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산 와우리단군전 전경(사진=윤한주 기자)
와우리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두 마리 소가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한 마리는 누워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서 있다. 원래는 와우현(臥牛峴) 또는 우현(牛峴)이라 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을에는 소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구시울이 있고 소꼴로 가장 좋은 띠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띠말이 갖춰져 있다. 『서산시지』에 따르면 “서산에서 십승지라고 말한다면 와우리를 첫 번째로 꼽을 만하다”라고 밝혔다.
단군영정을 금고에 보관한다!
마을에 도착하자 이내윤 단군전봉안회장(68)과 최병기 총무(70)가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이들과 단군전으로 이동했다.
입구를 나타내는 홍살문에서 20m 이상 걸어가야 단군전이다. 좌우는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자리하고 있었다. 동재는 손님을 맞는 공간이다. 서재는 봉안회 사무실이고 제례복 등을 갖췄다. 두 곳은 정면 5칸과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올렸다.
봉안회는 1년에 2번 음력으로 행사를 치른다. 어천절(3월 15일)과 개천절(10월 3일)이다. 제의는 유교식 절차를 따른다.
"주민들은 그날을 전체 휴일로 잡아요. 200~300명의 손님이 옵니다. 때에 따라서 국회의원도 오고 시장님 이하 많은 인사가 와요. 전도 부치고 소머리도 잡고 돼지고기도 넉넉히 드리니 주변에서는 소문이 다 났어요.(웃음)"
▲ 최병기 단군전봉안회 총무(왼쪽)가 와우리단군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단군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 회장의 말을 들으니 이것이 바로 ‘마을축제’가 아닌가 생각됐다.
단군전 창립의 진실은?
이제 단군영정을 만날 차례다. 계단을 오르니 숭앙문(崇仰門)이다. 이어 ‘단군전(檀君殿)’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본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로는 아담한 담장이 둘러져 있다. 국조 앞에서 이 회장이 향을 피우고 참배했다. 그런데 한쪽에 ‘금고’가 눈에 띄었다. 영정을 보관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행사를 제외하고는 영정은 모사본으로 봉안한다. 금고에서 꺼낸 영정은 부여군 천진전의 단군영정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군전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유래에 대해서는 2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서산시지』에 따르면 1909년 대종교를 중광한 나철(羅喆, 1863~1916) 대종사가 단군영정을 모사해 전국에 배포했다. 이때 김용학(金容學) 선생이 부졸이란 관직을 버리고 일제의 눈을 피해 단군영정을 와우리로 가지고 내려왔다. 이어 천진궁을 짓고 영정을 봉안했다.
▲ 충남 서산 와우리단군전 내 봉안된 단군영정(사진=윤한주 기자)
반면 이강오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펴낸『한국신흥종교총람』에 따르면 1913년 서산 출신 이민걸(李敏杰)이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한말에 중추원 주사직을 지냈던 인물이다. 서울에 구직하러 갔다가 나철을 만나 대종교에 입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자택에 단군영정을 봉안했다.
김용학이냐? 이민걸이냐? 이에 대해서는 봉안회 측에서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강오 교수도 고인(故人)이 됐으니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대종교 영정을 고향으로 가져온 것은 공통적이다.
▲ 최병기 와우리 단군전봉안회 총무와 이내윤 회장(사진=윤한주 기자)
해방되자, 단군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작산단군전을 세운 김동규가 이곳의 단군영정을 작산으로 옮기자고 제안을 한 것. 이에 대해 주민들이 ‘단군영정보존회’를 결성하고 성금을 모았다. 1948년 옛 제단을 없애고 단군전이 중건됐다.
이후 관리는 박용규 씨가 맡았다고 이강오 교수는 밝혔다. 사무실에 역대 회장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첫 번째가 <유사有司, 박용규朴容圭>이다. 현 단군전 첫 관리자는 공통적임을 알 수 있다. 1대라고 하지 않고 유사라고 한 것은 봉안회가 조직을 갖추기 이전의 단계라서 그렇다. 3명의 유사를 거쳐서 4번째부터 1대 회장이라는 직책이 생긴다. 이내윤 회장은 10대에 해당한다.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있다.
한편 경향신문은 예산군과 서산군이 공동으로 와우리 모촌에서 단군사당 제식을 성대히 거행했다고 보도했다.(1955년 11월 27일자) 당시만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행사를 주최한 것을 알 수 있다.
■ 찾아가는 방법
: 주소는 충남 서산시 운산면 단군전길 200(내비게이션)이다. 서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471)을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