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총장 유홍림) 연구팀은 인간이 다양한 냄새를 구별하는 후각수용체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최희정 교수 연구팀은 포유류 후각수용체 ‘Olfr412’의 활성 상태 구조를 고해상도로 분석해 냄새 분자 인식 과정과 활성화 기전을 밝혀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냄새를 맡으며 살아간다. 향기로운 꽃 향기나 달콤한 딸기 향 뿐 아니라, 땀 냄새와 같은 불쾌한 냄새 등 서로 다른 냄새를 구분하며, 때로는 불에 그을린 탄내를 감지해 위험을 피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는 것은 코의 후각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라는 세포막 단백질이다. 인간에는 약 400여 종, 생쥐에는 약 1,100여 종의 후각수용체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백만 가지의 냄새를 구분한다.
하나의 후각수용체는 여러 냄새 분자를 서로 다른 정도로 인식하고, 반대로 하나의 냄새 분자 역시 여러 후각수용체를 다양한 강도로 활성화시킨다. 이러한 ‘조합식 인식 방법’ 덕분에 우리는 후각수용체 숫자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후각수용체의 이러한 기능이 실제로 어떠한 분자 구조와 작용 원리로 가능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알파폴드)이 등장했지만, 냄새 분자가 결합한 후각수용체의 구조는 여전히 예측하기 매우 어렵고, 실험적으로 밝혀진 구조 또한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인간과 생쥐에서 모두 보존적으로 존재하는 Olfr412라는 후각수용체에 주목했다.
이 수용체는 딸기 향의 소수성 냄새 분자 ‘메틸-트랜스-시나메이트(MTC)’와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이것과 화학 구조가 다른 수십가지의 냄새 분자들과도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나의 후각수용체가 이렇게 다양한 냄새분자를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딸기 향 냄새분자 MTC가 결합한 생쥐 Olfr412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구조 분석을 통해 냄새 분자 결합 위치와 인식에 중요한 아미노산 잔기들을 확인하였으며, 이들 잔기가 주로 소수성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MTC와 같은 소수성 냄새 분자를 선호함을 밝혔다. 또한 이러한 잔기들은 다른 후각수용체에는 낮은 서열 보존도를 나타냄으로써 후각수용체들이 서로 다른 냄새 분자를 인식하는 분자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더 나아가 구조 기반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후각수용체 Olfr412의 활성화 기전을 제시하였다. 즉, 냄새 분자의 결합은 후각수용체 막횡단도메인 내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후각수용체의 활성상태 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이어 세포 내 G 단백질 결합을 통해 하위신호 전달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친수성 냄새 분자 결합 후각수용체와는 구별되는 고유한 활성화 메커니즘을 밝혀내었는데, 이는 이들이 진화적으로 서로 다른 냄새 분자 인식 전략을 채택하였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구조 정보가 거의 없었던 포유류 후각수용체의 냄새 분자 인식과 활성화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Olfr412 구조를 바탕으로 인간과 생쥐의 후각수용체 서열을 비교 분석한 결과, 생쥐의 후각수용체가 인간의 것보다 훨씬 민감하게 딸기향 냄새분자 MTC에 반응하는 이유도 밝혀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향료 산업에서 새로운 향기 분자를 설계하거나, 전자코(electronic nose)와 같은 후각 기반 감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연구재단 중견연구자 및 기초연구실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에 3월 27일 자로 게재되었다.
글ㅣ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