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filepath=BrainLife)
예전, 김양이 좋아하는 웹툰 작가가 ‘이태원에서 세계여행’이라는 주제로 여름휴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때, 어찌나 부럽던지. 김양은 ‘나도 이태원에서 한 번 돌아다니며 세계 음식 여행을 해보리라’ 다짐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몇 년, 드디어 꿈은 이루어졌다. ‘김양강양 서울나들이’ 에서 드디어 이태원을 제대로 ‘핥고’ 왔다.
추억은 후두엽을 타고 흐른다


▲ '홍대에는 양현석 씨가 있다면, 이태원에는 홍석천 씨가 있다'는 말이 있다. 이태원 세계 음식 거리를 걸으면 여기저기서 홍석천 씨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태원 불가리아 음식점에서. 관련 내용은 ‘이태원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몸보신 여행’이라는 기사에서 볼 수 있다. 옆 테이블에 사람이 없어 옆자리에 가방과 모자를 벗어 두었다. 어쩐지 여행 온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이태원은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반기던 알싸한 커리 향부터 한국 체류 기간이 긴 느낌이 확연한 외국인-여행자는 티가 나기 마련이다-이 오가는 거리까지, 서울 안의 작은 외국 느낌이었다.

▲ 노천카페 같은 느낌의 '젤란'
식당 ‘젤란’은 외국의 어느 식당 같은 느낌이었다. 강양과 자리에 앉아 잠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중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예전 유럽 여행을 갔을 때였다.

▲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 트렁크 끌고 가방 메고 겁도 없이 떠났던 여행을 떠올리게 만든다.
혼자 가방과 트렁크를 들고 끌며 한 달여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여행 중에 만난 친구와 소르본 대학 근처 노천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낸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추억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후두엽에 저장된 기억을 전두엽이 끄집어낸 덕분이다. 지금도 스쳐 가는 순간마다 수없이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뇌 속 해마는 걸러내고 있다. 해마의 검열을 거쳐 정보는 단기기억으로 저장되었다가 다시 검열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간다. 장기기억은 대부분 후두엽에 잠들어 있다. 그러다가 냄새나 광경 등 어떤 경로로 자극받으면 전두엽이 후두엽을 뒤져서 떠올리는 것이다.
이태원 프리덤! 여행이 신 나는 이유는 뇌가 단순하니깐

▲ 이태원에 위치한 이슬람 서울 중앙 사원. 중앙 출입구 위에 새겨진 글자의 뜻은 '알라후 아크바르(알라 하나님은 가장 위대하시다)'. 유일신을 모시는 이슬람 교리를 전한다.
이태원에서 처음 깨달은 사실은 한국인 중에서도 이슬람 교인이 많다는 것. 이태원에는 서울 중앙 사원이 있다. 그곳에는 페즈(남자 이슬람교도가 쓰는 챙 없는 모자) 쓴 남자나 히잡(여자 이슬람교도가 입는 두건 같은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있었다.

▲ 안내 문구마저 영어로 적힌 이태원 외국인 슈퍼마켓
이슬람 사원이 있다 보니 외국인을 위한 슈퍼마켓도 몇 군데 눈에 띄었다. 한국 일반 상점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향신료 등이 많았다. 김양은 그곳에서 쌀국수를 두 종류 샀다.

▲ 김양이 산 인스턴트 베트남 쌀국수 2 종류
다리가 아픈 것도 잊고 이리저리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동안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서울 속에 있지만, 어딘가 다른 나라 같다는 그 느낌에 고취되었다. 여행 갔을 때 특유의 ‘여기엔 나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라는 자유로움이랄까.

▲ 이태원 가구거리 입구. 세계음식거리, 패션거리, 가구거리 입구에는 각 구역을 상징하는 물체로 구조물이 서 있다.

▲ 가구거리에 있던 한 엔틱 가게
기본적으로 여행을 갔을 때 신나는 이유는 뇌의 단순함에 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당면한 어려움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을 가곤 한다. 그리고 여행을 가서 좋은 구경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면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뇌의 특성상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계속 나를 괴롭히는 문제점에만 집중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여행을 가면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 눈앞에 닥친 일들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여행이 끝난 후, 그토록 고민하던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잠시 시간을 가진 뒤에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 이태원 거리 간략 지도
마찬가지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과정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물론 여기에는 호르몬의 작용도 존재한다. 음식 속에 함유된 성분이 기쁨의 호르몬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하기도 하고, 사람과 만나 수다를 떨면 관계의 호르몬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마음을 보살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뇌의 단순함’이다.
글, 사진.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