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방학입니다. 이번에는 계획을 잘 세워서 소중한 시간을 보람차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는 방법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고, 실천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방학 계획을 실천하려면 먼저 계획부터 잘 세워야 합니다.
아이들은 대개 방학 동안 자기에게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무리한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 실천하지 못해 ‘나는 안 되나 보다’라는 피해의식을 갖기 쉽습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계획을 끝까지 실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을 것이고, 아울러 자신감과 실력도 늘길 바랄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계획을 세울 때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하도록 도와주세요.
첫째, 공부 시간과 여가 및 운동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합니다. 방학 계획을 세울 때 대개의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 공부입니다. 그러나 방학에는 학기 중에 충분히 하지 못한 여가 활동이나 건강관리에도 시간을 할애하기를 권합니다. 실제로 이것은 학습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사람의 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집중도가 떨어지므로 중간에 간단한 운동이나 휴식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야 뇌가 휴식과 함께 새로운 학습을 위한 준비를 갖추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부에 할애한 시간 중 일부를 자기주도적 학습 시간으로 확보합니다. 공부하는 시간이란 보통 학원이나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시간과 자기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어떤 아이는 학원에서 수업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이것을 공부 시간의 전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습 전문가들은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시간이 학습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공부 계획을 세울 때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보통 여름방학 동안의 자기주도적 학습 시간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하루에 1~2시간, 고학년이나 중학생은 하루 2~3시간, 고등학생은 3~4시간 이상 정도가 좋습니다.
셋째, 계획을 세울 때는 간단하고(simple), 이룰 수 있고(attainable), 측정할 수 있고(measurable), 즉각적(immediate)이며, 일관된(consistent) 것인지를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사람의 뇌는 어떤 일이 추상적이거나 복잡할 때보다 간단하고 간결할 때 효율적으로 움직입니다. 또한 계획한 것을 이뤘을 때 그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을 계획하고 도전하는 힘을 얻게 되며, 그 계획의 수행 정도를 숫자나 도표 등으로 측정할 수 있을 때에 뇌는 계획의 수정과 변화 과정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획한 일을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이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부모들도 과거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서 실망한 적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 실패가 반복되면 ‘계획을 세우면 뭐하나,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을 잘 알고 활용하면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이룰 때까지의 과정을 뇌교육에서는 ‘선택→행동→창조’의 3단계로 봅니다. 여기에서 선택은 계획을 세우는 일이고, 행동은 계획을 실행하고, 평가하고, 다시 실행하는 순환적인 과정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마침내 계획이 이루어지는 창조의 단계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는 계획(plan)→실행(doing)→평가(check)→재실행(react ion)→창조(creation)의 과정으로 다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살펴볼까요?
첫 번째 어려움은 몸이 힘들다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변화를 쉽게 느끼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지루함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 단계에서 포기합니다. 따라서 계획을 세울 때에 미리 예상되는 어려움의 목록을 만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이미 예상했던 것이기에 그 어려움이 심리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계획이 이루어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기쁨의 예상 목록도 만듭니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하면 지금보다 미래가 더 좋아질 것이고 나는 더 잘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습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달콤한 유혹입니다. 자녀가 공부를 하려고 할 때 동시에 하고 싶은 것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 꼭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 친구의 호출, 침대에 누운 채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 등이 있죠.
뇌는 기존에 자기가 경험한 것들 중 좋았던 것을 깊숙한 곳에 저장한 후 다시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일은 아직 그러한 달콤함을 느껴보지 않았기에 일단 거부하게 됩니다. 목표한 바를 이루려면 바로 이 달콤한 유혹들을 잠시 뒤로 미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즉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계획한 것을 먼저 하고 나서 게임을 하는 것,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녹화나 재방송을 통해 보는 것이죠. 이렇게 자신의 욕구를 계획에 맞추어 조절할 수 있어야 계획한 것을 끝까지 실천할 수 있습니다.《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은 이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이 책을 읽도록 권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사람의 뇌는 자기가 하겠다고 선택한 일은 반드시 이루어내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일은 바로 이 놀라운 뇌의 힘을 경험하기 위한 시작입니다. 계획을 실행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창조를 이루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하는 거름이 됩니다. 아이 스스로 ‘선택→행동→창조’의 과정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신적 자산을 선물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글·하태민 뇌교육학 박사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