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의 교육칼럼] 청소년의 뇌, 아직 완성품 아니다

[문용린의 교육칼럼] 청소년의 뇌, 아직 완성품 아니다

문용린 교육칼럼

브레인 4호
2010년 12월 29일 (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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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0대 청소년들은 항상 문젯거리였다. 10대는 이유 없는 반항의 시기이고, 질풍노도의 시기이며,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시기이고,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한 석판에도 ‘요즘 젊은이들의 행동이 점점 더 거칠어져 걱정이 된다’라며 10대의 버릇 없음을 탓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왜 10대들은 이렇게 반항적이고 막무가내일까? 심리학과 교육학 내에서는 대체로 두 갈래의 해석이 있어왔다.

왜 10대들은 반항적일까? 호르몬 vs. 금기

하나는 S. 홀S. Hall의 주장으로 10대의 신체적 발달과 생리적 메커니즘의 특징이 10대들의 독특한 행동 특징을 유발시키는 원흉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사지와 몸통의 불균형 발달이 10대를 심리적으로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들며, 급격한 성호르몬의 분비 증가가 10대 특유의 스트레스와 충동을 머금게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해석은 M.메드M. Mead의 해석으로 10대에게 독특하게 작용하는 사회문화적 압력과 억압체제가 10대 특유의 행동 특징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성적 관심과 접촉 행동에 대한 과도한 금기와 억압이 청소년을 짜증스럽게 몰아붙이고, 죄의식에 잠기게 하여 부적응 행동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들은 청소년에 대한 억압과 금기가 없거나 약한 문화에는 10대 청소년의 문제가 거의 없다는 증거를 내세우기도 한다.








제3의 해석, 미숙한 뇌


지금껏 이 두 가지 해석이 교차하면서 10대 청소년들의 문제가 설명되곤 했는데, 두 해석 모두 명쾌한 해답을 주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10대 청소년 시기에 돌출 행동, 충동 비행이나 범죄 등이 유별나게 많은데, 그 까닭이 호르몬의 영향인지 사회문화적 탓인지를 판별해내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은 흔히 고조된 호르몬의 상태에 사회문화적 단서cue가 제공되어 행동이 촉발된 것으로 해석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뇌의 작용 기제가 차츰 밝혀지면서, 10대의 반항이나 돌출 행동에 대한 해석의 관점이 독자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세 번째 관점이다. 이 관점에 의하면, 10대 청소년들의 특이한 행동은 호르몬 탓도 아니고, 사회문화적 압력 탓도 아니다. 단지 뇌의 미숙한 발달 탓이다.

특히 이들은 전전두엽의 미성숙을 10대 돌출 행동의 원흉으로 꼽는다.

청소년 뇌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드Giedd 박사는 청소년 시기에 급속하게 변화하는 뇌의 부위를 발견했는데, 그곳이 바로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부분이었다. 그에 의하면, 12~13세경에 전전두엽 부근의 뇌세포에서 수상돌기의 과잉생산이 절정에 이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의 수상돌기의 과잉생산 활동은 곧 전전두엽 피질이 미성숙에서 성숙 상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청소년 시기는 전전두엽이 완성되어 있는 시기가 아니라, 성숙에 이르는 과도기 상태임을 나타낸다.

충동조절의 미숙, 전전두엽에게 물어봐







문용린(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전 교육부장관)


전전두엽 부분이 담당하는 기능은 무엇인가? 뇌 속에서 집행부CEO의 역할을 하는 곳인데, 특히 미리 결과를 생각해보고 뇌의 다른 영역을 움직이게 할 충동drive을 조절하는 곳이다.

따라서 전전두엽의 미성숙은 충동조절의 미숙으로 나타난다. 이 부분의 발달이 미숙한 청소년들은 어른들에 비하여 충동조절이 잘 안 된다.

즉, 10대 청소년들의 반항과 질풍노도의 행동 특징은 바로 전전두엽 피질의 미성숙으로 인하여 생기는 충동조절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참기 힘든 모욕을 당했을 때,  어른들이 청소년들에 비해서 더 잘 참고 견디는 것은 바로 전전두엽 부분의 완성도 덕분이다. 청소년에게는 이 부분이 아직 양생이 덜된 콘크리트와 같다. 남들이 딛고 간 발자국이 너무 큰 흔적을 남겨 가만히 참고 견디지를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뇌의 발달이 생애 초기에 거의 완성되는 것으로 알아왔다. 그래서 10대 청소년의 독특한 행동 특징을 뇌 발달의 미성숙과 연결시켜 생각하지를 못했다.

그러나 지드 박사의 연구는 청소년 시기까지 뇌는 꾸준히 발달해가는 것이며, 그것이 완성에 이르기 전까지는 행동상의 미숙함이 계속 나타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지드 교수는 우리에게 10대 청소년을 좀 더 발달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권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글·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전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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