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머리 새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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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두뇌 상식

브레인 10호
2010년 12월 20일 (월)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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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각각 고유의 지능을 가지고 그들이 처한 환경과 생활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들을 위해 고안한 검사로 동물들의 지능을 측정하고, 그 결과만으로 동물을 사람의 두뇌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수준으로 낙인찍어왔다. 만약 동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기준으로 지능 검사를 받는다면 그 결과는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일 것이다.

머리 나쁜 사람을 빗댈 때 자주 등장하는 새들의 지능 또한 그들의 생존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왔다. 낮은 지능을 가진 이를 비아냥거리며 속되게 표현할 때 ‘새대가리’라고들 하는데 정작 새들도 알고 보면 새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대단히 지적인 존재다. 완전한 새가 되기 위해 작은 머리 요리조리 쓰는 지성파 새들, 그들의 똑똑한 세상을 만나보자.


날아라 새들아 ~ ‘새대가리’를 넘어, 새 뇌를 향해! ●●

캘리포니아 대학의 동물행동학자 피터 말러Peter Marler는 조류와 유인원 간에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밝혔다. 새들은 작은 뇌에도 불구하고 유인원 정도의 의식 수준에 견줄 만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새의 뇌는 포유류에서 발달된 신피질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지능이 신피질과는 다른 구피질의 조직적인 성장으로 생겨났다.

이런 근거로 조류 뇌 전문가들은 원시적으로 표현했던 새의 뇌 각 부분을 인간의 대뇌피질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로 발표했다. 이렇게 뇌를 쓰는 새들의 지능은 기억력이나 물체의 영속성, 도구를 이용하는 재기발랄한 모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아메리카 잣까마귀는 늦여름에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흰나무껍질소나무 씨앗 3만 5000개를 파묻고, 봄이 오면 씨앗이 묻힌 장소를 대부분 찾아낸다고 한다. 또한 꿀잡이새는 100제곱마일 내의 모든 벌집을 다 기억해낸다고 한다. 먹이를 파묻어서 저장하는 새들은 상당한 수준의 기억력뿐만 아니라 물체의 영속성, 즉 어떤 물체가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채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한 실험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에게 한쪽 막 뒤에는 익숙한 물체가 놓여 있고 또 다른 막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 두 개의 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3분 정도가 지나 병아리를 다시 두 개의 막 앞에 데려다놓았을 때, 병아리는 물체가 놓여 있는 막으로 찾아갔다. 이것은 어미와 같은 특정 존재에 붙어 다님으로써 길을 잃지 않고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는 병아리의 생존의 방법이다. 한편 사람의 아기는 병아리보다 한참 늦은 여덟 달 정도가 되어야 걸음마를 시작하고 영속성이 나타난다. 그전까지 아기에게 물체의 영속성은 별로 이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시당하는 서러움을 무시할 수 있는 새의 세계 ●●

새 중에서도 사람에게 가장 무시당하는 새는 갈루스 갈루스Galus galus라는 학명의 ‘집닭’이다. 졸고 있을 때는 거의 무뇌 취급까지 받는 닭, 하지만 이들은 25~30종류나 되는 자신들만의 신호를 가지고 있다. 또한 닭은 누군가를 속이는 소위 ‘잔머리’라는 것도 쓸 줄 안다. 수컷은 보통 먹이로 암컷의 환심을 사고 짝짓기를 한다. 자기 혼자 먹어버릴 수 있는 작은 먹이를 암컷에게 주고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그러나 수컷이 항상 정직한 방법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먹이가 없는데도 먹이가 있다는 신호를 암컷에게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남용하면 사기꾼으로 몰려 암컷들이 피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수컷은 이 속임수를 적절한 타이밍에만 사용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한때는 평화의 상징으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으나 어느 순간 ‘도심의 청소부’로 사람들의 홀대를 받고 있는 비둘기. 하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각도로 회전하는 물체들을 인식하는 데 있어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진은 비둘기들이 이런 능력으로 자신들의 비행에 사람의 운송 경로 지식을 이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찻길의 교차점에서 경계 표지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기억해내는 재치 만점의 이 새들은, 낯선 지역에서는 태양 나침반 등의 정교한 방법을 이용해 비행을 한다고 한다. 또한 많은 새들은 중력을 이용하여 먹이를 구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이집트 독수리들은 타조 알에 돌을 떨어뜨려 내용물을 먹는다. 갈매기도 이와 비슷한 요령으로 조개를 깨뜨리고, 까마귀 또한 같은 방법으로 딱딱한 견과류를 깨드려 먹는다.

조류의 뇌 구조는 인간의 뇌와 유사할 정도로 복잡하며 기초 신경중추가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새들의 가치가 지능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는 없다. 그들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고 즐거움을 만끽하며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새의 노래는 새의 힘

조류 중 참새목(目)의 하나인 제브라 핀치가 노래를 배울 때, 언어 유전자인 FOXP2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신경생물학자 콘스탄스 샤르프 Constance Scharff 박사팀은 이 사실을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한편, FOXP2 유전자가 사람의 뇌와 새의 뇌의 같은 부위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성을 제대로 못하는 ‘언어협동 운동 장애’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서 이 유전자의 이상이 나타난 후 FOXP2는 ‘언어 유전자’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는 이 유전자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알에서 나온 새는 25일가량 지나면 어른 수컷 새를 따라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FOXP2 유전자는 새 뇌 부위 중 운동신경의 협동작용에 관여하는 기저핵에서 많이 발현된다.

새들에게서 FOXP2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자 새들은 노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언어협동 운동 장애가 있는 사람이 문법에 맞는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앞으로 사람의 발성 과정을 이해하고 장애를 극복하는 데 새의 노래가 일조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글·박영선
pysun@brainmedia.co.kr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 도움 받은 책·《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조너선 밸컴 저, 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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