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제대로 길들이자

편견, 제대로 길들이자

브레인 신호등

브레인 11호
2010년 12월 20일 (월)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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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편견이라 하고, 그러한 편견이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해 단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될 때 고정관념이라 한다. 넓게 보면 흑백논리나 인종차별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과정들이 논리가 아닌 편견의 결과일 때가 많다. 편견은 뇌가 정보를 단순화하고 정리하는 도구이자 사회적 두뇌 활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뇌의 도구이자 불합리하게 일상을 좌우하기도 하는 편견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뇌의 발등을 찧는  편견

모든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편견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이 그렇지 뭐’ ‘하여간 남자란 동물들은…’ ‘누가 한국사람 아니랄까 봐’ ‘소심한 A형’ 등등.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내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 같은 대학자도 과학적 근거 없이 ‘흑인이 백인보다 지능이 떨어진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학식이 뛰어난 학자도,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흑인인권운동가나 여성평등주의자도, 인간인 이상 완전히 편견을 버릴 수 없다. 사회적 편견이 아닐지라도 양말은 오른발부터 신는다든지 하는 생활 습관이나 음식 취향, 다른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판단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객관적 논리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인간이 편견에 사로잡히는 것은 뇌가 끊임없이 외부의 정보를 왜곡하는 과정을 거쳐 현실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비슷한 것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고, 논리보다는 어림짐작으로 판단한다. 착시나 환상처럼 직접적인 감각기관인 눈조차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놓치거나 혼동하기 일쑤다.

우리의 뇌는 단순화·자동화된 판단을 통해 감각에서 행동까지의 시간을 줄여 생존율을 높이도록 진화했다. 곰곰이 따지다가 맹수에게 잡아먹히거나 타인에게 해를 입는 것보다 차라리 헛고생을 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편견은 정상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인지적 편향의 결과물이고 인간 사고의 도구다. 세상의 모든 명사와 형용사마다, 개인과 집단마다 저마다 편견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차별로도 이어지는 편견은 있는 그대로 현실을 가리고 사고와 행동의 결과에 영향을 주어 우리의 발등을 찧게 만드는 위험한 도구가 된다. 우리가 만든 사고의 틀이 우리의 현실을 결정하는 틀이 되고, 부당한 현실을 정당화하는 폭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능력이냐  편견이냐

편견은 성취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흑백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실험했다. 참가 학생들은 어려운 구두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이때 흑인 학생들에게 이것이 지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말해주니 그들의 성적은 평소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

흑인의 지능이 낮다는 편견이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푸는 능력조차 방해하는 것이다. 또 편견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성취에 영향을 준다. 여성들이 수학을 못한다는 편견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수학 성적과 성취도가 낮아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의 위협(stereotype threat)에 대해 학자들은 뇌의 작업대라 할 수 있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 일을 처리하기도 비좁은데 불안이 한쪽에 자리 잡아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반면 편견이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백인들은 점프를 제대로 못한다는 편견을 의식하면 흑인 선수들의 점프 높이는 더 높아졌다. 백인 골프 선수들에게 운동 능력 측정이라했을 때는 보통보다 못하고, 스포츠 전략 지능 측정이라 했을 때는 보통보다 좋아졌다.


근엄하고 인내하는 종교인,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엄한 아버지, 모든 것을 감싸주는 어머니, 머리 좋은 유대인, 감성이 풍부한 예술가, 냉철한 과학자 같은 편견들은 실제로 그들이 그런 성격과 능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편견조차 치명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유학생들이 수학을 잘한다는 편견에 대해 생각해보자.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거나 한국인인데 넌 왜 수학을 못하냐는 소리를 듣는 상황이라면 긍정적인 편견도 스트레스와 성취 저하의 원인만 된다.

인간은 무리 짓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다른 집단과 비교하는 상황을 만나면 소속감과 개인의 내적 욕구 사이에서 좌절할 수도, 성취 동기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이로써 작든 크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편견은 주위의 기대와 내면의 작용에 의해 성공을 좌우한다.

편견을 나의 힘으로

어떤 종류든 편견과 고정관념은 우리가 의식하는 순간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극복을 위한 방법도 정보들을 의식하는 뇌의 습관들을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먼저 자신의 사고에서 편견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몰입하며,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나아가 개인과 집단이 자신들에게 따라붙은 편견들을 재해석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드컵을 계기로 주로 피와 공산주의를 상징하던 붉은색과 냄비 근성이라는 편견이 열정적인 참여의 힘으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뇌교육 시스템 트레이닝(BEST5)에서는 다른 패턴으로 사고하는 ‘뇌 유연화하기’와 부정적 감정과 결합된 정보를 처리하는 ‘뇌 정화하기’ 과정을 통해 편견에 대한 체험적 극복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로써 새로운 정보처리 방식을 익히고 궁극적으로 모든 편견과 고정관념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붙은 꼬리표가 부당하며 진리가 아니라 현실의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과 외부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자신과 집단의 가능성을 믿고 편견을 극복하는 과정이 바로 성장의 계기이자 방법이며 능력을 끌어올리는 정신적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편견이 장애가 아니라 자신과 모두의 힘이 되게 하자.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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