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악순환 끊을 핵심 스위치 발견

알츠하이머 악순환 끊을 핵심 스위치 발견

IBS, 알츠하이머병의 연쇄 병리를 촉발하는 핵심 조절 인자 ‘ERBB4’ 규명

알츠하이머병의 악순환을 가속하는 핵심 인자가 밝혀졌다. 단 하나의 표적을 조절해 다양한 병리 현상을 한꺼번에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이 열렸다. 
 

▲ IBS 혈관 연구단 이세영 선임연구원(왼쪽)과 정원석 부연구단장(오른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정원석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에서 신경회로와 시냅스 균형을 무너뜨리고 질병의 진행을 연쇄적으로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인자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8월 27일(목) 게재됐다.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조각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뇌에 침착물(플라크)을 형성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 단일핵 RNA 시퀀싱을 통한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의 발견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러나 질병이 진행되면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 시냅스 소실, 교세포의 염증 반응 등 다양한 비정상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기존의 아밀로이드 제거 치료제는 이미 시작된 다중 병리가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며 질병을 악화시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질병 초기부터 나타나는 신경회로와 시냅스의 불균형 현상에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해마를 분석한 결과, 뇌 회로를 자극하는 흥분성 신경세포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반면 이를 억제하는 신경세포의 활성은 크게 떨어졌다.

또한, 뇌 항상성을 유지를 돕는 별아교세포와 뇌 면역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 등 비(非)신경세포들이 흥분성 시냅스는 과도하게 제거하고 억제성 시냅스는 적게 제거하면서 신경회로의 불균형을 부추기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시냅스 소실 불균형의 근본적 원인이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활성 상태에 있음을 밝혀냈다. 

이러한 분자 수준의 원인을 추적한 끝에, 연구진은 세포 성장과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수용체 단백질인 ‘ERBB4’가 정상 뇌와 달리 알츠하이머 생쥐의 특정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에서 현저히 증가해 있음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 세포를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로 명명하고, ERBB4를 회로 이상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로 특정했다. 

이어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알츠하이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를 선택적으로 제거하자, 과도했던 흥분성 신경세포 활성은 낮아지고 억제성 신경세포 활성이 회복됐다. 비정상적인 시냅스 제거와 염증 반응 역시 완화됐으며,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 면적과 수량이 50% 이상 감소하면서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 반대로 정상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 ERBB4를 발현시키자 아밀로이드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병리 변화가 나타났다. 
 

▲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연결하는 공통 조절 인자로서의 흥분성 신경세포 ERBB4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아가 연구진은 ERBB4가 증가하면 세포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단백질인 ‘mTOR’ 신호전달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병리가 주변으로 확산한다는 기전도 입증했다. 실제 알츠하이머병 환자 446명의 뇌 조직 분석에서도 흥분성 신경세포 내 ERBB4 발현이 유의미하게 증가해 있었으며, 발현량이 클수록 아밀로이드 축적이 심하고 인지기능 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ERBB4가 여러 병리의 연쇄 진행을 촉진하는 핵심 조절 인자임이 입증됐다. 

정원석 IBS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증폭 과정을 다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라며, “질병 악순환의 핵심 고리를 표적해 복잡하고 다양한 병리를 동시에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척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실장은 “난치성 질환 극복의 열쇠는 생명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에서 나온다”며, “기초과학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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