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매직큐브, 사춘기의 뇌

팔색조 매직큐브, 사춘기의 뇌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브레인 13호
2010년 12월 21일 (화)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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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아이들은 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을 잘까? 왜 문을 부수려는 듯이 닫고, 부모의 질문을 귀찮아할까? 왜 안 하던 거짓말을 하고, 난데없이 소리를 지를까? 별것도 아닌 일에 까르륵 웃다가 갑자기 무뚝뚝해지는 이유는 무얼까? 매직큐브 같은 사춘기의 뇌에 관해 알아보자.


십대의 자녀를 둔 부모는 날씨가 싸늘해지면 김장이나 난방비보다 더 걱정되는 일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방학이다.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그저 기대되고 기쁘지만은 않다. 언젠가부터 아이는 mp3 플레이어 뒤에 숨어 있는 것 같다. 부모의 취향을 민망해하고, 부모가 집에 있어도 그 존재를 인식조차 하지 않는다. 분명 내가 사랑하는 아이인데 남같이 느껴질 때는 두렵기도 하다. 아이들은 왜 변하는 것일까?

이는 바야흐로 사춘기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사춘기는 반항과 분노로 상징되지만,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커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십대의 뇌는 부모나 교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외부의 영향력에 노출되고, 더 쉽게 상처를 입으며, 장기적인 손상에 취약하다. 새벽 늦게까지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던 자신의 사춘기를 떠올리며 십대 아이들의 뇌를 추적해보자. 

사춘기의 분노
●    사춘기의 아이는 4~5년 사이에 몸무게가 약 20kg이 늘고, 키는 30cm가량 자란다. 하지만 외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내적으로도 성숙하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십대들은 자신의 행동이 낳을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뇌의 발달, 그중에서도 억제와 충동 조절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전전두엽은 뇌에서 경찰의 역할과 같아 몸에게 ‘멈춰!’라는 명령을 내리고 통제한다. 그런데 사춘기에는 이 부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사춘기 아이들은 상황을 판단할 때 이성 본부인 전두엽 대신 감성 본부인 편도핵을 활용할 때가 많다. 애초부터 상황 파악과 그에 따른 감정 분류를 잘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춘기 아이들은 두려움을 분노로 분류한다. 이런 행동은 십대들이 성인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아이의 뇌를 이해한다고 해서 부모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식탁에서 퉁명스러운 태도로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를 깰 때는 즉시 문제점을 지적하고 중지시켜야 한다.

명심할 점은 분노나 슬픔을 표현할 때는 그 안에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감정이든 충분히 느낀 다음에야 그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때문에 아이의 감정이 격할 때는 아이 스스로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사춘기의 모험
●    사춘기의 아이들은 왜 스릴을 즐길까? 새로운 도전과 모험이 우리 뇌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회로라고 알려진 것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갖게 될 때,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활성화된다. 이는 자연이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파악하라고 인간에게 부여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십대에는 그렇게 추리고 분류할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래서 십대들의 도파민 수치는 대부분 성인에 비해 훨씬 높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이들에게는 새로움과 모험을 감수하며 성취감을 느껴볼 통로가 너무 적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모험이 불가능한 공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학교 속의 세상은 너무도 뚜렷한 흑백의 이분법으로 나뉘어 있어 허용된 선택의 폭이 좁고도 비좁다. 좋은 성적이 성공의 유일한 척도라고 가르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좌절을 느낀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고 학업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아이들 중에는 사소한 실수나 모험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로지 성적이라는 하나의 기준만 보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성적이 떨어짐과 동시에 아이는 인생이 끝났다고 믿는다. 단 한 번의 좌절을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닥친 위험을 스스로 감수해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을 통해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험한 행동의 상당 부분은 정상일 뿐 아니라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생각이다. 십대들은 모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해간다.  

사춘기의 깨달음  
●    사춘기가 되면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함축된 모든 의미를 따져보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60%가 13세쯤이면 구상적 개념만이 아닌 추상적·상징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은 과학적인 사고도 시작한다. 자아와 사회에 대한 관념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불공평한 것을 보면 공평함이란 개념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공평했나?’, ‘좀 더 공평하려면 누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누가 먼저 사과해야 했나?’

사춘기는 자신을 완성하고 실현하려는 갈망이 표출되는 시기다. 뇌와 몸이 활짝 피어나는 이 시기에 아이들은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해나간다. 또한 영적인 개념에 관심을 갖고, 직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배운다. 생각이 깊어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사춘기의 놀라운 변화 중 하나는 농담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반어법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자신을 농담의 소재로 기꺼이 제공한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세계라는 기준 안에 놓고 자신의 상황을 밖에서 관찰한다. 별것 아니게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한다는 뜻이다.

