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미디어를 장식하는 사건·사고들,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불황,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전쟁……. 세상을 살다 보면 불안해질 일이 참으로 많다. 꼭 불안장애라는 질환을 앓지 않더라도, 마음을 어지럽히며 불안하게 하는 일들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불안은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있는 상태로, 이는 대개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불안이 장시간 과도하게 지속되면, 불면증, 피로감, 위의 통증 등을 유발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요즘 새로운 건강 트렌트로 주목받고 있는 '명상'으로 불안을 다스려 보자.
명상은 의식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마음의 리모델링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감정 전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명상이 불안에 효과적인 이유는 뇌를 변화시킨다는 점에 있다.
뇌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전기적 활동이다. 뇌에 자극이 오면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전기적 펄스(pulse)를 낸다. 이러한 펄스가 특정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뇌파'이다. 뇌파는 뇌의 활동상태(진동하는 주파수 범위)에 따라 델타파(δ파, 0.2~4Hz), 세타파(θ파, 4~8Hz), 알파파(α파, 8~13Hz), 베타파(β파, 13~30Hz), 감마파(g파, 30~50Hz)로 구분한다.
여기서 불안과 관련된 뇌파는 주로 베타파이다. 베타파는 눈을 뜬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동안 나타나는 뇌파이다. 불안하거나 흥분할 때, 생각과 걱정이 많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감마파는 베타파보다 더 빠르게 진동하는 형태로, 정서적으로 더욱 초조할 때 일어난다.
명상은 의식을 외부에서 내부로 향하게 함으로써 들뜬 뇌파를 가라앉힌다. 명상을 하면 뇌파가 알파파 이하로 변하면서 불안했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명상은 뇌의 교감신경을 안정시키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신체적으로도 이완감을 준다. 이러한 효과는 오랜 기간 명상을 해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명상의 효과는 실제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미국 위스콘신대 리처드 데이비슨 박사는 1만~5만 5,000시간 명상수행을 해온 티베트 승려 175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다. 그 결과,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 전전두엽보다 우세함을 발견했다. 불안, 우울 등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우측 전전두엽보다 긍정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좌측 전전두엽이 활기를 띤 것이다.
일본 교토대 의학연구과 사토 와타루 교수 연구팀은 불안보다 행복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뇌의 특정부위도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행복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설전부(대뇌 두정엽에 위치)를 둘러싸고 있는 회백질(척추동물의 뇌나 척수를 이루는 물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토 교수는 "지난 연구에 따르면 명상이 설전부 회백질 부피를 더욱 크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명상은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향상,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 명상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좋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명상은 전문가만 하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루에 5분도 좋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 때 편안한 장소에 눈을 감고 앉아 내면을 바라보라. 숨을 고르면서 호흡에 집중해도 좋다. 불안감이 점차 가라앉으면서 평정심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글. 이효선 기자 sunnim03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