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은 가고 ‘소식’이 뜬다

'먹방’은 가고 ‘소식’이 뜬다

[브레인트레이닝] 소식, 최고의 안티에이징

브레인 97호
2023년 02월 17일 (금)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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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 최고의 안티에이징. 게티이미지


10인분의 곱창을 혼자서 먹어치우고 라면 10개를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다 먹는 ‘먹방(먹는 방송)’은 1인 가구의 증가, 다이어터를 위한 대리만족으로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 는 인기 콘텐츠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먹방’의 인기를 밀어내고 ‘소식’이 대세 트렌드로 부상했다. 

음식을 적게 먹는 ‘소식’과 한 분야에서 최고에 오른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좌’가 합쳐져 ‘소식좌’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소식좌들은 김밥 한 줄을 4명이 나눠 먹고, 고구마 하나로 한 끼를 대체하고,고기 한 점을 먹는 데 3분이 걸린다. 

예전부터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다. 과거에는 건강과장수의 비결을 소식에서 찾았다. 적게 먹고 많이 씹으라는 의미인 ‘소식다작(少食多嚼)’은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큼 섭취하느냐가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알려준다.

1978년 생물노년학자 가가와 야스오(香川靖雄)는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일본 본토 학생에 비해 열량 섭취량이 3분의 2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또 본토 성인에 비해 오키나와 성인도 열량 섭취량이 약 20퍼센트 적어서 더 마른 편이었다. 그러나 수명과 건강수명은 오키나와 사람이 본토 사람보다 더 길었다. 섭취하는 총열량, 당과 소금의 섭취량이 적었고, 체구는 작았지만 건강하게 장수했으며, 100세에 도달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반면 뇌혈관질환, 악성종양, 심장병을 앓는 사람은 훨씬 적었다.
 

운동보다 소식이 노화방지에 더 효과적

25년간 노화와 유전에 관해 연구한 하버드대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박사는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고 더 오래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소식을 꼽았다.

중국의 장수촌 마을인 바마야오족 자치현(巴馬瑤族自治县) 주민들 상당수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생활을 해 왔다. 이들은 보통 정오 무렵에 소량의 식사를 하고, 저녁에 가족과 함께 질 좋고 건강한 음식을 충분히 먹는 식사를 했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 평균 16시간 이상을 먹지 않고 지냈다. 움직이는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전문가들은 ‘간헐적 단식’ 또는 ‘주기적 단식’을 권한다. 하루 중 일정 시간에만 단식을 함으로써 우리의 생존회로를 활성화한다는 주장이다. 
 

▲ 소식의 전제 조건은 영양 균형이다. 게티이미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The University of Groningen in Holland) 신경과학과 교수팀은 저지방 식과 소식이 노화로 뇌 시상하부에 쌓인 염증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저지방식과 칼로리를 40퍼센트 줄인 소식, 운동이 뇌 속 염증제거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저지방식과 소식을 병행했을 때 염증이 가장 많이 줄어들고 뇌의 노화가 늦춰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저지방식만 했을 때는 노화방지 효과가 없었다. 연구팀은 “운동보다 소식이 노화방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페닝턴생의학연구소(Pennington Biolmedical Research Center) 연구팀에 따르면, 소식을 한 사람은 같은 몸무게의 소식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80~120kcal를 대사에 덜 사용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로 발생하는 과도한 체내 활성산소가 노화를 일으키는데, 열량 섭취를 줄이면 대사와 노화의 진행속도가 느려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먹느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뇌는 음식 섭취를 어떻게 조절할까?

1940년대 학자들은 우리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음식 섭취와 몸무게를 조절한다고 생각했다. 쥐 실험에서 시상하부의 한 부분을 손상시키면 뚱뚱한 쥐가 되고, 다른 부분을 손상시키면 전혀 먹지 않아 굶어 죽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1994 미국 록펠러대학 제프리 프리드 먼(Jeffrey Friedman) 교수의 연구팀이 지방세포가 만드는 호르몬인 ‘렙틴’을 발견하고, 이 호르몬이 섭식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1년 미국 UT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조엘 엘름퀴스트(Joel Elmquist) 박사의 연구팀은 2011년 렙틴과 먹는 습성을 연결하는 뇌의 신호전달 경로를 밝혀 냈다. 렙틴은 시상하부 중앙에서 식욕을 감퇴시키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식욕을 억제하는 신경 펩타이드(neuropeptides)를 분비한다. 이와 동시에 렙틴 에 민감하고 식욕을 증진하는 다른 세포들을 억제해 이 세포들이 식욕촉진 신경 펩타이드를 분비하지 못하도록 한다. 

