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은 뇌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과연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이 본능을 눈에 보이는 물리학의 수식처럼 이해하여 활용이 가능할까?
서울대학교의 최형진 교수 (뇌인지과학과/의과학과) 팀과 성균관대학교의 김형구 교수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간의 본능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배고픔과 식욕 등 다양한 욕구를 조절해가며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뇌 안에 신경 신호를 동물이 행동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신경 신호들이 어떤 본능적인 심리 상태를 만드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뇌 시상하부 신경 신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최초로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 전통적인 항상성 이론과 최신 뇌과학 발견들을 융합한 최신 이론 (서울대 제공)
최형진 교수팀은 “섭식 행동 중 나오는 뇌의 신호를 연구하다 역설적인 연구 결과들을 관찰했다”라고 말했다.
시상하부 최남단에 위치한 Agouti-related peptide (AgRP) 신경을 활성화시켰을 때 섭식 행동이 유발됐지만, 이 신경들은 음식 제공 신호가 주어졌을 때 신경 활성이 감소했다.
반대로 가측 시상하부의 렙틴 수용체 (LH LepR) 신경은 활성화시켰을 때 마찬가지로 섭식 행동을 유발했지만, 음식 제공 신호가 주어졌을 때 신경 활성이 증가했다.
최형진 교수팀은 “두 신경의 섭식 행동에 대한 역설적인 역할을 합목적적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통적인 항상성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최신 뇌 과학 연구결과들과 융합한 새로운 이론의 필요를 느꼈다”라고 전했다.
최형진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항상성 이론을 도출했지만, 이것을 신경 활성으로 변환하기 위해선 인공지능 모델링이 필요했다.
이에 인공지능과의 융합 연구의 필요성을 느낀 최형진 교수팀은 컴퓨터 모델링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인공지능과 계산신경과학을 결합한 융합 연구의 전문가인 김형구 교수팀에게 협력 연구를 제안했다.
성균관대학교 김형구 교수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도파민 등의 뇌 활동을 측정하고, 이를 인공지능 이론을 이용한 계산론적 분석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최형진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접했을 때 김형구 교수팀은 “우리 연구실의 인공지능 기반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하면 두 신경군의 모순을 구분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형구 교수팀은 이전에 도파민의 역할을 구분하기 위해 본인이 개발한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하여 신경 활성을 구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저널인 Cell에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활용하여 최형진 교수팀의 새로운 항상성 이론을 수식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 배고픔에 대한 수식과 식욕에 대한 수식을 실제 신경 활성과 비슷하게 구현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신경 활성 데이터와 이론에 기반한 본능을 구현한 신경 활성 데이터가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할 수 있었다.
▲ 인공지능을 활용한 모델링 과정 (서울대 제공)
결과적으로 협력 연구팀은 새로운 항상성 이론과 인공지능을 결합 후 시상하부 신경이 잘 반응할 수 있는 절묘한 실험들을 활용하여 시상하부의 AgRP 신경이 배고픔이라는 본능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LH LepR 신경은 식욕이라는 본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나아가 시상하부 섭식 행동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이라는 볼모지를 개척한 첫 성과이며 이전까지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뇌에서 신경들의 역할을 수학적으로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번역한 셈이다.
본 연구는 뇌가 어떻게 섭식 행동을 만드는데 필요한 필요와 동기를 왜 만드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넓혀주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간의 본능마저도 수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뇌가 어떻게 섭식행동을 유발하는지 연구 중인 김규식 박사과정생은 “최근에 인공지능으로 노벨상이 나온 만큼, 이제는 추상적인 개념들도 인공지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