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을 보면, 주인공 애니가 칼로 사과껍질을 벗길 때 단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끝까지 깎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애니는 대뇌의 전두전야가 남들보다 발달했을 지도 모르겠다.
최근 일본의 연구진에 의하면 칼로 사과를 깎으면 이성, 상상력, 판단력 등을 담당하는 대뇌의 전두전야가 자극된다고 한다. 위험한 칼을 제어하면서 사과를 움직여 껍질을 벗기는 복잡한 동작이 뇌 활동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리모트컨트롤 등에 사용되는 근적외선을 뇌에 쏘아 혈류량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사과깎기와 뇌활성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성인 남녀 14명(23~54세)에게 사과 껍질을 칼로 깎게 하고 혈류량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사과를 깎는 동안은 전두전야의 혈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칼을 사과 표면에 대고 깎는 흉내만 낼 때보다, 진짜로 깎을 때 혈류량이 많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사과를 깎는다고 머리가 좋아진다고 반드시 말할 수는 없지만, 뇌를 더 많이 쓰려면 껍질이 벗겨져 있는 야채나 과일을 사기보다는 스스로 깎아 먹는 쪽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권했다.
글. 뇌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