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내세우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맞게 전달하는 컨셉의 토크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부터 SBS에서 방영 중에 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화마다 새로운 ‘이야기 친구’를 초청해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콘셉트로, 다사다난했던 현대사 사건들은 시청자들에게 때로는 친근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이야기 형태로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2021년부터 MBC에서 방영 중인 <심야괴담회> 또한 제작진에게 보낸 사연이나 기이한 이야기를 출연진이 읽고, 이 중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사연에 상을 주는 스토리텔링 챌린지 프로그램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이야기 자체가 지닐 수 있는 흡입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같은 방식의 토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까?
▲ SBS에서 방영 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사진출처: SBS 홈페이지)
▲ MBC에서 방영 중인 <심야괴담회> (사진출처 : MBC 홈페이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심장박동 패턴이 같아진다.
여러 사람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을 때 이야기에 흐름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같이 있는 사람들의 심장박동이 유사한 패턴으로 변화한다. 우리의 뇌와 심장은 같은 경험을 공유할 때 종종 심장 박동이나 호흡 같은 신체 기능을 무의식적으로 동기화한다.
최근 프랑스 파리뇌연구소와 미국 뉴욕시립대 연구진은 사람들의 심박수가 동기화하는 데 뇌의 인지력과 주의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심장 박동수를 동기화하는 데 있어서 의식과 주의력의 역할을 탐구하기 위한 네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유튜브 채널 '이야기에 집중하면 심장이 반응한다고?!'편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건강한 참가자들에게 작가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 오디오북을 듣게하고 심전도(EKG)로 측정했다. 오디오북을 듣는 동안 참가자의 심박수는 이야기 속의 주요한 사건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이야기의 같은 지점에서 심박수가 증거하거나 감소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은 짧은 교육용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시청한 비디오들은 근본적인 감정적 변화을 일으키지 않는 교육적인 내용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심박수는 비슷한 변동을 보였고, 이로써 이야기에 대한 감정적 반응 없이도 심박수가 변화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같은 비디오를 다시 보여주면서 속으로 숫자를 거꾸로 세도록 하자 심박수 동기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주의력이 심박수 동기화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짧은 동화를 들려주었다. 한 그룹에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다른 한 그룹에는 주의가 산만한 환경에서 짧은 동화를 들려주며 동화 내용을 기억하라는 미션을 주었다. 결과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받은 그룹이 산만한 환경에서 짧은 동화를 들은 그룹보다 심박수 동기화가 잘 이뤄졌고, 동화 내용도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동기화가 더 많이 이뤄지면 시험 점수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역시 일치했다.
호흡 수의 경우 참가자들 사이에서 동일한 동조 현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호흡이 심박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점이다. 이를 통해 심박수의 변화가 이야기의 의식적인 처리의 신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 실험은 첫 번째 실험과 비슷하게 진행했다. 의식에 장애가 있는 환자(혼수상태나 지속적인 식물인간과 같은 의식장애 환자)에게 오디오북을 들려주었다.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심장 동기화 비율이 더 낮았다. 참가한 환자들의 상태를 6개월 후에 다시 확인했을 때, 실험 당시 동기화가 더 높았던 환자들 중 일부는 의식을 회복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거나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 사람들의 심장박동 패턴이 유사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의 신호에 심장이 반응한다는 사실은 뇌와 인체 각 부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마음가짐과 뇌-신체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이 연구는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실렸다. [1]
▲ 같은 이야기 듣는 사람들은 심박수도 같은 패턴으로 뛴다. 집중할수록 동기화가 잘된다. (사진출처 : Cell Reports
공감은 정신의 산소
자기심리학자 하인츠 코헛은 ‘공감은 정신의 산소’라고 했다. 육체에 산소가 부족하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듯 마음도 공감이라는 산소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공감 덕분에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다. 공감은 인간 고유의 역량이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 입장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인식능력(Self-awareness)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스템이 잘 작동해야 공감 능력도 원활하게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을 부정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과 기대, 동기,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이해력이 높기 때문에 자기존중감 또한 높은 것이 특징이다. 공감은 자신이 받아본 배려나 존중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공감 능력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은 경청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생각의 틈’을 만든다는 것이다. 경청하는 동안 생각의 틈을 통해 상대방이 직면한 상황과 입장을 시뮬레이션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뇌는 나에게서 너에게로 주의와 관점을 전환하며 상호작용하고 그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2]
[1] Conscious processing of narrative stimuli synchronizes heart rate between individuals. Pauline Pérez. Jens Madsen. Cell Reports. (2021) (https://doi.org/10.1016/j.celrep.2021.109692)
[2] 김권수 『내 아이 두뇌 성장보고서, 빅브레인』 책들의 정원. 2018년.
글. 조용환
재미있는 뇌 이야기 및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