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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인간 뇌의 유전적 프로그램
부모와 어린 자식 사이에서 웃음을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간질이기다. 부모의 손길을 느낀 아이는 그야말로 환한 표정을 지으며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고 부모는 기뻐 어쩔 줄 모른다. 사람의 경우 간질이기는 청소년이 될 때까지도 계속된다. 침팬지의 경우는 전 생애에 걸쳐서 일어난다.
간질이기와 웃음은 가족과 무리에서 애정 어린 친근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의 경우 태어난 뒤 2~3개월 내에 소리를 내어 웃을 수 있다. 또한 소리 없는 웃음은 생후 며칠도 되지 않아 시작되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웃음은 인간의 뇌에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빈을 비롯한 많은 뇌과학자들은 간질이기 흉내에서 인간의 복잡한 웃음과 유머가 발전했다고 본다. 이를 드러내며 웃는 표정은 유인원을 포함해서 많은 동물들의 경우 위협과 경계의 표정이다. 그러나 인간의 웃는 표정은 반대로 자신과 타인에 대해 위협이 전혀 없다는 것의 표현이다.
침팬지와 아이들은 간질이는 동작만 취해도 웃는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는 상태임을 서로 아는 상황에서 가짜로 위협을 하는 것이 간질이기 흉내인 것이다.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언어가 발달하고 웃음소리도 변하면서 더욱 복잡하게 변화한 것이 현재 인류의 웃음이다.
웃음은 뇌기능을 밝힌다
웃음이 좋다는 것은 오랫동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웃음이 가장 좋은 의사’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웃음은 횡격막과 배, 호흡기, 얼굴, 다리와 등의 근육을 빠짐없이 운동시킨다. 그래서 에어로빅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웃음은 면역력도 높인다. 혈소판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혈압을 높일 수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웃을 때마다 억제된다. 또한 웃을 때는 암과 세균을 처리하는 NK세포, 감마 인터페론, T세포, B세포 등이 증가한다. 호흡기가 청소되고 침샘에서 분비되는 면역단백질의 농도도 높아진다.
웃음이 몸에 좋은 점은 이외에도 많지만 최근 주목받는 것은 바로 뇌와 감정에 대한 효과다. 웃음은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라고 불리는 뇌의 보상회로 부분을 자극한다. 바로 이 부분이 활성화되고 도파민의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카테콜아민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즐거운 감각이 오는 것이다.
우리는 웃을 때마다 보상을 받는다. 즉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루이빌대학의 클리포드 쿤Clifford Kuhn 박사의 말대로 일부러 웃는 웃음도 자연스러운 웃음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우리의 뇌가 역으로 행동에서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이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웃음은 고통을 느끼는 회로들의 활동을 약화시키고 우울함을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반응들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몸과 뇌의 에어로빅인 웃음의 이러한 효과 때문에 ‘웃음요법’은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자 교육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웃음치료사가 생기고 기업에서도 웃음요법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교육대안으로 주목받는 한국의 뇌교육에서도 ‘웃음’ 프로그램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감정조절과 집중력, 학습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웃으면 세상도 함께 웃는다
또한 두뇌의 웃음 회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미러 뉴런mirror neuron이다. 미러 뉴런은 어떤 특정 동작을 할 때뿐만 아니라 동작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때도 함께 활성화되는 뉴런으로 인간 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인간이 다른 사람의 동작을 쉽게 따라 하는 것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공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웃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웃는 것을 보면 저절로 따라 웃는다. 또 소피 스콧Sophie Scott의 연구에 따르면 웃음소리만 들어도 우리의 뇌는 웃을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이처럼 시각과 청각의 미러 뉴런은 웃음과 긍정적 감정의 전염성을 설명해준다.
물론 웃음이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다. 때로는 살인자의 미소나 다른 이를 놀릴 때의 비웃음처럼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공황상태에서 제어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처럼 어두운 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웃음을 위한 뇌의 회로가 본래와 다른 용도로 반응하는 것일 때가 많다.
건강한 뇌와 몸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많이 웃고 적절할 때 웃는다. 여성들이 유머감각이 있는 남성을 선호하는 통계도 진화생물학과 뇌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우수한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한 당연한 판단인지도 모른다. 웃자, 그러면 세상이 함께 웃을 것이다.
글·브레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