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고 있는 내가 가짜라면?

지금까지 알고 있는 내가 가짜라면?

주한영국문화원, 브리스톨대 브루스 후드 초청 지식특강

"다른 사람의 심장과 신장은 이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뇌를 나에게 이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이 내가 되는 걸까요?"

영국의 신경과학 석학인 브루스 후드 교수(영국 브리스톨대학교 발달심리학과)는 지난 22일 창동고등학교 웅비관(서울시 도봉구)에서 열린 '2013 지식강연시리즈' 강연 초반 이렇듯 혼란스러운 질문을 청중에게 던졌다.

주한영국문화원(롤란드 데이비스)이 주최한 이번 강연은 주한영국문화원 개원 40주년 기념으로 열렸다. ‘고맙다, 뇌야! (Creative Minds)’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는 300여 명의 학생과 일반인이 참가했다. 한국뇌과학연구원(원장 이승헌)은 이번 강연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참석자들에게 뇌교육전문지 <브레인> 300권을 후원했다.

강사로 초청된 후드 교수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신경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교 심리학부 교수를 거쳐 1999년 브리스톨대학교 발달심리학과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상’ (1998), 미국 심리학회가 수여하는 ‘로버트 판츠상’ (1999) 등을 받았다. 또한, 2011년 BBC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좌’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국 전역에서 4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 주한영국문화원이 개최한 2013년 지식특강에서 강연하는 브루스 후드 교수

그는 뇌가 있기에 자신이 브루스 후드가 될 수 있다며, 어떻게 뇌가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뇌세포 ‘뉴런’으로 설명했다.

뉴런과 뉴런이 만나 시냅스를 형성하고, 시냅스는 신경전달 물질이 전기·화학적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다. 사람 뇌의 뉴런 숫자는 860억 개가 넘는데  뉴런은 1만 개가 넘는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평생 사용하게 될 뉴런을 이미 가지고 태어나며, 나이가 들어도 뉴런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단지 차이점은 시냅스 수이다.”

그는 한 살과 여섯 살 된 아기 뇌의 뉴런 사진을 보여주며 한 살 때의 시냅스 수보다 여섯 살 때 시냅스 수가 많아지는 것을 설명했다. 이러한 시냅스는 경험 등을 통해 지속적인 자극을 주어야 유지되거나 강화된다. 반면, 자극을 주지 않고 경험을 하지 않으면 그 기능이 쇠퇴하거나 상실된다고 했다.

후드 교수는 “출생 후 아기들은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긴 하지만, 한 살 정도 되면 익숙해지는 얼굴에 시냅스가 강화되어 사람의 얼굴을 더 잘 구분하게 된다"며, 아이가 성장하는 데에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험을 통해 시냅스가 강화되면서 경험의 패턴이 뇌에 저장되고 기억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은 고정불변이 아닌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그는 기억력 테스트로 청중과 뇌의 패턴을 체험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먼저 청중에게 몇 가지 단어를 제시했다.

교수는 “앉다, 테이블, 책상, 편안함, 나무, 쉬다, 피로, 학교, 가구, 쇼파, 집”이라는 단어를 불렀다. 잠시 뒤에 청중에게 질문했다. “‘제가 집이라는 단어를 불렀습니까? (네)’, ‘바나나라는 단어를 불렀습니까? (아뇨)’, ‘의자라는 단어를 불렀습니까? (네)’ 제가 의자라는 단어는 부르지 않았다. ‘네’라고 답한 분은 제가 의자와 연관된 단어를 썼기 때문에 의자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된 것이다.” 이런 패턴을 ‘거짓 기억(false memory)’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 기억을 항상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뇌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후드 교수와 함께 뇌 패턴을 체험하는 모습

이 외에도 교수는 흥미로운 몇 가지 예를 제시하며 뇌를 설명했다. 특히 강력하게 믿고 있는 자신의 기억이라는 것이 실제 일어난 사실과는 무관하게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러한 뇌의 기능과 특성을 알고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면 시시비비에 빠져 삶을 허비하기보다는 삶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한 청중은 “뇌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그것을 통해 기뻐하고 슬퍼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러한 뇌를 탐구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뇌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강의를 듣고 나니 잘 몰랐던 뇌를 알게 되었다. 뇌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현상이 신기하고, 뇌에  더 관심을 두게 되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 사진. 신동일 기자/  kissmesd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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