 전하며 인기를 끌었다. ‘스누피’와 ‘인사이드 아웃’ 등 미니 피규어가 포함된 캐릭터 도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태양의 후예’, ‘W(더블유)’ 등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드라마의 장면을 담은 포토 에세이들이 큰 반응을 얻었다.
ENCOURAGE 북돋다 : 성공보다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불안한 미래 속에서 자신 스스로를 다독이고, 사회생활 속에서 상처받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책에 관심도 높았다. 특히 자기계발서 가운데 인간관계를 다룬 서적이 전년대비 11.1% 판매가 늘었고,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역시 전년대비 27.8%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한 심리 분야에서는 카운셀링·심리치료 관련 도서가 33.9%, 문학 내 에세이 분야에서는 명상·치유 에세이류가 무려 79.4% 신장했다.
해당 분야들의 도서로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 ‘그럴 때 있으시죠?’ 등이 20, 30대 여성 독자들의 견고한 지지를 얻었다. 직장인의 공감대를 삽화로 담은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은 30대 남녀 독자에게 관심을 받았다.
이 밖에도,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사는 게 뭐라고’, ‘약간의 거리를 둔다’, ‘어른의 맛’ 등 일본 저자들의 에세이는 30대와 40대 독자의 인기를 끌었다.
Liberal 자유•민주주의 : 정치와 역사에 관심
올해는 어느 때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강했다. 특히 하반기 우리 사회를 강타한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인해 정치 비평 관련 도서 판매가 늘었다. 10월과 11월에는 관련 도서의 판매가 사회·정치 분야 내에서 각각 20%, 26.1%를 차지하며 올 연말 독자들이 정치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줬다.
한국사에 관심도 크게 늘었다. 방송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며 역사 강의를 진행한 설민석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과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이 한국사 분야 판매량 증가에 크게 기여, 역사 분야 도서의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했다.
정치 비평과 한국사 도서들을 구매한 독자들 가운데 20대 여성의 증가가 눈에 띈다. 한국사에서 2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4.6%로 전년 5.4%보다 3배 가까이 늘었고, 정치비평 또한 작년 5%에서 올해 10.8%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정치 비평 분야에서 주목 받은 도서로는 주진우 기자·함세웅 신부의 ‘악마 기자 정의 사제’, 노회찬·유시민·진중권이 함께 쓴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며, 고 노무현의 전 청와대 대변인이던 윤태영이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 노하우를 정리한 자기계발 분야의 ‘대통령의 말하기’의 인기와 함께 2014년 출간된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 ‘기록’이 순위권에 올라오기도 했다.
Feminism 페미니즘 : 젊은 여성들의 의식 변화
2016년은 페미니즘이 다시금 부각되는 한 해이기도 했다. 올해 5월 강남역 묻지마 여성 살인 사건을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던 여성 혐오의 이면이 속속 드러나며 페미니즘이 주목을 받았다.
여성·젠더 분야 도서 판매권수는 전년대비 132.6%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었고, 특히 2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작년 10.7%에서 올해 26%로 대폭 상승했다.
페미니즘의 편견을 깨고 현실에 맞게 해석한 페미니즘 도서들이 각광 받았다. 그 가운데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나쁜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의 도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이 여성·젠더 분야 판매 순위 상위에 올랐다.
예스24는 "2016년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들을 출판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였다"며 "페미니즘을 비롯한 사회 문제와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 농단 사태는 사회, 정치 분야 도서로 관심이 이어졌고, 이는 내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