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 본 건강한 여름나기

한방에서 본 건강한 여름나기

병이 장에 있는 계절, 냉음료 등 찬 음식 주의해야

 

동양철학으로 보면 여름은 음양으로는 양(陽)이 왕성해지는 계절이요, 오행(五行)으로는 화(火)의 계절이다. 계절에도 양(陽)이 성한 때와 음이 성한 때가 있으니 춘분(양력 3월20일경)이후 추분(양력 9월20일경)까지는 양이 왕성해지는 계절(陽旺之節), 추분이후 춘분까지는 음이 왕성해지는 음왕지절(陰旺之節)이다.

양동음정(陽動陰靜)이라 양이 왕성한 계절에는 모든 것이 동적이며 적극적이며 생장하고 발달하고 번식한다. 모든 식물이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또한 동물들이 깨어나고 번식한다. 음이 왕성한 계절에는 모든 것이 정적이고 소극적이다. 식물은 낙엽이 지고 동물들은 겨울잠에 빠져든다.

몸 안에 양의 기운이 많은 사람이 여름철을 맞으면 몸 안의 양과 바깥 기후의 양이 합세하여 양이 더욱 성해져서 음과 양의 조절되지 않게 된다. 그러면 병이 난다. 고열성 체질을 가진 사람은 여름에 발병하거나 악화되는 일이 많다. 폐병이 이때 흔히 발병되고 각혈을 가장 많이 하는 때이다. 흔히 봄탄다, 여름탄다는 증세가 있는 때 그 원인은 심과 간의 과중한 부담에 있다.

음력 4월과 5월 특히 하지(夏至) 중심으로 하는 때는 양의 활동이 극히 왕성하여 기온이 가장 높고 모든 생물의 성장이 전성기에 있어서 사람의 심장도 가장 활동이 왕성한 때다. 하지라는 뜻은 여름에 양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계절은 심이 왕성한 때(心旺之節) 또는 불이 왕성한 때(火旺之節)이라고 부른다. 이럴 때 심장에 부담을 주는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고혈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늦여름은 또 어떤가. 비(脾)의 활동이 왕성한 비왕지절(脾旺之節) 또는 토왕지절(土旺之節)은 따로 정한 계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봄, 여름 , 가을 겨울에 고루 다 있다. 음력으로 3, 6, 9, 12월이 바로 비가 왕성한 때인데 그 중 음력 6월이 불이 왕성한 때에 뒤따르는 달이라서 '불이 흙을 낳는다(火生土)하여 늦여름(長夏)을 특히 비왕지절이라고 칭한다. 이 환절기나 특히 늦여름에 소화기 질병이 많다.

여름은 생장수장(生長收藏) 가운데 장(長)의 계절이다. 왕성하게 성장하는 때이다. 고대 의서 『황제내경』에 “여름 석 달, 이는 무성하고 화려하게 된다.”라고 하였다. 여름에는 기를 길러야 한다.

"천지의 기가 사귀면 만물이 화려하고 실하고 밤에는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를 싫어하지 말라. 밤에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남은 양생하여 자라는 기이다. 긴 해를 싫어하지 않으려면 마땅히 기가 게을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뜻을 성내지 않게 하고 신기가 빼어나게 하라. 늦여름은 화토를 용사하니 성을 내면 곧 간기가 쉽게 거스르고 비토가 쉽게 상한다. 기가 새어나가게 하여 사랑하는 바가 밖에 있는 듯이 할 것이니 이 여름 기의 적용은 기를 양생하여 기를 자라게 하는 도이다. 거스르면 곧 심장을 상하게 하고 가을에는 학질에 걸리고 추수를 받는 사람은 적고 겨울에 이르르면 중병에 걸린다. 심장은 화에 속하고 여름에 왕성하다. 여름에 자라는 기를 거스르면 곧 심장을 상한다. 심장을 상하면 가을에 이르러 학질에 걸린다.” 『황제내경』에서 이르는 말이다. 여름에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가 다 있다.