거짓말도 는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하나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보인다. 거짓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함으로써 문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추측하는 것인데,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아이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측력은 전두엽의 기능 중 하나다. 사춘기에 거짓말이 느는 것은 전두엽이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사춘기의 로맨스
●    십대들이 자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은 매우 고양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자신의 성적 욕망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흔히 대중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기계적이고 사랑이 상실된 성행위를 먼저 접한다. 이런 경우 뇌의 유대감 회로와 성욕이 분리된 성행위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과 사랑이 담긴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자기 존중감이 부족한 아이의 경우에는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자존감이 부족하면 자신의 욕망보다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갖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불만족스러운 성관계 또는 착취적이고 학대적인 성관계를 맺기 쉽다. 대부분의 부모가 내 아이에게는 이른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고등학교 졸업 전에 성경험을 갖는 아이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사춘기 자녀, 특히 딸을 둔 부모는 아이와 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 대화를 나누기에 겨울방학은 꽤 적절한 기회다.

전전두엽은 서서히 발달한다. 이 말은 십대들의 경우 추진력은 강하지만 뇌의 능력이나 경험은 그것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사춘기는 아이가 자신의 선택을 점점 늘려가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아이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인도해야 한다.

사춘기의 수면  
    심야에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도, 흘러나오는 음악도 대부분 십대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것이 사춘기의 표상처럼 되었다. 하지만 십대들은 실상 어른보다 훨씬 많이 자야 한다. 적어도 하루에 8시간, 가능하다면 9~10시간 정도 자는 것이 좋다는 학자도 있다. 잠자는 동안 아이들의 뇌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한다. 뇌의 회로가 재정비되는 것이다. 특히 깊이 잠든 렘REM 수면 단계에 이르면 새로 들어온 정보들이 뇌에 깊이 저장된다.

수면이 부족한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슬픔이나 좌절의 강도도 높다. 쉽게 말해서 이런 아이들은 유쾌하지 못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사고력과 감정 제어 능력이 동시에 손상된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여 체중이 늘기도 한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진다.

현실적으로 아이가 적은 수면으로 버텨야 한다면, 자고 일어나는 수면 스케줄을 규칙적으로 짜는 것이 좋다. 주말마다 몇 시간씩 더 자게 하는 것은 오히려 수면 주기를 혼란시킨다. 또한 아이가 깨어 있는 동안 가능하면 많이 움직이게 한다.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방학 때는 운동이나 산책 등으로 몸을 많이 쓸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운다. 커피나 콜라 같은 카페인을 피하고, 짧은 낮잠을 활용한다. 잠들기 전 1시간 동안은 TV나 컴퓨터 같은 자극을 피한다. 특히 방학 중에는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지기 쉬우므로 수면 주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뇌과학은 이렇게 혼란스럽고, 화도 나고, 또 가끔은 즐겁고 신기한 십대들의 행동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전전두엽은 아직 발달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대 자녀에게는 부모의 더욱 세심한 관심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물론 일정한 틀만 제시하고 아이의 뇌에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두려우면서도 신나는 일이다. 두려움이 변덕스러움과 분노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 시기에 아이가 겪는 혼란의 정도는 자아를 후원해줄 역할 모델이 있고 없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부모의 역할이 변화하고 더욱 커지는 시기다. 또한 무엇보다도 사춘기에는 그 나이 때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를 더욱 폭넓게 정의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과외, 학원, 진학 등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갖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아이의 전전두엽 노릇을 평생 대신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tip 사춘기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의 지혜 7가지

1.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라. 자신이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상처는 자신도 모르게 자녀에게 대물림된다. 당신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다.

2. 자신의 행복을 창조하라.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바란다면 자녀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

3. 기대를 조정하라. 아이가 항상 부모를 따를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라. 강요보다는 선택의 여지를 주어야 한다.

4. 아이만의 세계를 인정하라. 사춘기에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의미와 가능성을 지닌 것에 몰두하려는 성향이 있다.

5. 내면의 지혜를 가르쳐라. 내면의 지혜가 외부의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기쁘게 한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6. 다른 엄마를 통해서 가르쳐라. 엄마가 많을수록 좋다. 자기 엄마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아이라도 다른 엄마의 의견에는 따르는 경우가 있다.

7. 아이를 통제하겠다는 환상을 버려라. 엄마가 아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을 후원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글·최유리 yuri2u@hanmail.net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도움 받은 책·《엄마 딸의 지혜》 크리스티안 노스럽,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바버라 스트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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