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이 매년 발간하는 《한국직업사전》에는 2015년 말 기준으로 1만 3천여 개의 직업이 수록돼 있다. 매년 해마다 수많은 직종이 소멸되거나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9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시절 정보검색사는 인기 직종으로 전망되며 자격증 열풍까지 일었으나 최근에는 사라진 직업이 됐다.
제46차 ‘다보스포럼(WEF·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3D 프린팅, 바이오 기술 등으로 인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기준으로 일자리 5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5년간 선진국과 신흥시장 등 15개국에서 단순 사무 및 행정직 등의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컴퓨터, 수학, 건축, 엔지니어 등과 관련한 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겠지만, 결과적으로 510만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공지능이 이미 고도의 지적 스포츠인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으니 언젠가는 인간의 두뇌 활동을 모두 대체하고, 인간은 일자리를 인공지능에게 다 뺏긴 결과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발전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나 기술 발전에 위협 받는 기존 직업을 지키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세기 초반, 방직기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생각으로 발생한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Luddite) 운동은 이런 우려가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본다면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은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는 2013년 8월 로봇이 대체 불가능한 직업군 4가지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영화감독이나 예술가, 작가와 같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감성과 경험이 중요한 창조적 직업군,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처럼 자동화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직업, 로봇 디자이너, 로봇 개발자, 로봇정비기술자 등 인공지능 개발과 관련된 직업 그리고 의사, 간호사, 미용사 등 정서상 로봇이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직업이 포함됐다.
이제 안정적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해 일생의 업으로 삼는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해졌다. 평생직장은 물론 평생 직업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예술가와 같이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분명 로봇이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예술가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적성과 자질의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의 교육은 보다 본질로 향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노동을 로봇이 대신할수록 우리가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는 분명해진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인간적 가치를 가진 사람을 동료로 찾게 된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할수록 공감하고 이해하는 소통 능력과 도움을 구하고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