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단어인데 혀끝에서 맴돌고 말문이 막힌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할 때 오히려 더 잘 떠오른다. 이럴 때 소위 ‘디지털 말더듬’을 한번 의심해 볼만 하다.
카페 안에서 연인끼리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스마트 폰을 보며 메신저를 하는 모습, 회사 회의시간 말하는 사람을 빼고 시선이 손 안에 쥔 스마트 폰으로 향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발표한 ‘2015년 소비자행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스마트기기 이용자 95%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주로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93%나 됐다.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이러한 경향은 큰 차이가 없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대화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직접적인 대화보다 SNS나 메신저를 통한 소통을 선호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대화하고 설득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SNS로 자신이 가진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하고, 의견 맞는 사람들이 보내주는 ‘좋아요’를 즐기는 편이 마음 편하다.” “말은 잘못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지만 메신저는 썼다 지웠다 하며 조절할 수 있다.” “이모티콘 하나면 감정을 잘 표현하겠는데 말로는 잘 표현 못하겠다.” 등 다양하다. 2015년 우리나라 전체 1,870만 가구 중 506만 가구가 넘는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사회생활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어울리기보다 자기계발이나 독자적인 취미활동을 즐기는 세대변화도 한 몫을 한다.
메신저나 SNS로 소통하는 경향은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도한 스마트기기 의존은 기억력 ·집중력 감퇴, 주의력 결핍 등을 일으키는 ‘디지털 치매’와 함께 우리 뇌와 발성기관의 말하는 능력이 퇴화되는 ‘디지털 말더듬’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 생활 속에서 어휘력이 떨어지거나 발음, 발성 기능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디지털 말더듬’이라고 한다.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과 마찬가지로 말하기도 뇌에서 조절한다. 뇌에서 내리는 명령에 따라 성대와 혀, 입술 근육 등이 작용하여 소리가 난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 생활이 지속되면 이런 과정들이 원활하지 않아 원하는 대로 말하지 못하고 어눌해지거나 논리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뇌의 기능이나 근육이 퇴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브레이크 없이 발달하는 디지털기기로 인해 우리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뇌와 몸이 퇴화한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와 디지털 말더듬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메신저보다는 통화를 하거나 일부러 소리 내어 읽기 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신경과 전문의 나덕렬 박사는 저서 <뇌미인>에서 “우리 뇌에서 말하기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좌반구 중 전두엽에 있다. 말하는 것은 주로 전두엽을 자극하지만 말하면서 자신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측두엽까지 모두 향상시킨다.”며 “말하기(Speaking), 글쓰기(Writing), 토론(Active Discussion), 발표(Presentation)로 전두엽를 키우는 스와프(SWAP)를 권한다.
글. 강현주 기자 heonjuk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