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항생제 소비량은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우리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기만 해도 당장 동네 소아과로 가서 해열제나 항생제가 포함된 감기약을 처방받는다.
세균성 질환에 효과적인 항생제는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에는 불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습관처럼 항생제가 남용된다. 항생제의 오남용은 아이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 얼마 전 바이러스성 폐 질환으로 임산부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도 생겼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면역력 약하면 감기 후유증이 크다
감기는 한의학적으로 사기(邪氣), 즉 나쁜 기운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양의학적으로는 감기를 유발하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한 것을 말한다. 몸 안에 나쁜 기운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아이는 기침, 콧물, 열로 그 신호를 보낸다. 소위 '감기에 걸린' 상태가 되는 것이다. 감기가 진행될수록 처음 보낸 감기의 신호는 점점 심해졌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조금씩 나아져 증상이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관여하는 것이 우리 몸의 면역력이다.
면역력이 온전한 아이는 이 과정이 가볍게 털고 일어날 정도로 짧게 이루어지고 감기가 지나간 후 면역력이 더욱 강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 과정이 너무 길고 혹독하며 중이염, 폐렴 등 감기 합병증은 물론 온 몸의 장기까지 기능이 떨어져 성장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여름철은 병원성 바이러스의 활동이 현저히 떨어지는 계절이기 때문에 '오뉴월 감기'나 '여름 감기'는 대개 면역력 탓인 경우가 많다.
생애 첫 감기,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연약한 갓난아기들이 의외로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모체로부터 받은 선천 면역력이 있다. 이로 인해 세상에서의 첫 출발을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선천 면역력이 생후 6개월 무렵이면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기가 생후 6개월 이후에 첫 감기를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아이가 스스로 면역력을 쌓아가기 시작하는 때는 만 2세 이후이다. 면역력이 부족한 생후 6∼24개월 아기는 감기는 물론 모세기관지염, 폐렴, 중이염 등 감기 합병증을 앓는 일이 많다. 아이누리 한의원 서울대점 박성남 원장은 "병치레가 끊이지 않는 이 시기에 부모가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아이 면역력이 좌우된다. 항생제나 해열제의 오남용으로 증상만 다스렸다가는, 단체생활을 시작할 만 3세 이후에 더 잦은 병치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첫 감기, 진료 받되 약물 사용은 신중하게
그렇다면 아기가 생애 첫 감기에 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은 증상이 가벼워도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열이 5일 이상 진행되면 다른 병일 수 있으므로 지체해서는 안 된다. 가벼운 기침이라도 모세기관지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열이 날 경우 폐렴, 뇌막염 등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열, 콧물 코막힘, 기침, 가래 등 증상을 덜어주는 돌보기에 신경 쓰면서 아기의 호전 상태를 살펴본다.
아이누리 한의원 서울대점 박성남 원장은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되, 약물 사용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단순한 감기라면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증상이 심하다면 아기용 탕약이나 한방 과립제 등을 쓸 수 있다. 아기들이 맞을 수 있는 자석침, 스프링 침 등으로도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생후 6개월 이전부터 감기가 잦은 경우, 모세기관지염을 몇 번 앓았던 경우, 돌전인데도 폐렴, 잦은 중이염 등으로 고생했던 경우 등이라면 호흡기 면역력이 떨어진 것일 수 있다. 이때는 아기 체질과 건강 상태에 맞고 호흡기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글. 이수연 brainlsy@brai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