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헬스를 위한 절 건강법

뇌, 멘탈헬스의 열쇠

브레인 38호
2013년 02월 28일 (목)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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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도 쓰러뜨리는 절

씨름에서 모래판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씨름선수도 천하장사가 되는 순간, 거구의 몸을 모래판에 기꺼이 던져 무릎을 꿇고 사방을 향해 넙죽넙죽 절을 한다. 천하장사의 절을 받은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또한 절에 인색했던 특정 종교인들도 새해 첫날만큼은 기쁜 마음으로 절을 받아들이는데, 바로 떡국과 함께 빠질 수 없는 새해 풍경인 세배다. 세배에는 새로운 출발에 대한 다짐과 격려, 감사의 마음이 실려 있다.

절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하늘을 우러렀던 우리 선조의 정신이 예절로 표현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절을 수행과정의 하나로 삼는 종교가 있는 한편, 절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종교도 있어 절에 담긴 본래의 의미가 종교라는 편견에 가려지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만큼 절을 많이 하는 나라도 없다. 언뜻 생각하면 불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가 절을 더 많이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절을 종교의식의 일부로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절이 생활문화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 일상적으로 받아들인다.  

예의바른 나라에 절 바람이 불다

《동이열전東夷列傳》에서는 “우리나라를 ‘단군이라는 훌륭한 사람이 태어나 아홉 개의 부족이 그를 받들어 임금으로 모셨다. 한 백성이 부모에게 극진히 효도하더니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을 슬퍼했다. 

이들은 한민족의 아들로 풍속이 순후해서 길을 가는 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먹을 것을 미루니 이 나라야말로 동쪽에 있는 예의바른 군자의 나라가 아니겠는가”라고 묘사했다. 단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예禮는 산 사람에게는 생활규범이고, 죽은 사람에게는 유대의 끈이며, 우주의 섭리를 다스리는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예 중에서도 절은 엎드린 채 머리를 숙여 상대방에게 공경의 마음을 보이는 겸손한 동작으로 산 사람, 죽은 사람, 하늘 모두에 표현할 수 있는 예절의 기본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고, 서구문화가 깊이 들어오면서 절의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그런데 요즘 이 절이 가장 한국적인 운동이자 건강법으로 거듭나고 있다. 절이 새로운 운동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심인성 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절이 몸을 바로 세우는 운동인 동시에 마음을 바로잡아주는 수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이제는 단순히 살을 빼고 힘든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운동의 목적이 차츰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아무리 원기왕성한 사람이라도 스트레스와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의 힘이 약해지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자신을 낮추었다가 바로 세우는 절 동작에는 몸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원리가 담겨 있다.

절로 찾아오는 몸과 마음의 건강

우리 몸은 배는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한 상태인 수승화강水升火降이 되어야 건강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굴과 머리에 열이 나는데, 현대인의 근심거리인 탈모 역시 머리의 열로 인해 생기는 증세다. 손발이 찬 것은 혈액순환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징후로서 빈혈, 뇌졸중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절을 하고 난 사람의 체열을 측정해보면 하체와 손바닥, 발바닥의 온도가 올라가고 상체는 전반적으로 온도가 내려간다. 한편 명치 위를 눌렀을 때 가장 아픈 부위인 전정혈은 심장의 피로상태를 알 수 있는 예민한 곳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극이 전해져 온도가 올라간다. 이 전정혈이 절을 하고 나면 눈에 띄게 온도가 내려가는데, 이는 절이 특히 스트레스로 인한 화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는 동작을 반복하면 위로 들뜬 기운이 아래로 내려간다. 또한 절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머릿속을 명료한 상태로 만들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절하기 전후에 뇌에 나타난 변화를 뇌 영상 촬영 장비를 통해 살펴본 결과, 절을 하기 전과 비교해 절을 하고 난 이후에 이성적인 행동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력 또한 크게 향상되었는데, 다른 운동을 했을 때보다 6퍼센트나 더 향상되었다. 이는 긴장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의 활동에 영향을 미쳐 마음을 안정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명상과 그 효과가 유사하다. 

절은 몸의 좌우를 대칭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틀어진 몸의 좌우 균형을 잡는 데도 효과가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고생의 80퍼센트는 척추가 휘었다고 한다. 척추가 10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를 척추측만증이라고 하는데, 이를 방치하면 퇴행성 디스크로 진행할 수 있다. 

척추나 골반 관련 질환은 몸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다. 잘못된 생활습관, 자세, 운동 부족 등의 이유로 우리 몸은 생각보다 쉽게 틀어진다. 절을 해보면 몸에서 틀어진 부위를 알 수 있는데, 몸의 균형을 의식하면서 천천히 정확한 동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이기고 성공해야 하는 시대에 다른 대상에게 고개를 숙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몸을 낮춰 자만을 경계하고, 몸의 균형을 통해 의식의 균형을 살피는 절은 현대인에게 더없이 유용해 보인다. 더군다나 방석 하나 깔 공간만 있으면 되니 이 얼마나 효율적인 운동인가. 

글·박영선 pysun@brainmedia.co.kr 
사진·김명순 | 모델·김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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