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 시각장애인, 우울·자살위험 일반인보다 2~3배 높아

후천적 시각장애인, 우울·자살위험 일반인보다 2~3배 높아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187명 대상으로 조사


▲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사진=SBS 홈페이지)

 

최근 종영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여주인공 송혜교가 앓았던 '망막색소변성증'은 눈의 망막 세포에 이상이 생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질환이다. 유소아기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성인이 된 후 서서히 실명하게 된다. 4천 명 중 1명 꼴로 발병하며 국내에서는 1만5000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일반인보다 심각한 스트레스, 우울 증상을 경험하거나, 자살을 생각할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신동욱 교수 연구팀은 2010~2011년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187명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뽑은 일반인 대조군 187명과 정신건강을 비교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 왼쪽부터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신동욱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김사라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연구팀에 따르면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은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52%(97명)로 일반인의 29%(55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2주 이상 우울증상(depressive mood)을 겪었을 확률은 35%(65명)로 일반인의 17%(32명)에 비해 두 배 넘게 높았다.

또한,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했는지에 관해서는 39%(72명)가 그렇다고 응답하여, 13%(24명)에 불과한 일반인에 비하여 3배 정도의 높은 위험을 보였다.

신동욱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젊은 층에서 야맹증 등을 겪다가 발견 당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점점 진행하는데다가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적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적절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제공되는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시력이 상당히 떨어져 높은 장애 등급(1-2등급)을 받은 환자들보다 시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 낮은 장애 등급(3-6)을 받은 환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금은 심각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병이 더 진행된다는 상황을 알기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으며, 낮은 장애 등급으로 인하여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비교적 적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본인 스스로가 망막색소변성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암환자와 장애인의 건강권 증진에 앞장서온 국립암센터의 박종혁 암정책지원과장은 "중도에 실명하는 시각 장애인은 우울과 불안 등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며 "중도 실명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적응해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이동이나 업무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기회를 늘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지원과 실명퇴치운동본부 협조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외학술지인 Optometry and Vision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