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무비] 인간 뇌의 잠재성이 궁금해?- 영화 마녀

[브레인 무비] 인간 뇌의 잠재성이 궁금해?- 영화 마녀

[영화 리뷰] 마녀(박정훈 감독)

브레인 71호
2019년 05월 17일 (금)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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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미트리스’, ‘루시’에 이어, 두뇌 잠재성 발현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한국 영화, ‘마녀’! 많은 사람들이 뇌를 100% 사용하게 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마녀’에서 다뤄진 줄거리나 연출 방식에 대한 해석보다도 영화 전반에 스며있는 뇌과학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 우리는 과연 뇌를 몇 퍼센트나 사용하고 있을까요?

오래 전부터 회자되어 온 이슈로, 인간이 뇌의 10%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과거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느 연구원이 던진 한 마디로 인해 지난 수십 년간의 역사적 과학 논쟁이 출발하게 된 것 같습니다. 혹자는 일반 사람의 경우 평생 동안 5%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고도 얘기를 하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영화 ‘마녀’에서는 사람들의 두뇌 사용 퍼센티지가 50% 미만이라고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론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이미 뇌를 100%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체 시스템은 몹시 정교하고 효율적인 원리로 작동되기 때문에, 평생 동안 사용되지 않는 95%의 뇌 영역을 단순히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몹시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주장합니다. 매우 합리적인 의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뇌가 가진 잠재적 (Potential) 측면에서 얘기해 본다면, 결론은 다소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수준에서 두뇌의 사용을 논한다면, 기존 학계의 주장대로 100%에 가깝게 사용한다고 보는 것이 생체 효율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인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걷는 활동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뇌 영역이 활성화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뇌를 계발할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훈련 가능성 및 잠재적"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면, 이 문제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은 어쩌면 뇌 잠재력의 1%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평생을 피아노만 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사실 그 사람에게는 기타, 드럼, 첼로, 등 피아노 외에도 다른 많은 악기들을 연주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죠. 어릴 때 배울수록 당연히 학습율과 효율은 더 높겠지만, 사실 요즘엔 80-90대 되는 어르신들도 뒤늦게 공부하고 도전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악기를 터득하게 되었다는 사례를 종종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설령 물리적으로는 거의 모든 뇌 영역을 사용하고 있을지언정, 뇌 안에 다양한 가능성 차원에서 볼 때 뇌의 잠재력을 100%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인간이 뇌의 100%를 다 사용하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도 사실 하나의 견해일 뿐입니다. 뇌의 기능과 잠재력에 대해 100%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뇌는 어떻다’라고 규정하는 것도 사실은 과학적인 가설 또는 이론 수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역사적인 ‘뇌 사용량’ 미스테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더욱 흥미로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 실제로 뇌를 100% 사용하게 된다면, 뇌 안에서는 과연 어떠한 현상이 발생할까요?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꿔보겠습니다. 뇌의 잠재력을 100%까지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뇌와는 어떠한 물리화학적 차이가 있는 것이며, 과연 어떠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쉽게 아래와 같은 답을 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1. 뇌가 엄청 커진다.
2. 뇌가 엄청 쭈글쭈글해진다.
3. 뇌의 색깔이 변한다.
4. 뇌의 모양이 완전히 바뀐다.

과연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조금 실망하셨나요? 하지만, 이론적인 수준에서 위 질문에 답을 해보겠습니다.

앞서 다룬 바와 같이, 뇌를 100% 사용한다는 것이 잠재적이고 가능성 차원에서의 발전(계발)을 의미한다고 하면, 뇌의 효율과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효율과 생산성의 극대화는 각각 학습 및 훈련되는 속도와 창의력 및 응용력의 발달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치 피아노만 평생 쳐온 사람이 뇌를 100% 사용하게 됨으로써, 작곡도 하고 피리도 불고 춤도 추게 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또는, 공부만 잘하던 학생이 예체능까지도 다 잘하게 된 것으로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뇌가 계발되고 변화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100%를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다양한 분야와 장르에서의 다재다능함이 깨어나는 것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영화 ‘리미트리스’, ‘루시’, ‘마녀’에서 공통적으로 주인공에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들은 뇌의 100%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초고속 학습력과 다재다능함을 갖게 된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미 뇌 안에 가지고 있던 능력을 깨워낸 것뿐이겠지요.

이것을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한다면, 뇌에 존재하는 약 1천억개의 신경세포(neuron)들이 상호간에 긴밀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전체적으로 연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뇌가 훈련되는 원리는 이렇게 신경세포 간에 연결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많아지는 것을 통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영역을 관장하는 뇌세포 회로간에 연결이 아주 촘촘하게 만들어짐으로써, 실제로 학문이면 학문, 언어면 언어, 예술이면 예술, 체육이면 체육, 모든 것을 아우르는 확장되고 통합된 '능력(capacity)'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캐파”가 커진 셈이겠군요.

역사 속에서 실제로 뇌를 잘 사용했던 사람들의 사례가 더러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과학, 정치, 예술, 문학,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였다는 점과 르네상스 시대에 여러 천재적 예술가들이 예술을 넘어 과학과 철학까지 다재다능했다는 사실, 또는 우리나라로 오더라도 과거에 세종대왕이 단순히 한글창제와 관련한 언어학적 통찰력만이 아닌, 과학적 이해력과 상상력, 음악적 재능까지도 겸비하고 있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소위 깨달은 '성인'의 반열에 든 사람들일수록, 다양한 사회 영역과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들을 표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선천적 재능일까요? 아니면, 훈련을 통한 후천적 결과였을까요?

