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 사이 우리나라 우울증 진단 건수는 38.9% 증가했다. 이처럼 증가하는 우울증은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에 오를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에는 편견이 크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것도,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도 여전히 금기시된다. 이제 우울증 등 비교적 가벼운 정신건강 문제는 정신질환자 범주에서 제외된다. 또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에 차별을 두는 행위 역시 법적으로 금지된다.
보건복지부(장관 진영)는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5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40일간) 입법예고하여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20일 발표했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단순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만 받아도 환자를 정신질환자 범주에 포함해 문제로 지적됐다. 보건복지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주가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 등이 불가피한 중증환자로 대폭 축소되며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환자는 정신질환자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규정된 정신질환자의 규모도 약 40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75%가량 줄어들게 된다. 경증 정신질환자 300만 명은 지금까지 운전면허증 취득이 제한되는 등 각종 법률에 따라 차별을 받아왔으나 앞으로는 자유로운 사회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의 범위가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된다. 또 정신질환이력을 사유로 보험업법상 보험가입을 차별할 수 없게 된다.
복지부는 또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 발견하고 만성화 방지를 위해 '생애주기별 정신질환 조기발견체계'를 구축한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의료기관에의 비자발적 입원 요건이 강화되며 입원후 최초 실시되는 입원 적정성 심사 주기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증정신질환자의 입원ㆍ치료 및 인권보호 위주로 지난 1995년도에 제정한 현행 '정신보건법'명칭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변경하고, 모든 국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 조기발견ㆍ예방분야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증진법'상 정신질환자를 "사고장애, 기분장애, 망상, 환각 등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게 된다.
현행 정신보건법 제3조는 "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 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를 정신질환자로 정하여, 환자 상태의 경중도를 고려하지 않고 정신과의사와 단순한 상담만 한 사람도 정신질환자 범주에 포함한다. 개정안에 따라 정신건강증진법 상의 정신질환자는 입원치료 등이 요구되는 중증환자로 범위가 대폭 축소된다. 외래 치료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 정신질환자는 그 범주에서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약물 처방을 동반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상담시 건강보험 청구 과정에서 정신질환 기록이 남지 않도록 질병 코드를 분리하여 적용한다.
또 정신질환의 원활한 치료와 만성화 방지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신질환 조기발견 체계 구축 의무를 규정하였다.
현재 DUP(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 정신과증상이 처음 발현한 주부터 최초 치료를 받게 되는 기간)가 한국은 84주인데 비해 미국은 52주, 영국은 30주로 우리나라 환자의 치료가 늦다. 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도 한국은 15.3%,이고 미국 39.2%, 호주 34.9%이다.
개정안은 국민을 대상으로 실질적 정신건강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한다. 초·중·고등학교, 대학 및 300인 이상 고용하는 사업장, 경찰·소방기관에서 소속원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교육, 상담, 치료 연계 사업 시행을 의무화한다. 광역·기초 지자체 단위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복지시설, 학교, 사업장 등을 연계한 지역정신건강증진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통해 질환의 만성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방지하고 개인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4년 전세계 질병부담의 13%를 정신질환이 차지하며 2030년 우울증이 고소득 국가 질병부담 1위 질환이 될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10월10일을 정신건강의 날로 지정해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정신건강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학교와 직장의 교육을 의무화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종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이번 정신보건법 개정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 편견, 차별 해소와 전국민 정신건강증진정책의 본격적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