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여기 좋다!”

“야~ 여기 좋다!”

칼럼 상상

브레인 12호
2010년 12월 22일 (수)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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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여기 좋다!”, “ 자주 와야겠다!”, “다음에 또 오자.” 상암월드컵경기장 서쪽 옆 하늘공원에 오르면 바다가 보일 것 같은 확 트인 시야와 갈대숲에 매료되어 누구나 한마디씩 감탄사를 토한다. 쓰레기를 98미터나 쌓아올려 만든 인공 산이지만, 겉모양은 녹음이 우거지고 새들이 날아드는 초지여서 본래의 자연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놀라운 자연의 치유력 덕분에 쓰레기더미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바뀌었다.


몇 년 전, 그린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폐기물과 디자인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 하늘공원에 올랐다. 그런데 ‘내가 버린 쓰레기가 모여 높아진 산’이라는 생각은 어디로 가고, 진짜 산에 오른 것처럼 통쾌한 기분으로 심호흡을 하며 정상에 선 기분을 만끽했다. “야~ 여기 좋다!”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내가 버린 쓰레기더미 위에 서 있다는 자책과 침울함은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내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반성의 공간, 교훈적 생태교육의 장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망각의 장이 되고 있다.

자연은 우리의 잘못을 탓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뿐이다. 하늘공원은 이러한 자연의 속성을 깨우치고, 폐기물을 최대한 줄여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하는 환경교육의 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시에서 갖가지 자료관, 전시장,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활발히 운영하고 있지만, “야~ 여기 좋다!” 하는 감동에 압도되고 만다. 호감을 반감으로 바꿀 필요는 없으나 반성의 장으로 하늘공원이 존재했으면 한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멈추지 않는 생각이 있다. 하늘공원 쓰레기더미 속으로 큰 투명관을 넣고 98미터 깊이의 전망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방문하는 시민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땅 속의 쓰레기를 투명관을 통해 직접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엘리베이터를 지상으로도 높게 설치해 지하 최저층에서 지상 최고층으로 오르는 동안 땅과 하늘을 모두 볼 수 있게 하면 더욱 실감나는 체험관이 될 것이다.

침출수를 내뿜고 메탄가스로 가득한 쓰레기더미 속으로 거대한 투명관을 박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쓰레기 층에 전망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면 투명관을 박고 내시경을 넣어 쓰레기 층을 비추며 쓰레기 문제를 실감하도록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어려우면 3D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땅 속의 모습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전국의 환경 교실과 안방의 텔레비전 화면으로도 그 영상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얼마 전에 아이 크기의 직경 20센티미터 투명관을 구해서 실제로 모형을 만들어보고 있다. 건축이나 토목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이런 생각을 얘기하고 질문을 던지면 모두 “글쎄…” 하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내 문제로 실감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드는 나의 상상은 계속된다.

윤호섭·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 환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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