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추성훈 추사랑 부녀가 생신을 맞아 아들 집을 방문한 할아버지를 마중 나가는 장면이 방송됐다.
사랑이는 기차역에서 만난 할아버지를 보고 뛰어갔지만, 이내 아빠 뒤에 숨으며 어색해 했다. 그러나 곧 용기를 내어 두 손을 가지런히 앞에 모으고 할아버지에게 "안녕하세요"라고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 사랑이가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화면 캡처)
낯선 사람을 보면 낯을 가리는 사랑이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인사를 하기까지는 엄마 야노시호의 특훈(?)이 있었다. 낯가림이 심한 사랑이가 오랜만에 만나는 할아버지를 보고 부끄러워할까 싶어 엄마는 사랑이와 함께 한국말로 인사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먼저 할아버지가 왜 오시는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엄마가 먼저 인사하는 시범을 보였다. 이후 사랑이에게 엄마와 함께 인사하기, 사랑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인형과 함께 인사하기, 집안 복도나 거실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등 꾸준히 연습했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항상 아빠 품에만 쏙 안겨만 있던 사랑이지만 엄마와 여러 번의 연습으로 마침내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성공할 수 있었다.
▲ 엄마 야노시호와 인사하는 법을 연습하는 사랑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화면 캡처)
육아 관련 서적에서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 내용이 '아이 인사 예절'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부모가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은 인사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겸손과 공경의 뜻을 갖춰 인사드리라는 의미로 '배꼽인사!'라고 말한다. 아이는 두 손을 배꼽 밑에 모으고 허리를 굽혀 꾸벅 절한다. 그러면 어르신은 “아, 참 착하구나!” 등의 덕담으로 첫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인사 하나만 잘해도 겸손·공경·소통이라는 중요한 덕목을 실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관계의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를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하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막상 어른 앞에서는 부끄러워하거나 모른척한다. 이는 수줍어하는 아이의 특성상 낯선 어른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부터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가 인사를 하라고 자꾸 채근하니 더 움츠러드는 것이다.
"길에서 어른이나 친구를 만나도 인사는커녕 고개를 돌리며 모른 척해요."
아이가 인사를 안 하면 부모가 무안한 나머지 아이를 ‘인사 안하는 아이’로 낙인찍는 경우가 있다.
“우리 아이는 인사성이 없어요.”
“아이가 낯을 가려서 인사를 잘 못해요.”
이런 말에 아이도 자신을 그렇게 인정해버리고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아이는 그저 인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다른 사람 대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아이에게 인사를 하라고 한두 번 권했는데도 안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상대 어른이 아이가 버릇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 "얘가 지금 좀 당황했나 봐요"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아이를 보면서 "우리 00는 인사 잘하지? 이따가 가실 때에는(다음에 만나면) 인사하자"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아이는 엄마가 상대 어른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갈 때는 인사해야지'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아이가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갑자기 해야 할 때보다는 훨씬 쉽게 인사할 수 있다.
부모 못지않게 어른의 태도도 중요하다. "너, 인사할 줄 모르는구나?"라든가 "너, 몇 살인데 인사도 안 해? 너보다 어린 동생들도 잘하는데"라는 식의 말은 해서는 안된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밝은 얼굴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이웃에게, 버스와 택시를 타며 만나는 기사 아저씨에게 부모가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이런 어른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자연스레 인사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 인사는 인간관계의 기본 바탕이자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아이가 놀이에 빠져있을 땐 어른이 먼저 인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빠 회사 잘 다녀올게"하고 집을 나서면 아이도 어느새 집을 나가거나 들어올 때 인사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엄마 또한 아이와 인사를 놀이처럼 해도 좋다. "내가 일등으로 아빠한테 인사해야지"하고 나서면 아이는 자기가 먼저 아빠를 맞고 싶어 엄마보다 앞서 달려가 인사하게 된다. 이처럼 엄마가 먼저 놀이하듯 수선 떨며 아빠를 맞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인사는 밑바탕이 된다. 아이의 성품, 인성(人性) 역시 어릴 때 인사습관을 기르며 시작된다. 배꼽 위에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임으로써 자기를 낮추는 겸손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참고. 엄마학교에 물어보세요. 서형숙. 리더스북 ㅣ 오은영의 마음처방전. 웅진리빙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