그것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러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뇌 사용량를 가지고 있음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뇌세포들은 분명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욱 촘촘하고 긴밀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신경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는 뇌세포가 가진 특징이 모든 학습과 훈련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위 이론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보통 신경세포 하나에 약 1천개 정도의 연결다리가 놓여서 다른 신경세포들과 교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연결다리 (시냅스, synapse)가 1억개, 혹은 100억개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영화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도 상상해봅니다.

그 말인즉슨, 존재하는 모든 신경회로간 ‘통합적 동기화 (Integrative Synchronization)’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10가지의 서로 다른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신경회로가 있다면, 그 회로들끼리도 통합적인 동기화가 진행됨으로써 한 단어만 들어도 과거의 기억부터 세상의 흐름, 미래 예측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상 사람이 분리해놓은 영역 간에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도 발생합니다. 과학과 예술과 철학과 체육이 그들에게는 다른 영역, 다른 분야가 아니게 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영화 속 주인공인 구자윤도 한번 들은 것은 바로 기억해낼 수 있는 비범한 기억력과 학습력을 가진 전교 1등 모범생으로 나올 뿐 아니라, 영어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인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소 과장된 연출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뇌를 100%를 사용하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이론적인 수준에서는 충분히 그럴법한 모습이라고도 생각해봅니다.

# 뇌 용량이 100%로 증가하면 뇌 전체에 걸쳐 불이 들어온다?

영화에서 ‘뇌를 100% 사용하게 되면, 뇌가 폭주하여 터질 수도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는 실제로 주인공이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며 코피를 쏟아내는 모습이 영화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이건 대체 왜 그런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뇌를 너무 많이 쓰니까 '과열(over-heating)'되는 것이겠지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 중에도 하루 종일 머리를 쓰다보면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고 뜨거워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초능력을 가지게 되고 비범한 인물이 된다한들, ‘뇌’라는 신체 기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생명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의 몸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은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관 (또는 조직)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비교적 많이 존재하게 됩니다. 에너지를 빠르게 많이 만들어서 많이 써야하기 때문이죠. 예로, 근육세포나 지방세포가 그렇습니다.

구자윤처럼 뇌 사용량이 갑자기 100%로 증가하게 되면, 뇌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감당해야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가만히 누워있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뇌 안에서는 끊임없이 스파크 (Spark)가 튀며 신경회로에 불이 들어오는데, 영화 속 주인공처럼 수많은 신경회로가 통합적으로 동기화되어 작동된다면 한, 두 개의 회로에 스파크가 튀는 수준이 아니라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만 있어도 뇌 전체에 불이 들어오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뇌가 된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러한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서 연관성이 적거나 불필요한 신경회로는 없애기도 하는데, 아마 구자윤의 머릿 속에서는 그러한 작용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구자윤의 뇌 속 상태를 비유하여 표현해본다면, 매분 매초가 폭죽놀이의 연속일 것입니다. 쉴새 없이 뇌 전체에 걸쳐 신호가 전달되고 있는 것이죠.

원래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뇌가 자주 사용하는 회로(신경세포간 연결)을 생존에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틈틈이 스파크를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뇌의 생리이죠.

습관, 중독 같은 것들이 모두 이러한 규칙적인 스파크 현상과 연관이 되어있다고 밝혀졌습니다. 눈을 감아도 자꾸 보이고, 다른 무언가에 집중을 하는 데도 자꾸 떠오르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특정한 회로의 스파크가 계속 튀는 현상 때문인 것입니다.

만약, 구자윤처럼 매순간 뇌 전체에 걸쳐서 신경 스파크가 발생하게 된다면, 이는 가히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화학에너지가 발생되어야 하고 그 많은 화학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수많은 화학분자(대표적으로, 포도당)들이 태워지는 과정을 거쳐야할 것입니다. 이때, 동시에 발생되는 것은 엄청난 양의 열에너지일 것입니다. 머리가 타들어가듯이 뜨겁고 터질 것 같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군요.

여기서 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구자윤의 통합된 뇌를 감당할 수 있으려면, 그녀의 몸에는 충분한 양의 근육과 지방이 존재해야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많은 생체에너지를 발생시킬만한 화학공장도 에너지원도 없으면 존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영화의 비현실성이 드러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같습니다. 아담한 체구에 늘씬한 배우를 썼어야 했을 테니 말이죠!

이렇게 뇌 속에서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지게 되면, 막대한 열에너지를 발산시킴으로써 뇌가 과열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체 반응으로는 머리에 열을 내리기 위한 작용으로써, 얼굴에 있는 구멍을 통해 열을 빼내는 일입니다.

이것은 체내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기 위한 반응으로, 열을 빼내기 위해 보통의 경우엔 땀구멍(땀샘)을 통해 땀과 함께 방출이 되지만, 심할 경우 피와 함께 방출이 될 수 있습니다. 머리에 열이 뜨겁게 달아오르게 되면서 뇌 속에 있던 혈관이 크게 팽창하게 되고,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얼굴의 구멍들을 통해 혈액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원리입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감기로 열이 심할 때 코피가 나는 증상이 정확히 같은 현상입니다.) 다시 말해, 구자윤의 뇌가 폭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나, 구자윤이 일찍 죽을 수 있다는 전개는 이러한 과학적 이치에 어느 정도 잘 부합되는 내용이었다는 것입니다.

영화라는 특성상, 모든 내용에 현실성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다소 과장된 부분들까지도 그저 다 흥미롭게 느낄 수 있었던 영화 같습니다. 최근 들어, 뇌에 관한 대중적 관심도가 더욱 더 높아져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뇌를 소재로 한 영화의 출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또 어떠한 스토리를 가지고 ‘뇌’에 대해 다루는 영화가 개봉할지 기대됩니다!

글. 유재성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융합생명과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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