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뇌에 좋지 않다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필자가 교수로 있는 뇌교육학과 학우와 뇌활용에 관심 있는 분들과 소통을 위해 시작한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출판시장에 쏟아지는 한 해 8만 종에 이르는 신간들 가운데 과학 관련 도서의 약진이 작년 두드러졌는데, 뇌과학 관련 책이 선두를 달린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인간 뇌가 멀티태스킹(multitasking)과 거리가 먼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뇌신경학자 Earl Miller는 우리의 뇌가 멀티태스킹을 잘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하는데, 이에 관련한 연구결과도 여럿 있다.
2010년 사이언스(Science)지에는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가 19세부터 32세까지의 남녀 각 16명씩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연속적 단어 만들기 실험에서 fMRI 뇌영상을 촬영한 결과 작업 종류를 2개로 늘리면 실수가 잦아지고, 3개로 증가했을 때는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논문이 실린 바 있다.
2014년 영국 서섹스 대학 연구팀이 여러 가지 전자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남성과 여성 7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특히 멀티태스킹을 자주 오래 한 사람일수록 뇌에서 회백질의 밀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청소년들의 멀티태스킹에 관한 연구도 나왔다. 2020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들의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과 현실에서의 느낌은 다르기도 하다. “어, 저 사람은 여러 일을 동시에 잘하던데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척척 잘 해내는 직장인들을 볼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무엇일까.
엄밀히 말하면, 뇌가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A 업무를 집중하다가 B 업무에 빠르게 의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즉, 스위칭 능력과 더불어 빠른 주의집중도를 보이는 것이지 동시에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멀티태스킹 능력’은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좋지 않다고 얘기할 순 있으나,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사회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업무환경에 노출되어있는 현대인들에게 단지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좋지 않다고 하는 명제가 귀에 쉽게 들어오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부할 수 없는 멀티태스킹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 시민에게 바람직한 두뇌활용 가이드는 무엇일까. 우선은 유아 및 아동 청소년기와 성인의 뇌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성인 뇌 사이즈의 90%가 커지는 6세까지의 유아기 뇌에게 멀티태스킹 환경의 잦은 노출과 행동 반응은 기본적으로 매우 부정적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체, 정서, 인지사고 체계의 두뇌발달 과정이 단계별로 진행되는 특별함을 갖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기도 멀티태스킹 환경이 좋지 않다. 정보를 입력받아, 처리해서, 출력하는 이른바 ‘정보처리기관’인 뇌 차원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은 정보 자체가 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자극을 주느냐가 뇌 신경망 형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아동청소년 두뇌발달의 핵심적 기제는 반복적 훈련과 몰입적 경험이다. 1차 두뇌발달을 기초로 충분한 자극이 깊게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 단기적이고 잦은 스위칭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뇌는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까.
하지만, 성인기 뇌는 다소 다를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멀티태스킹 사회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과 이미 기본적인 신경망 세팅을 마친 성인 뇌 차원에서는 보다 효율적이고, 높은 성취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 정보화사회 속 좋은 두뇌활용 가이드는 무엇일까.
첫째, 멀티태스킹은 단순 반복 업무를 기본으로 한다. 뇌의 정보처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뇌 부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수도 적고, 익숙해질 경우 업무시간 단축의 장점도 가진다.
둘째, 익숙한 업무의 경우는 필요하다면 멀티태스킹 영역에 포함시킨다. 남들이 보면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으나, 결국 당사자의 업무숙련도에 따라 해당 뇌의 신경망은 패턴화가 되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정보처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셋째, 복잡도가 높은 업무는 멀티태스킹에서 철저히 배제한다. 정보처리의 복잡도에 따라 업무시간을 분리하는 것도 좋다. 신경망에 혼선을 주지 않고, 해당 뇌기능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멀티태스킹이 전혀 필요 없는 몰입의 시간을 설정한다. 다양한 업무와 잦은 회의 등 정보처리 빈도가 증가할수록 몰입 경험을 뇌에 제공하는 것이 좋다. 외부로부터 지나친 정보 입력과 멀티태스킹 환경이 일상화되는 시간이 지속되면, 정보의 종속성이 커지면서 몰입 능력은 감퇴되기 쉽다.
다섯째, 외부의 자극이 전혀 없는 내면을 향한 시간을 갖는다. 현대인들은 하루 24시간 동안 90% 이상 의식이 밖을 향한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스크린과 사람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뇌는 그러한 자극에 쉴새 없이 반응한다. 결국 나에 대한 인식과 알아차림의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모든 정보는 결과적으로 뇌의 활동에 의해 축적되고 활용되어 진다. 정보의 양이 많고 커질수록, 반복되고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정보에 종속되고 영향력을 받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뇌 속에 담긴 정보의 질과 양이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식의 내용과 방향성이다.
“내면의 나를 향한 시간 얼마나 갖고 있나요?”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