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대신하는 홍채 ID

신분증 대신하는 홍채 ID

뇌2003년6월호
2010년 12월 22일 (수)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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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대 미국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존 앤더튼 반장(톰 크루즈 역)이 길목을 지날 때 마다 벽면의 대형 광고물은 그의 눈을 순간 스캐닝 해 이름을 부르며 자동차를 사라거나 여행을 떠나라고 유혹한다. 또 그가 패션 매장으로 들어선 순간, 그의 홍채를 인식하고 “앤더튼 씨, 일전에 구입하신 바지는 잘 맞던가요?”라며 질문을 던진다. 홍채 인식기에 앤더튼의 모든 정보가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어디로 이동하건 홍채 인식기 만나

마감 기간, 사무실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개봉 영화를 보고 있는데 편집장에게서 전화가 온다. “원고는 막고 영화 보는거야?” 이제는 내가 아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전부 파악할 수 있다. 사방에 홍채 인식기가 설치돼 있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누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출근카드 대신 홍채 인식기로 몇 시에 출근하고 퇴근했는지 파악된다. 퇴근해서 동료들과 근사한 바로 칵테일 한 잔 하러 간다. 이 곳에서도 홍채 인식기가 날 맞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하지 않아도 평소 즐겨 마시던 피나콜라다가 나온다. 또 흐르던 노래가 끝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바뀐다.

이런 상상은 더 이상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사람마다 다른 지문, 홍채, 얼굴, 음성 등 생체적 특성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입통제를 비롯, PC통신기기 보안, 자동차 시동 및 보안,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전자결제시스템에서의 개인 인증 등 적용분야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홍채는 서로 같을 확률이 ‘10의 78승 분의 1’이어서 지문, 목소리, 얼굴 등의 다른 생체 특성보다 그 식별력을 더욱 신뢰할 만하다. 얼굴의 경우 쌍둥이는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홍채는 같은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도 서로 다른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홍채는 대부분 생후 6~18개월에 완성되어 이후 변하지 않는다.


홍채 무늬 패턴 코드값으로 저장 

홍채虹彩는 사람의 눈동자 중 검은 부위를 말한다. 영어로는 Iri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에서 그 이름을 땄고, 한자의 홍虹도 무지개를 뜻한다고 한다. 홍채에는 빗살 또는 동심원 모양의 많은 선들이 있는데 이것이 우리 눈에서 조리개 역할을 하는 조임근이다. 홍채 인식기는 이 조임근의 패턴을 인식해 신원을 확인한다.

홍채는 망막과 달리 눈의 표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안구내 질병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눈의 충혈과도 상관이 없다. 또 사용자 편의성 관점에서 망막인식시스템과 홍채인식시스템을 비교하면 망막은 눈의 바닥에 위치하고 있어 사용자가 인식시스템에 눈을 정확하게 밀착시켜야 하는 단점을 갖고 있으나, 홍채는 눈의 표면에 있기 때문에 인식시스템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도 인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카메라 등의 시스템 성능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겠지만 팔 하나 정도의 거리를 두고 카메라가 획득한 홍채 영상을 가지고 홍채 패턴을 분석하여 개인 신원을 파악하게 된다. 이때 컴퓨터에 미리 등록된 홍채 코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여 누구인지 확인하거나 ID카드에 기록된 홍채코드와 비교하여 사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일반적인 홍채식별 시스템은 동작 모드에 따라 등록과정과 인식과정으로 나뉘어진다. 등록과정은 개인 식별을 위해 홍채 코드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단계이고, 인식과정은 등록되어 있는 홍채 코드와 식별을 위해 입력된 홍채로부터 추출된 홍채 코드를 비교하는 단계이다. 비교 결과는 대상 코드의 유사성 정도에 따라 본인이라고 판단하거나(Accept), 아니면 본인이 아니라고 판단하거나(Deny), 또는 판단을 거부하는(Reject) 세 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홍채인식기로 운세와 체질도 체크

홍채 모양이 개인을 식별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1936년 안과의사 프랭크 버치Frank Burch에 의해서 처음 제안되었다. 그리고 1980년 제임스 본드의 영화에 홍채인식이 선보였지만 당시까지도 공상일 뿐이었다. 그 뒤 미국의 안과 의사 레너드 플롬Leonard Flom과 아란 사피르Aran Safir가 홍채 모양이 사람마다 고유하다고 단정하고 1987년에 그 기술에 관한 원천 특허를 등록하였다. 이처럼 홍채 모양의 고유성이 밝혀진 이후 1994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존 더그만 John G. Daugman 교수가 홍채 모양을 코드화 할 수 있는 영상신호처리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현재 상용화된 제품들은 이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들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미국 뉴저지 주에 아이리스캔IriScan을 설립하고 1995년 최초로 상용 홍채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홍채 인식기는 현존하는 생체인식기술 중에서 가장 분별력이 좋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장비가 워낙 고가여서 아직까지는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꾸준한 연구로 장비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향후에는 널리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대 정보 사회의 특성상 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1999년 미국의 아이리스캔사와 공동으로 개발 해 상용화를 이루었다. LG전자에서는 연구소에 홍채 인식기가 설치되어 있어 ID카드 대신 한쪽 눈을 5초 정도 인식기에 대기만 하면 출입이 가능하다. LG전자의 박승구 홍보 과장은 “첫 해 40대가 나갔으나 지난해에는 5백 대가 팔렸다. 올해는 1천6백 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다.

최근 홍채 인식 분야에서 특허를 획득한 벤처기업 아이리텍에서는 홍채인식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건강상태와 운세까지 알려주는 ‘아이포천EyeFortune2003’ 시제품을 출품했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에 3초가량 눈을 대고 있으면 사람의 홍채를 촬영한 뒤 화상데이터를 분석해 성격이나 스트레스 정도, 장기의 건강 상태, 연인이나 친구와의 관계, 체질에 맞는 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보안 영역에만 치우쳤던 홍채 인식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분야로까지 확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곽문주
joojoo@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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