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지속되는 어지럼증, 치료 경과 '정량뇌파'로 확인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어지럼증, 치료 경과 '정량뇌파'로 확인

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김치헌·김석재 대표원장팀, 조지아공대·SK하이닉스와 공동 연구

3개월 이상 이어지는 원인 불명의 만성 어지럼증 환자에서 약물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를 뇌파 검사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대학병원이 아닌 1차 의료기관(개원가)이 주도하고 글로벌 대학 및 대기업 연구진이 참여한 융합 연구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김치헌, 김석재 대표원장


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김치헌·김석재 대표원장 연구팀은 지속성 체위-지각 어지럼(PPPD,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환자 163명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 정량뇌파(qEEG) 변화를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어지럼·평형 학회인 바라니학회(Bárány Society) 공식 학술지 'Journal of Vestibular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PPPD는 어지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며 서 있거나 몸을 움직일 때, 복잡한 시각 자극에 노출될 때 악화되는 만성 질환이다. 귀(전정기관)의 구조적 이상이 아닌 대뇌의 감각 정보 처리 방식 문제로 발생해 일반 전정기능검사에서는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 이로 인해 임상 현장에서는 치료 경과를 판단할 객관적 지표가 없어 환자의 주관적 진술에 의존해 왔다.

연구팀은 2022년 3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내원한 약물 미복용 PPPD 환자 163명, 건강 대조군 86명, 전정편두통 환자 67명의 19채널 안정 시 정량뇌파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PPPD 환자군에서는 고주파 뇌파 활동인 고베타(high beta, 25~30㎐) 대역의 과활성이 뒤쪽 두정-측두 부위(대뇌 전정 정보 처리 영역)에서 뚜렷하게 관찰됐다. 기준치를 넘는 이상 전극 수는 건강 대조군(2개)이나 전정편두통군(7개)에 비해 PPPD 환자군(16개)에서 현저히 높았으며, 이 지표를 통한 진단 정확도(AUC)는 0.956에 달했다.
 

▲ 만성 어지럼(PPPD) 환자의 정량뇌파 고베타(25~30㎐) 활동은 치료로 호전되면 건강대조군 수준까지 낮아지고, 약을 중단해 재발하면 다시 올라간다(제공=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특히 치료 경과에 따른 뇌파 변화가 명확했다. 약물치료 후 증상이 완치 수준으로 호전된 환자 76명은 이상 전극 수가 17개에서 건강 대조군 수준인 2.5개로 급감했다. 반면 부분 호전된 환자 31명은 15개에서 11개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증상 완화 후 약을 끊었다가 재발한 환자 23명에게서는 이상 전극 수가 떨어졌다가 다시 치솟는 'V자' 궤적이 관찰돼, 고베타 과활성이 질병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반영함이 입증됐다.
 

▲ 약물 중단 후 재발한 환자 23명에서 관찰된 ‘V자’ 궤적. 고베타 이상 전극 수가 15개에서 2개로 떨어졌다가 재발 시 13개로 다시 상승했다(제공=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김석재 대표원장은 "동일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더라도 증상 호전도에 따라 뇌파 변화 폭이 뚜렷하게 달랐다"며 "정량뇌파는 MRI 등에 비해 비용이 적고 반복 측정이 쉬워 외래 진료에서 치료 반응을 확인하는 유용한 보조 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김치헌 대표원장은 "발병 후 평균 4년 이상 지난 중증 환자가 모이는 3차 병원과 달리, 1차 의료기관은 발병 초기 및 약물 미복용 상태의 환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 집단별 고베타 지형도. 왼쪽부터 치료 전 PPPD, 뚜렷한 호전군, 부분 호전군, 재발군, 건강대조군이며 붉을수록 고베타 활동이 높다(제공=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PPPD의 절대적 단독 진단법이 아니라 이미 진단된 환자의 '치료 경과 추적 지표'이며, 향후 다기관 전향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베타 과활성은 전정편두통 환자에서도 관찰되는 범진단적 소견이며, 단일기관 후향 연구라는 한계가 있어 다기관 전향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Tech) 기계공학과 및 WISH 센터 여운홍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해 소형 웨어러ble 뇌파 기기 활용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다. 데이터 분석 및 신호 처리에는 SK하이닉스 PE Research Lab 양경진 연구원이 참여했으며,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및 성균관대학교 연구진도 참여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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