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은?

제자가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은?

서울 상경초등학교 6학년 4반, ‘영혼의 선물주기’ 현장탐방

2012년 05월 17일 (목)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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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상경초등학교 6학년 4반 교실에선 교사가 제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담임인 김진희 교사의 가슴에는 카네이션 꽃이 하나 있을 뿐 반 어디를 둘러봐도 선물꾸러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이날이 ‘스승의 날’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오늘은 스승의 날이에요. 여러분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

아이들은 서로 쳐다보며 무슨 선물을 줄까 함박웃음을 짓는다. 김 교사가 준비한 선물은 문방구에 쉽게 살 수 있는 수첩이었다. 김 교사가 매년 스승의 날에 동참하는 이벤트, '영혼의 선물주기'. 그가 소속한 뇌교육실천교사연합(회장 고병진)이 1998년부터 14년째 전개하고 있는 캠페인 중의 하나다.

그는 영혼의 선물을 만나기 전에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선물 가져오지 말라고 매일 편지 쓰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이었다. "내가 스승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데, 아이들이 스승이라고 선물을 주면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제자의 꿈이 이뤄지기를

김 교사는 제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주고 다가가 수첩과 편지를 줬다. 아이들은 조막만한 손으로 편지를 받고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읽었다. 꿈의 수첩은 어떤 의미일까? 편지지를 살펴보니, “존 고다드가 127개의 꿈의 목록을 적고 그 꿈을 이루어가듯이 제자들도 이 꿈의 노트를 적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교사의 안내에 따라 수첩을 받아든 아이들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들을 적었고 한명씩 발표하기 시작했다. ‘방송국 PD, 교사, 기관사’ 등의 직업도 있었고, ‘무전여행, 수락산 등반, 파리로 신혼여행’ 등의 소망을 발표한 아이들도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표를 듣고 두 눈을 바라보며 꼭 이뤄질 거라고 격려를 보냈다. 아이들도 서로의 꿈을 들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마치 꿈이 오고가는 ‘시장’ 에 온 느낌이었다.

발표가 끝나자 아이들은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이 적은 꿈이 이뤄진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명상을 통해 꿈을 체험해보는 시간. 교사의 안내에 따라 아이들은 제법 진지하게 임했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서 ‘우리 모두의 꿈이 이뤄졌다’고 말하자 모두 만세를 외쳤다.

교사가 아닌 스승이 되기를

스승의 날, 영혼의 선물주기는 이렇게 끝났다. 김 교사를 복도에서 만나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물어봤다. "처음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이것을 하면 좋겠다고 결정하죠. 그것(수첩)을 주문하고 일주일 기다려요. 또 포장하고 아이들에게 써줄 글을 하나하나 쓰다 보면 거의 한 달이 걸린다고 봐요. 4월부터 고민하고 준비했어요. 어떻게 할까 어떤 마음을 담을까? 어떻게 이야기해줄까?(웃음)"

그는 꿈의 수첩에 대해, "요즘 아이들은 학원 가랴 공부하랴 하고 싶은 것이 없어요. 생각할 겨를이 없는 거죠. 꿈의 수첩은 나를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기회를 가져보라는 거예요. 구체적인 꿈을 가진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 꿈이 나만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꿈이냐고 물어보면 꿈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스승의 날만 되면 부담스러웠던 김 교사도 이날 행사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앞으로 내가 너희들의 스승이 되겠다. 평생 너희가 어떠한 사람이 되는지 기도해주고 잘 자라기를 계속 바란다. 그러한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글·사진. 윤관동 기자 kaebin@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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