여름에는 병이 장(腸)에 있다. "하기란 병이 장에 있다. 여름에는 양기가 발산되어 바깥에 있어서 장기의 안이 허하다. 그러므로 풍기가 허한 것을 타고 안으로 핍박한다. 중하에는 가슴과 옆구리의 병에 잘 걸린다. 늦여름에는 차가운 가운데 급한 설사에 잘 걸린다."(『황제내경』)

그래서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배는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동의보감』은 『위생가』를 인용하여 여름에 맞는 양생법을 소개한다. "사계절 중 오로지 여름만은 조섭(調攝)하기 어렵다. 복음(伏陰)이 몸 안에 있어 뱃속이 차고 설사를 하기 때문이다. 신(腎)을 보하는 탕약이 없어서는 안 되며 음식물이 조금이라도 차면 먹기를 그만둔다. 심(心)은 왕성하고 신(腎)은 약한데 무엇을 삼가야 하는가. 다만 정기(精氣)가 빠져나가는 것을 경계할 뿐이고, 잠자는 곳은 삼가 밀폐된 공간이라 한다. 뜻과 생각을 고요하게 하여 심기를 조화롭게 한다. 얼음물과 과일은 사람에게 유익하지 못하여 가을이 되면 반드시 학질과 이질이 생기게 된다."

여름에는 찬 것을 피해야 한다. 뱃속이 차기 때문이다. 덥다고 공복에 수시로 마셔대는 냉음료도 건강을 해친다. 공복에 채소즙 냉음료수는 삼가야 한다. 공복에 차가운 음료를 먹으면 장이 무력해질 뿐 아니라 냉병을 야기한다. 한 여름 얼음 냉수, 냉커피, 찬 음료를 즐기면 가을, 겨울 독감을 부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한 후 찬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면 그런 독약도 없다.차디찬 생맥주는 또 어떨까. 공복에 찬 생맥주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어디 찬 음료뿐인가 냉장고, 에어컨 보급으로 음식뿐만 아니라 공기까지 차갑다. 그 부작용은 심각하다. 신경성 대장염, 알레르기성 비염이라는 병명의 장냉성 설사, 만성 코감기가 어디서 왔겠는가. 고속버스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곤란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가 지나치게 냉방을 하는 것이다.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다. 더우니 냉방을 해야 하겠지만 지나친 건 건강에 해롭다. 이렇게 냉기를 오래 쐬면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심하면 냉방병이 올 수도 있다.

옷은 어떨까. 배꼽티에 이어 요새 하의실종이 유행한다. 배와 배꼽이 차면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기고 생리통과 생리불순까지 유발한다. 하초가 냉해져서 불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남자도 배꼽 아래의 하초를 차게 하면 찬 기운의 속성대로 아래로 축 처지니 양기가 있을 리 없다. 꽉 조인 속옷을 병을 가져온다. 꽉 조인 속옷 때문에 발산되지 못한 열은 간과 심장을 달구어 뜨겁게 만들고 눈까지 빨갛게 만들고 입에서는 단내가 나게 한다.

여름에 삼계탕을 왜 먹는가. 장이 더 이상 차가워지지 말라고 먹는 것이다. 닭, 삼, 대추 등 온통 열을 내는 음식이다. 밖이 뜨겁고 양이 극에 달하니 사람의 속은 차갑고 음기운을 요구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음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보리밥을 먹는 것이다. 반찬이 없어도 된장 고추만 있어도 보리밥이 맛있는 이유를 알만 하지 않는가.

덥다고 찬 음식부터 먹을 일이 아니다. 장을 생각한다면 뜨거운 물에다 찬물을 섞어 만든 따뜻한 음양탕을 마셔야 한다. 냉장고에 넣어둔 물부터 밖으로 꺼내놓으라. 몸이 차면 냉음료, 아이스크림은 더더욱 피해야 한다. 땀이 뻘뻘 날 때는 찬물로 샤워를 해서는 안 된다. 따뜻한 물로 씻어야 한다. 배는 항상 따뜻하게 해야 한다. 더운 날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사계절 중 여름만 조섭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야 건강하게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 겨울을 보낼 수 있다.

글. 정유철 코리안스피릿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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