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으로 남은 단군

당산으로 남은 단군

단군문화기획 73편 부산 부곡동, 장전2동, 모라2동 당산

부산은 사찰이 많다. 교회나 성당에 비하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어느 극단적인 종교인들은 “부산의 사찰이 모두 무너지게 해달라”고 기도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거꾸로 본인들의 성전이 무너지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지 돌아볼 일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행동으로 옮길 때 참 신자(信者)가 아닐까? 

▲ 당산을 처음 만들 때는 단군할아버지를 모시는 제당이었다고 전하는 모라제당(사진=윤한주 기자)


불교, 유교, 천주교, 일본종교까지

먼저 금정산(金井山) 앞에 자리한 범어사(梵魚寺)는 유서가 깊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678년 의상(義湘)이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고려시대 최전성기를 누렸다. 조일전쟁(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타고 1602년에 복원됐다. 이 시기에 건립된 대웅전(보물 제434호)을 비롯해서 3층석탑(보물 250호), 당간지주(幢竿支柱), 일주문(一柱門), 석등(石燈) 등 지방문화재가 있다. 

조선시대로 오면 유교가 우세해진다. 동래향교(부산유형문화제 제6호)는 태조의 교서를 받들어 와성(臥城, 현 동래고등학교 자리)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조일전쟁(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것을 1605년에 중건했다. 이전을 거듭하다가 1812년 지금의 명륜동으로 옮겨졌다. 이후 천주교, 개신교를 비롯하여 일본의 신종교도 함께 들어온다. 

이처럼 외래종교가 많아진 것과 달리 전통종교는 민간신앙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공동으로 지내는 당산제(堂山祭)는 2004년 조사에 따르면 부산에만 287개가 있다.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민간신앙의 핵은 외부로부터의 어떤 강력한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요소로서 수천 년 동안 살아남아 왔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 박혀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당산제

주목되는 것은 당산을 찾다 보니 우리나라의 시조인 단군(檀君)을 모신 흔적이 발견된 점이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기찰마을은 1940년에는 35가구 정도 살았다고 한다. 옛길과 윤산 기슭의 단군신당(檀君神堂)이 흔적으로 남아 있다. 신당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학머리 형상의 명당지로 전한다. 또 장전2동에서 지내는 당산제의 제당은 ‘장전2동 소정 산신각’으로도 불렸다. 주민들은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제를 모셨다고 말한다. 특히 제당 근처에는 단군이 승하한 어천제를 지내는 제당으로 ‘단군성전(檀君聖殿)’이 있었다.

백양산 자락 서쪽에 자리 잡은 사상구 모라2동 당산은 마을의 전설에 따르면 1500년 무렵에 세워졌다고 한다. 1600년대에 모라 원동원에 역원(驛院) 수참(水站)[나루터]이 있을 때의 일이다. 취임 환영회를 마친 동래 부사가 동평현[지금의 당감동 일대] 쪽으로 말을 타고 가다가 당산 앞에서는 반드시 말에서 내려 절을 하고 지났다고 한다. 

본래 하당(음식을 준비하는 곳)과 상당(제사지내는 곳)이 있었지만 1986년 모라택지개발로 하당은 없앴다. 제당은 기와 팔작지붕에 벽은 붉은 벽돌로 만들었다. 제단은 직사각형 시멘트 제단(앞면 254cm, 옆면 63cm, 높이 67cm)이고 제단 위에는 주산신령(主山神靈)이라 쓴 위패(가로 8cm, 세로 26.5cm 두께 0.7cm)와 촛대 2개, 향로 1개, 정화수 그릇 1개, 술잔 1개, 여자 흰 고무신 2켤레, 남자 흰 고무신 1켤레가 얹혀 있었다. 제당 주위에는 높이 1.4m의 직사각형 돌담장이 둘러있고, 돌담장 위에 높이 85cm의 철조망이 둘러 있었다. 2008년 5월 기존 돌담을 허물고 확장공사를 진행했다. 2013년 8월 5일 중건했다.

모라동새마을복지회에 따르면 “당산을 처음 만들 때는 우리 시조신인 단군할아버지를 모시는 제당이었으나 언제부터인지 주산신령을 모시는 제를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음력 3월 14일과 9월 14일, 두 번 제사를 지냈다. 요즘엔 음력 9월 15일 정오에 제를 올리고 있다. 일반 가정의 기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참고문헌

1. 부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편집, ‘부산의 당제’, 부산광역시 2005년 
2. 박성수, ‘단군문화기행’, 석필 2009년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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