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의 메커니즘과 브레인 트레이닝
①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뜻하나?
② 감정은 왜 조절하기 어려울까?(클릭)
③ 감정조절을 위한 브레인 트레이닝 5단계(클릭)
약속 시간이 코앞인데 도로 위에서 차가 꼼짝하지 않을 때 올라오는 짜증, 노력에 대한 불공정한 평가와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엄습하는 불안, 사람들 앞에서 실수했을 때 달아오르는 수치심, 사랑하는 이가 떠난 빈자리에서 느끼는 상실감, 바이러스나 자연재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위협에 대한 두려움 등 우리는 거의 모든 순간 어떤 종류의 감정을 느끼며 생활한다.
감정이 있기에 우리는 호·불호 또는 유·불리를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 감정은 생존을 위해 진화시킨 고도의 뇌 기능이다. 인간의 뇌가 여타 동물과 다른 점은 성장과정에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전전두엽에 갖추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은 배가 고파도, 성적으로 끌리는 이성을 보아도, 어떤 상황에서 분노해도 그것을 참고 행동을 조절하거나 상황에 맞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현대인들은 복잡해진 사회구조와 전 지구적인 온라인 네트워크 속에서 전에 없던 감정의 홍수를 경험하다.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언제든 연락할 수 있지만, 막상 식탁 앞에 마주 앉은 가족 간의 대화는 줄었다.
열린 정보 속에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시장은 불안, 강박, 공황을 촉발한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허전함과 외로움이 줄지는 않는다. 감정의 측면에서 보면 진정 ‘풍요 속의 빈곤’이다. 이는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만병의 근원이라고 일컫는 스트레스의 만연은 개인의 정신건강을 헤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건강도 멍들게 한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 반인륜적인 범죄, 자살률 증가의 원인을 살펴보면 개인이 겪은 스트레스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내 자신이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능률이 떨어지고, 관계를 원만하게 형성하지 못하며,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잘 조절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뜻할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지며, 자신이 원하는 표현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태이지 않을까?
이것은 무작정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거나 회피하는 것과는 다르다. 감정을 느끼되 이에 휩쓸리지 않고, 원하는 상태를 ‘선택’하여 만들어내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소통을 위해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손뼉치며 웃을 수 있고, 얼굴 붉히며 화를 낼 수 있고, 깊은 슬픔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이러한 감정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평정심을 되찾으며, 정황과 의도에 맞게 표현하는 힘이 있을 때 감정조절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글. 노형철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사무국장, 마스터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