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해결해줄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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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은 뇌종양을 일으키는가? - 3

브레인 34호
2012년 06월 19일 (화)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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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확한 증거는 없다

1992년에 1천 2백만 명이었던 휴대폰 사용 인구는 2006년 들어 2억 3천만 명까지 늘어났다. 미국국립보건원은 20∼29세 여성이 최근 들어 통계적으로 주목할 만큼 뇌종양 발병률이 증가했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이는 휴대폰 사용과 암 발병이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결과다.

그러나 이 통계는 전두엽 종양의 증가세를 반영한 것이라서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휴대폰 사용과의 관련성을 입증하려면, 전두엽 종양이 아니라 휴대폰 안테나 근처인 두정엽이나 측두엽에 생긴 종양의 증가세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유사한 연구가 스위스와 영국에서도 진행되었는데, 그들 역시 뇌종양 발생의 증가와 휴대폰 사용 사이에 연관성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처럼 뇌종양 발병률을 가지고 휴대폰 이용과의 상관성을 유추하는 데는 문제가 따른다. 뇌종양이 진행되려면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흔히 중년이나 노년이 되어서야 암 진단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실험과 역학 연구에서는 휴대폰 사용과 암 발병 사이의 상관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를 지니거나 뚜렷한 연관성을 찾지 못할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 보건 관련 단체에서도 현재 휴대폰 사용과 암 발생의 상관성이 낮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휴대폰 사용이 장기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뚜렷이 규명하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연구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제까지 권위 있는 의학협회 등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불구하고 공연히 사회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휴대폰 사용에 대해 별다른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5월, 국제암연구기구에서는 건강기구로서는 최초로 휴대폰 전파가 발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 이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장차 큰 실수를 저지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남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역학자疫學者이자 국제암연구기구의 실무그룹 의장인 조나단 사멧Jonathan Samet 박사는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신경교종 발병률이 높다는 한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노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조나단 사멧 박사가 참고했다는 연구보고서는 매일 평균 30분 정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을 한 끝에 완성되었다. 그에 따르면 악성 뇌종양인 ‘신경교종’의 발병률이 휴대폰 장시간 사용자들에게서 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 발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이런 의견을 피력했다. 


“지금도 국제암연구기구에서는 이에 대한 데이터들을 계속해서 축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연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만으로도, 휴대폰 방사선을 ‘잠재적 발암물질’로 규정하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휴대폰 방사선에는 발암의 위험성이 있으며, 휴대폰과 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보다 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입니다.”


국제암연구기구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 환경보호국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과 미국 독성물질관리 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에서는 아직까지 휴대폰 방사선을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았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의 의무 담당 이사(CMO)인 오티스 브롤리Otis W. Brawley 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휴대폰과 암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을 말하는 증거는 우려할 만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국립보건원 산하 기관인 ‘독성물질 관리 프로그램’에서는 앞으로 휴대폰 사용량이 엄청나게 폭주하리라는 전망을 의식하여,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 nology)와 공동으로 야심차게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휴대폰 사용자들을 대신하여, 실험용 쥐를 이용해 ‘휴대폰 사용과 암 발병률의 상관성’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모의실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을 지원한 이 연구결과는 오는 2013년 혹은 2014년에 나올 예정이다.


휴대폰 사용과 암 발병률에 대한 역학조사는, 현재 성인 휴대폰 사용자는 물론이고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들에게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아이들은 신경체계가 아직 발달 단계에 있으며, 두개골도 성인의 것보다 더 연약해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중에 하나만 소개하자면, ‘모비 키즈(Mobi-Kids)’는 유럽에서 새롭게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로, 휴대폰 같은 새로운 모바일 기술이 어린이나 청소년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또 지난 2010년 3월부터 영국 런던왕립대학(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시작한 ‘코스모스(COSMOS, Cohort Study of Mobile phone use and health)’라는 이름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있다. 이는 18세 이상 25만 명의 휴대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20∼30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 추적조사를 함으로써 휴대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확고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의학단체들은 의혹만 가지고 휴대폰을 부숴버릴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휴대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는 그것을 수행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엄격하고도 까다로운 동물 실험이 필요하며, 설령 건강에 해를 끼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고, 더욱이 스마트폰 산업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가장 멋진 최신 모델로 업그레이드 하려는 인간의 욕구도 커져가기만 할 뿐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아직 결론을 내릴 때가 아닙니다” 라고 뉴욕대학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무선통신 전문가인 녹스 박사는 말한다.


대부분의 두부종양과 경부종양은 수십 년에 걸쳐 암으로 발전한다. 이 때문에 ‘휴대폰과 암 발병률의 상관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휴대폰이 장기간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결국 시간이 답을 알려주겠지요.” 이것이 라이 박사의 결론이다.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미국에서 발행하는 영문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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