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막연히 남자아이 키우기와 여자아이 키우기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나는 얘 나이에 읽기, 쓰기를 했는데 얘는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좀 늦네요”, “딸아이는 유치원에 잘 다녔는데 아들아이는 가기 싫다고 해서 아침마다 옷 입히고 버스 태우느라 전쟁이에요.” 교사들도 여학생과 남학생의 학습 방식과 반응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교실에서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여자아이의 뇌와 남자아이의 뇌는 서로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차이가 있다면 그에 따라 부모의 양육 태도와 교사의 지도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감각 입력의 차이가 행동의 차이를 낳는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듣는 감각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한 연구팀이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는 조산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아기에게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주면 좀 더 빨리 퇴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로 구분해서 분석해보면 남자아이에게는 음악을 들려준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목소리와 같은 주파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에서도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더 잘 듣고 반응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볼 때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듣는 감각이 덜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교실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남자아이는 흔히 선생님의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산만하게 행동하곤 한다.
이에 반해 여자아이는 가정에서 아버지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인데도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칠판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도 여학생일 확률이 높고, 교실에서 누군가 습관적으로 볼펜을 딸깍거리는 소리는 주로 여학생과 여교사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남학생은 이 정도의 소음에는 별로 방해받지 않는다고. 오히려 남학생을 수업에 집중시키려면 교사가 목소리를 크게 낼 필요가 있다. 여학생은 반대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집중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
감각적인 면에서 여아와 남아의 또 다른 차이는 눈에서 나타난다. 대개 남자의 망막이 여자의 망막보다 더 두꺼운데 이는 남자에게는 거대신경절세포(M세포)가, 여자에게는 소신경절세포(P세포)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주로 간상세포와 연결되는 M세포는 동작이나 방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원추세포와 연결되는 P세포는 대상의 성질이나 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따라서 남자아이는 움직이는 것에 먼저 반응하고, 여자아이는 색상에 먼저 반응한다.
이 차이는 그림 그리기를 할 때 잘 나타난다. 여자아이는 다채로운 색상, 특히 따듯한 계열의 색상을 주로 사용하고 사람을 많이 그린다. 남자아이는 검정이나 파랑 같은 차가운 계열의 색상을 많이 사용하고 사람을 잘 그리지 않는 반면, 로켓이 날아가는 모습이나 지구가 폭발하는 모습 등 어른이 보기에 그림에 별 소질이 없어 보이고 정서적으로 폭력적인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단지 자신의 망막에서 주로 포착해내는 ‘움직이는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시각 입력의 차이는 장난감을 선택할 때도 차이를 나타내는데, 여자아이는 인형을, 남자아이는 움직이는 자동차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이 같은 차이는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에도 일정 정도 계속 작용한다.
뇌가 발달하는 순서도 서로 다르다
블록 쌓기는 두 살짜리 아동들 사이에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3배 정도 능숙하고, 얼굴 표정을 읽는 능력은 42개월짜리 여자아이와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같은 수준을 보인다. 언어, 소근육 운동과 연관된 뇌 부위는 여자아이가 6년 정도 빨리 발달하고, 목표 적중이나 공간 기억과 연관된 부위는 남자아이가 4년 정도 빨리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읽기와 쓰기에서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1년 6개월 정도 앞선다. 요즘처럼 조기 학습을 중시하는 유치원에서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는 글자를 쓰는 데 필요한 소근육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자칫 자신이 소위 ‘바보 집단’에 속한다고 여기게 되면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이는 학교에 취학한 이후에도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에서도 뇌 발달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일곱 살 무렵에는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불쾌함이나 불안 같은 감정을 편도체에서 처리한다. 그러나 청소년기가 되면 소녀는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가 대뇌피질로 이동하는 반면, 소년은 여전히 편도체를 중심으로 감정을 처리한다. 이로 인해 소녀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일이 가능하지만, 소년에게는 그것이 전혀 관계없는 뇌의 두 부위를 연결하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다. 부모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에게 “네 감정을 말해보라”고 제아무리 사정해도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스트레스 반응도 다르다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동물 실험에서 수컷의 경우 교감신경계의 반응으로 스릴을 느끼는 반면, 암컷은 부교감신경계가 반응해 불안과 혐오감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수컷은 스트레스가 해마에서 일어나는 뇌신경 접속 활동을 촉진시켜 학습 능력을 증진시키는데 반해 암컷은 스트레스가 해마에서 발생하는 접속 활동을 방해해 학습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교사들은 여학생에게는 따뜻한 지지와 친절한 태도로 지도할 때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남학생들에게는 퀴즈 같은 방식으로 서로 대결하게 하고, 과제를 수행할 때 시간 제한을 둠으로써 더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여학생은 교사와 친하게 지내려 하고, 남학생은 교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차이는 모르는 장소를 찾아갈 때 여자의 경우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며 찾아가지만, 남자는 여간해서는 묻지 않고 스스로 찾으려고 하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여학생은 교사나 부모에게 지체 없이 도움을 청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친근한 행동으로 여기지만, 남학생의 경우는 혼자 끙끙거리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때 마지막으로 도움을 청한다.
한편 여자아이는 뭔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남자아이보다 일찍 포기하고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교사는 여자아이에게도 남자아이들에게 하듯이 도전과 모험을 지지하고, 실패했을 때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하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뇌가 다른 만큼 교육 방법도 달라야
남녀공학보다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나뉘어 공부하는 학교에서 성별에 따른 교육적 차이가 적게 나타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남학교에서는 문학과 예술에 관심을 갖는 남학생의 비율이 남녀공학의 경우보다 높고, 여학교에서는 과학과 수학을 잘하는 여학생의 비율이 남녀공학의 경우보다 높다.
남자와 여자 뇌의 차이를 이해한 교사라면 남학생에게 책을 읽게 한 다음 “네가 주인공이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질문하기보다는 책의 배경이 된 지역의 지도를 만들어보라고 할 것이다. 여학생이 교사에게 수학 문제를 들고 와 도움을 청할 경우 “너 혼자 힘으로 풀어보라”며 돌려보내기보다는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할 것이다.
부모의 입장이라면 청소년기의 자녀가 잘못했을 때 딸에게는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는 말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아들에게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게 될 것이다.
글·강윤정 chiw55@brainmedia.co.kr
도움받은 책·《남자 아이 여자 아이》 레너드 삭스,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바버라 스트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