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원장 이승복)은 뇌신경과학연구부 라종철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조현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NMDA 수용체 기능저하가 인지 증상 중 하나인 단기기억 감소를 일으키는 시냅스 기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 유진선 (공동 제1저자, KBRI 뇌신경과학연구부 · DGIST 뇌과학과), 최인선 (공동 제1저자, KBRI 뇌신경과학연구부), 라종철 (교신저자, KBRI 뇌신경과학연구부) [사진=한국뇌연구원]
연구팀은 뇌의 시상과 전두엽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선택적인 약화를 발견했으며, 화학유전학적으로 해당 회로의 활성을 강화하자 손상된 단기기억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해,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새로운 치료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존 조현병 환자 뇌영상 연구에서는 시상과 전두엽 간 연결 약화와 조현병의 핵심 증상인 단기기억 저하 간 상관관계가 보고되었다. 그러나 이 연결 약화가 실제 원인인지, 언제 어떻게 생기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청소년기 생쥐에게 2주간 반복적으로 NMDA 수용체 차단제인 케타민을 투여해 NMDA 수용체 기능을 저하시켜 기억력과 뇌 시냅스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단기기억을 평가하는 Y자 미로 과제에서 수행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됐으며, 약물 투여 종료 28일 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반면 성체 생쥐는 이러한 지속적인 기억 장애가 나타나지 않아, 청소년기가 NMDA 수용체 기능 저하에 특히 취약함을 확인했다.
뇌회로를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시상에서 전두엽으로 이어지는 시냅스 내 신경전달물질 분비효율이 선택적으로 감소했다. 다만, 대뇌피질 내부 피질-피질 시냅스에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NMDA 수용체 기능저하가 시상-전두엽 회로를 선택적으로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살아 있는 생쥐의 전두엽 신경세포 활동을 기록한 결과, 시상-전두엽 시냅스가 약화된 생쥐에서는 전두엽 신경세포가 방향 정보를 구분해 처리하는 능력, 즉 '방향 선택적 부호화' 능력이 저하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시냅스 수준의 변화가 실제 신경회로의 정보처리 기능 저하로 이어짐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한 연구팀이 화학유전학 기법으로 시상-전두엽 시냅스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강화하자, 저하되어 있던 전두엽 신경세포의 방향 선택적 부호화 능력과 단기기억 수행능력이 모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즉, 시상-전두엽 시냅스의 약화가 단기기억 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증명하는 결과로, 이 회로가 조현병 등에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 청소년기 NMDA 수용체 기능저하에 의한 시상-전두엽 시냅스 약화 및 화학유전학적 회복 모식도 [그림=한국뇌연구원]
교신저자인 라종철 박사는 "그동안 조현병 환자의 뇌영상 연구에서는 시상-전두엽 연결 약화와 단기기억 저하 사이의 상관관계만 보고되었을 뿐, 이것이 실제 원인인지, 또 언제 어떻게 생겨나는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청소년기 NMDA 수용체 기능저하가 시냅스 분비효율을 떨어뜨려 이 회로를 약화시키고, 이 회로를 인위적으로 강화하면 기억력도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동물모델에서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한국뇌연구원 기본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으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연구진과의 협력으로 수행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