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의 두뇌활용가이드] 전신을 두드리자! <2편>

[이승호의 두뇌활용가이드] 전신을 두드리자! <2편>

이승호의 두뇌활용가이드

브레인 76호
2019년 07월 18일 (목)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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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으로 전신을 두드리면서 두드리는 곳에 주의를 기울이면, 몸에 있는 각종 감각수용체(sensory receptor)가 활성화되면서 촉감이 발달한다. 유아기에 촉감 능력이 저하되면, 신경 발달은 지연되고 필요한 신체적 기능이 미숙하게 되어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폭력과 같은 부정적인 접촉은 사망률을 높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접촉을 통해 촉감을 발달시키면 조산아의 치사율이 낮아지기도 한다. 촉감은 감각-운동 신경망뿐 아니라 여러 신경망을 자극하여 발달시키고, 성인이 되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다(Pearce, 1986). 

미국 출신 캐나다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 1891~1976)는 뇌수술 중에 피질을 전기로 자극하여 반응하는 신체 부위를 지도로 만들었다(Penfield & Jasper, 1954). 각 신체 부위에 해당하는 피질의 표면적에 비례하여 사람 형상을 만들면 아래 사진 속 인형과 같다. 왼쪽 인형을 감각 호문쿨루스(sensory homunculus)라고 하며, 오른쪽 인형을 운동 호문쿨루스(motor homunculus)라고 부른다. 호문쿨루스는 라틴어로 ‘소형 인간(little person)’을 의미한다.

사진에서 보듯이, 손은 다른 신체 부위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감각 피질과 운동 피질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손은 단순히 무언가를 집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정서적⋅언어적 발달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도 알려져 있다(Connolly, 1999). 전신 두드리기는 손으로 신체 곳곳을 두드려주기 때문에, 손의 움직임과 감각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인지⋅정서⋅언어 발달에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전신 두드리기는 손을 포함한 온 몸에 분포되어 있는 감각수용체를 자극한다. 각종 수용체와 연결되어 있는 감각신경은 전기적⋅화학적 작용을 통해 뇌에 정보를 전달하면서 관련한 뇌 부위를 활성화시킨다. 감각 신경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전신 두드리기를 뇌교육 5단계 중 1단계 ‘뇌감각 깨우기(brain sensitizing)’로 분류한다(Lee, 2017). 뇌에는 통각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통증을 느낄 수도 없고, 심지어 누군가가 두개골을 열고 뇌를 만지더라도 촉감을 느낄 수는 없다. ‘뇌감각을 깨운다’라는 의미는 실제 없는 뇌 감각을 생리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아니라, 전신 두드리기와 같은 수련을 통해 뇌를 자극하여 활성화시킨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 전신 두드리기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그냥 두드리는 것이 아니다. 뇌신경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두드리는 부위에 주의를 집중하고 촉감을 느낄 만큼의 강도로 두드리면서, 감각을 느끼고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주의 집중력은 시냅스 가소성을 활성화시킨다. 시냅스 형성은 축삭 돌기의 수초화(myelinated)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초는 축삭돌기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표피로, 수초가 있으면 축삭돌기를 따라가는 운동 전하의 이동 속도가 100배나 더 빨라진다고 한다. 이와 함께 다음 발화를 위해 잠시 멈추어 있는 시간인 휴지기도 30배 줄어든다고 한다. 따라서 수초화된 신경망이 그렇지 않은 신경망보다 100×30, 약 3,000배 더 효율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Siegel, 2012). 주의집중 강도가 강해질수록 신경세포들이 주고받는 신호 강도는 강해지고, 신경망이 더 강력하게 활성화되고, 시냅스 연결을 촉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분비된다(Dehaene & Changeux, 2011; Merzenich & Syka, 2005; Siegel, 2011).

주의 집중력은 신경망을 만들고 기억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다. 하지만 새로운 신경망은 단 한번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전신 두드리기는 그냥 아무렇게나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두드리는 곳에 주의를 집중하고 감각느낌(felt sense)을 알아차리면서 꾸준히 반복적으로 해야만 두뇌 활용에 도움이 된다. <  다음 호에서 계속>

글.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참고문헌]
Connolly, K. J. (1999). the psychobiology of the hand.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Dehaene, S., & Changeux, J. P. (2011). Experimental and theoretical approaches to conscious processing. Neuron, 70(2), 200-227.
Lee, I. (2016). The Power Brain. BestLifeMedia.
Merzenich, M. M., & Syka, J. (2005). Plasticity and Signal Representation in the Auditory System. NY: Springer.
Pearce, J. C. (1992). Evolution’s End, Claiming the potential of Our Intelligence. San Francisco: Harper & Row.
Penfield, W., & Jasper, H. (1954). Epilepsy and the functional anatomy of the human brain. Boston: Little, Brown & Co.
Siegel, D. J. (2011). 마음을 여는 기술 [MINDSIGHT]. (오혜경 역). 파주: 21세기북스. (원전은 2010에 출판)
Siegel, D. J. (2012). The mindful brain : how relationships and the brain interact to shape who we are(2nd ed.). NY: No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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