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알파고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고민들

[1편] 알파고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고민들

[특별기획] 인공지능 VS 자연지능

(삼성 12:4 롯데)
롯데는 23일 열린 2015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4-12점으로 크게 패하며 홈 팬들을 실망시켰다. 롯데는 이상화를 선발로 등판시켰고 삼성은 차우찬이 나섰다. 삼성은 최형우가 맹활약을 펼쳤다. 최형우는 1회 초 0아웃에 맞이한 타석에서 2점을 뽑아내며 삼성의 8점차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 됐다. 롯데는 김현우를 끝까지 공략하지 못하며 안방에서 삼성에 8점차 승리를 내주었다.


이 기사는 지난해 6월 23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결과에 대한 내용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기사는 사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팀이 개발한 기사 작성 로봇 ‘야알봇’이 쓴 것이다. 지난해 한국언론재단이 조사한 결과 일반인의 81%, 기자는 74%가 이 기사를 ‘사람’이 썼다고 답했다.

이미 언론에서 로봇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미국 LA타임스의 ‘퀘이크봇(QuakeBot)’은 지진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영국의 ‘가디언’은 기사 편집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파이낸셜 뉴스’가 올해 1월부터 인공지능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기자명 ‘IamFNBOT'이라고 기사 말미에 밝히며 하루 한 번 그날의 주식시세를 보도한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의 고민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 바둑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관해 형성된 담론을 살펴보면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우선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언젠가는 인간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미 저널리즘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사람 기자가 1시간 내외로 작성하는 기사는 인공지능의 경우 1초 만에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 페이스북 프로야구 뉴스로봇(https://www.facebook.com/kbaseballbot).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의 의식을 갖게 되고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며, 2015년에 런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 또한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불러오는 것과 마찬가지”라 말하며 인공지능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계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석학과 정보기술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한 목소리로 인공지능의 해약에 대한 우려를 하는 배경에는 인공지능이 특정 시점이 되면 사람이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기술적 속성이 깔려 있다.

또 다른 주장은 인공지능은 앞으로 더욱 발전하겠지만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보는 관점이다. 미래 언젠가는 인공지능의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비용 한계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 특성에 따라 인간과 인공지능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서로 다르고 결과적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본다.

다른 영역이라 함은 미술이나 음악과 같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가나 초등학교 교사, 의사, 간호사와 같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직업이 해당한다. 하지만 예술가와 같이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분명 로봇이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예술가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이 결코 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의 로봇과학자 한스 모라백은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인공지능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은 인공지능에게는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을 주장했다. 고난도의 수학 문제를 풀거나 암기를 하는 것처럼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쉬운 반면 걷고 말하고 균형을 잡는 등의 단순해 보이는 기능이 로봇에겐 지극히 어렵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할 때 알파고는 바둑의 수를 빠르게 계산할 수 있었지만 바둑돌을 놓는 건 인간이 할 수 밖에 없었다.

▲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가치에 대한 논의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인공지능의 시대를 대비하는 교육은 보다 본질로 향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노동을 로봇이 대신할수록 우리가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는 분명해진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인간적 가치를 가진 사람을 동료로 찾게 된다.

이미 우리 손에는 슈퍼컴퓨터 수준의 ‘또 다른 뇌’를 쥐고 있다. 이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능력과 삶의 질이 달라지는 세상이 도래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할수록 공감하고 이해하는 소통 능력과 도움을 구하고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인공지능vs자연지능’ 다음 편(5월 13일)에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소개한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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