결국 렙틴 민감성 세포들은 측부 시상하부(식욕 등 여러 가지 행동을 조절함)에 있는 신경세포(MCH 신경 펩 타이드를 분비하는 그룹도 포함해서)에 식욕 억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지방세포에서 렙틴이 분비되면 뇌에서 포만감을 느낀다. 그러나 인체가 너무 많은 양의 렙틴을 접하게 되면 저항성이 생기고, 저항성이 한번 나타나면 인체는 영양 공급을 중단하고 지방을 연소하려는 호르몬의 전달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그 대신 배고픈 상태로 인지해 단 것을 찾고,지방을 더 많이 축적하게 된다. 이러한 렙틴 저항성은 심장병, 당뇨병, 대사증후군의 위험 인자 를 늘리는 내장 지방의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하는 것이 소식은 아니다. 게티이미지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소식이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식을 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소식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조건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 추후에 절식으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또 면역체계가 무너져 면역력이 약해지고 피부가 얇고 건조해지면서 탈모, 빈혈, 호흡 부전, 월경 중단, 손발 저림, 근육 축소에 따른 운동능력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소식좌 유행에 따른 극단적 소식은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 식은 기초대사량과 활동량이 함께 떨어져 잉여 에너지가 많이 쌓이는 40~50대에 시작하여 70세 이전에 끝내는 게 좋다고 말한다. 

또 소식을 주의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성장기 청소년과 70대 이상 노인은 소식을 피하는 게 좋다. 청소년기는 뼈와 장기가 자라는 시기이므로 풍부한 영양섭취를 통해 성장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필수 영양소를 고려하지 않고 소식을 하면 키가 크지 않는 등의 성장 발달 지연이 오거나,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에너지가 부족해 몸속 면역체계가 약해질 수 있다. 

70대 이상의 노인도 주의가 필요하다. 무작정 먹는 양을 줄인다면 칼슘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다. 칼슘과 단백질 섭취 부족으로 근감소증을 초래하거나 골다공증이 악화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대사능력이 약해져 음식물을 섭취해도 몸이 영양소를 흡수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든다. 노년에는 이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양이 적어지는 것이다. 노인은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소식보다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여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건강하게 소식하는 방법

소식의 전제 조건은 영양 균형이다. 반찬보다는 밥의 양을 줄여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채소나 고기반찬 등을 평소 먹는 양만큼 섭취하여 비타민과 칼슘 같은 필수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충분히 꼭꼭 씹는 것도 중요하다. 식사 후 뇌의 포만감 중추가 자극돼 배부름을 느낄 때까지 약 20분이 소요된다. 너무 빠른 속도로 먹으면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아 소식에 실패하기 쉽다.

소식을 시작할 때는 4~6주에 걸쳐 천천히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갑자기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가 적어지면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 음식을 만들 때 한꺼번에 만들기보다는 한번 먹을 때 필요한 양만 준비하여 규칙적인 시간에 일정량을 나눠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평소 섭취하는 칼로리의 30퍼센트 정도 줄일 때 최대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실시한 원숭이 실험에서도 전체 열량을 30퍼센트 줄인 경우 수명연장 효과가 컸다.

소식은 배고픔을 단순히 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뇌는 약 1.5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몸의 에너지를 20퍼센트 이상 소비한다. 그래서 식사량을 갑자기 줄이면 배도 고프지만 뇌가 연료 부족 상태에 빠져 뇌 활동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저혈당 상태가 되면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먼저 약화돼 의사결정이나 감정조절, 충동에 대한 자제력이 떨어지게 된다.
 

▲ 배고픔 지수(Hunger Scale)


이를 위해 배고픔을 수치화한 표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미국 MIT 메디컬에서 만든 ‘배고픔 지수(Hunger Scale)’는 음식을 적정량 섭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전체 10단계 중 4~6단계가 건강한 식습관이다. 
 

식사를 하다가 어느 정도 배가 차면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신의 상태를 체크 해본 뒤, 7단계 이상이라면 과감하게 식사를 끝낸다. 다만 음식물을 섭취한 후 포만감을 느끼기까지는 20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식사는 천천히 30분에서 1시간에 걸쳐서 하는 것이 좋다. 간식을 먹을 때도 자신의 상태를 살펴 3단계 이하라면 간단히 견과류 등의 건강한 간식을 먹고, 4단계 이상이라면 식사 시간 때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

배고픔 지수를 활용해 식사량을 조절하다 보면 자신이 어느 정도 먹고 있는지, 자주 먹거나 과식하고 있지 않은지 알 수 있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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