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남자, 맞는 여자. 당신이 모르는 사실들

때리는 남자, 맞는 여자. 당신이 모르는 사실들

당신이 모르는 가정폭력의 모든 것 - 1

2012년 05월 15일 (화)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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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6년간 메모지로만 소통한 나이 든 부부에게서 ‘가정폭력’이 인정되면서 이혼 판결이 난 적 있다. 직접적으로 때리지 않아도 정신적으로 입는 피해가 상당한 정서폭력으로 인정되었기 때문.

그렇다면 ‘때리는 남자와 맞는 여자’, 폭력이 일어나는 가정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여성상담센터 현혜순 센터장을 만나 가정폭력에 대해 알아 보았다.

 

 

Q. 다들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육체적 부분만 생각하는 데, 정신적인 폭력도 있을 것 같다.

A. 폭력에는 신체폭력, 정서폭력, 성적폭력이 들어간다. 신체폭력은 때리는 것, 정서폭력은 욕하고 협박하고 모욕을 주는 것, 성적폭력은 성폭력이다.

사람들은 신체폭력의 심각성을 느끼지만 정서 폭력에는 굉장히 무딘 편이다. 특별한 증거가 남기기 어려워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정서폭력도 심각하다. 이런 폭력은 여성이 하는 경우도 많다. 정서폭력도 부부가, 가족이 서로 조심해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Q.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보면 오랫동안 참고 사는 사람이 많다. 도대체 왜 이렇게 참고 사는가?

A.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 대해 사람들은 ‘저 여자는 맞는 것을 즐기나 보다’ ‘여자가 오죽 잘못했으면, 맞을만한 일을 했겠지’ 등의 반응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피해 여성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정말 모성애가 강하다. 내가 이혼하고 나가면 아이를 보호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참는다.

요즘은 피해여성과 가족을 위한 쉼터나 상담센터 등이 많이 생겼지만 그 동안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벙어리 삼 년, 장님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결혼하면 그 집 귀신이 되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친정으로 가는 것도 여의치 않고 오직 참고 사는 것이 능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피해를 받아도 여성들은 갈 곳이 없고 가정을 박차고 나가도 경제력이 약해 금전적인 벽에 당장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환상에 있다. ‘나이가 들면 힘이 약해져서 때리지 않겠지’ ‘내가 잘해주면 저 사람이 좋아질거야’ 등의 생각을 한다. 하지만 환상은 환상일 뿐이다.

 

A. ‘가정폭력’을 하는 남자에 대해 흔히 ‘처음에는 잘해 주던 사람이 나중에 점점 더 본색을 드러내며 폭력적으로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는 어떠한가?

Q. 평소 잘해주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듯 가정폭력을 시작하는 일은 없다. 가정폭력은 대부분 어릴 때 성장과정에서부터 계속 문제가 쌓여서 나타난다.

특히 가해자의 아버지가 가부장적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일이 잦았을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가 화나게 하면 아버지가 공격적으로 대하거나 때리고, 물건 부수는 행위 등을 보면서 자란 사람은 보통 갈등이 생기면 폭력으로 문제 해결하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의 가부장적인 사고다. 우리나라는 가부장적인 성 역할 관념이 굉장히 강하다. 남편이 말했을 때 부인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으면 화가 난다. “너는 내 말을 무조건 옳다고 하고 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왜 아내를 때렸냐고 가해자 남성에게 물으면 대부분 ‘아내가 내 말을 듣지 않아서’ 혹은 ‘아내가 내 말을 무시해서’ 등의 답변을 한다.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기 때문에 욕을 하거나 때리는 것이다.

이들은 성 역할 고정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해야 하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식의 관념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가장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아내나 자식이 말을 듣지 않으면 욕을 하거나 때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A. 피해자나 가해자에 흔한 유형이 있지 않을까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저소득층’의 블루칼라 계열에서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Q.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고소득층은 숨기거나 이혼을 하고 끝내기 때문에 노출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비슷한 수준으로 일어난다. 가정폭력이 심할 경우, 골프채나 의자 등 집안에 있는 것은 모두 무기가 된다. 양주 먹다가 양주병을 던져 머리에서 피가 되기도 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 뺨을 때리고, 밀치고, 침대에 집어 던지고 한다.

나중에 남편은 ‘난 때리지 않았다. 화가 나서 침대에 던졌을 뿐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굉장히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남편과 아내, 가정을 이루는 가장 핵심인 두 사람이 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인터뷰는 이어졌다. ‘폭력은 세대를 이어 학습된다’에서는 왜 때리는지, 그리고 왜 참고 사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한국여성상담센터. http://www.iffeminist.or.kr/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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