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뇌맘대로] 먹방, 나의 뇌는 어떻게 느낄까?

[내맘대로 뇌맘대로] 먹방, 나의 뇌는 어떻게 느낄까?

내맘대로 뇌맘대로

브레인 81호
2020년 08월 23일 (일)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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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방_쏘영 장어미꾸라지

# 전 세계인이 하루에 10억 시간을 쓰는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대세 SNS 유튜브 입니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크를 갖춘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이기도 합니다. 전체 SNS 사용량의 27.8%라고 합니다.

한국 유튜브 TOP100 채널을 살펴보면 유튜브를 즐기는 사용자의 뇌도 엿볼 수 있겠지요. 우선, 상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채널은 바로 연예기획사 및 연예인, 음악관련 채널입니다.

TV에서만 만날 수 있던 최애(가장 애정하는) 연예인의 활동과 개인적인 소통을 내가 원할 수 있을 때 만날 수 있으니 많은 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게다가 한류의 선전으로 K-POP을 찾는 세계인도 많아진 덕에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어 소통하는 창구가 되었습니다. 그 외 채널 중 가장 많은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먹방(음식을 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 컨텐츠를 방송하는 채널입니다. 공중파 예능과 드라마에서도 종종 친근함과 공감을 끌며 주목받았던 먹방은 유튜브에서 자유로운 형식과 더 놀라운 먹거리를 보여주며 인기 컨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날씬해 보이는 여성 진행자가 남성 대식가도 먹기 힘든 음식을 먹는다든지, 대왕 젤리 등 독특한 음식을 먹는 모습 등은 더욱 주목을 끌었습니다.

▲ 먹방_쯔양 랍스터

# 맛있어 보이는 음식과, 맛보며 즐거워하는 유튜버의 영상은 시청자 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몸에 영양분이 채워질 뿐 아니라 뇌에서는 보상받았다고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 나와서 만족감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한 영국 연구에서는 음식 사진을 보여준 후 실험자의 뇌의 모습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하였습니다. 이때 욕망과 보상중추인 두뇌 부위가 24% 증가한 활성도를 보였습니다. 영상을 볼 때도 그런 호르몬이 나온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화면 앞에 맛있어 보이는 요리와 달콤한 디저트는 우선 시각적으로 뇌를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시청자의 앞에 놓인 것이 아니지만, 뇌는 그 음식의 향을 맡고, 손으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 씹는 유튜버의 모습을 보면 공감 뉴런의 회로가 작동할 것입니다. 특히 나와 지속적으로 교감한다고 느껴지는 친근한 유튜버에게서는 더욱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한편, 먹방을 보는 것이 폭식을 유발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먹방을 받으면서 받는 신경 신호가 중독되기도 좋다는 것입니다. 시각적 자극으로 인해 더욱 보상받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발동하고, 식욕이 자극되어 실제로 음식을 찾게 됩니다. 덕분에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보고, 먹고, 쾌감을 느끼는 사이클이 반복되면 폭식으로도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영국 리버풀대 애나 콧츠 박사팀은 9-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방송이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연구팀은 176명의 아이들을 몸에 좋지 않은 정크푸드를 먹는 영상을 본 그룹(A)과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을 본 그룹(B), 그리고 먹방이 아닌 다른 방송을 본 그룹(C)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초콜릿, 젤리 등을 간식으로 주었습니다.

이때 A 그룹 아이들은 C그룹의 아이보다 32% 이상 더 많은 간식을 먹었습니다. 또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본 A와 B그룹은 다른 방송 장면을 본 C그룹보다 평균 26% 높은 칼로리를 섭취했습니다.

시청했던 영상에 영향을 받아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는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에는 먹방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평소에는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 먹방_혜리 당면

# 보상 호르몬뿐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감도 있습니다. 먹방 시청자들은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을 할 때 누군가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지요. 먹방 유튜버들은 맛이나 식감을 설명하고, 친구처럼 화면 밖의 시청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래서 시청자도 혼자가 아니라 마치 같은 시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함께’ 먹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데요. 산업의 발달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던 기본적인 식생활조차 매우 빠르게 변화시켰습니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간단하게 편의점, 혹은 패스트푸드 점의 키오스크 기기에서 원하는 음식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하루 세끼를 말 한 마디 할 없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은 편리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뇌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신체 내부 정보뿐 아니라 외부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도록 진화해왔습니다. <우울할 땐 뇌과학>의 저자이나 뇌과학자인 알렉스 코브는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가장 건강합니다."라고 전합니다. 먹방을 보면서 느끼는 ‘함께’라는 느낌이 만족감과 안정감으로 뇌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떤 채널, 어떤 영상을 보든 사용자들의 취향이고 선택입니다. 다만 이렇게 전해지는 시각, 청각, 혹은 그 이상의 감각과 정보 자극이 자신의 뇌에 영향을 주고, 인생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잊지 마세요. 음식 메뉴를 고르고 원하는 유튜브 채널을 고르듯, 원하는 인생도 고를 수 있는 힘이 우리 뇌에 있으니까요.

글. 조해리 hsaver@gmail.com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 뇌를 잘 활용할 방법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도 당신도 우리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KAIST 학사 졸업,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박사 과정,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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