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는 약학대학 신주영 교수 연구팀(공동1저자 최아형 박사, 이혜성 연구교수)이 국내 산모-신생아 연계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산모 및 신생아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과 어린이의 신경발달장애 발생 간의 관련성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5월 25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항생제는 산모 및 어린이의 감염 관련 치료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의약품이지만,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장-뇌 축(Gut-Brain-Axis)” 즉, 뇌가 관장하는 중추신경계와 장이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로 그동안 장내 미생물이 발달하는 태아 또는 신생아 시기 동안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됐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산모나 신생아에게 항생제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데다 산모나 신생아에게 항생제를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연구와 근거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항생제와 신경발달장애 발생의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연구를 진행한 결과 산모가 임신 중 항생제를 사용하더라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뇌전증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만, 생후 6개월 이내 신생아의 항생제 사용 역시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았으나, 뇌전증 발생 위험의 경우 약간 증가시킬 수 있음을 함께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2년간, 출생한 어린이 약 400만 명을 연구하였으며, 임신 중 또는 생후 6개월 동안 항생제 사용 여부에 따라 산모 및 신생아의 성향점수 매칭 및 형제자매 코호트를 구축하였다.
성향점수 매칭 코호트는 다양한 교란요인들을 고려하기 위해 구축하였으며, 형제자매 코호트는 유전/환경적 요인들을 고려하기 위해 구축하였다.
성향점수 매칭 코호트 내에서는 산모 및 신생아의 항생제 사용이 신경발달장애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전/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알려진 신경발달장애의 특징을 고려해 시행한 형제자매 코호트 연구 결과, 임신 중 산모의 항생제 사용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뇌전증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6개월 신생아의 항생제 사용 역시 마찬가지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뇌전증의 경우 1.13배 증가시킨다는 관련성을 확인하였다.
특히, 생후 더 일찍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와 더 긴 기간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에서 그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신주영 교수는 “의약품 처방 및 사용에 있어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임신부와 신생아 인구집단을 위한 안전성 근거를 생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감염이라는 질환 자체도 산모 및 태아의 건강결과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임상지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팀은 “생후 6개월 신생아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뇌전증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점은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항생제 사용 여부에 따른 뇌전증 발생의 절대적 위험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조건적으로 항생제 처방을 지양하기 보다는 반드시 항생제의 치료적 위험-편익을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며, “항생제 장기 복용과 생후 초반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린이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산모-신생아 연계 건강보험청구자료를 활용하였으며, 산모와 신생아에서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신경발달장애(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뇌전증)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산모와 신생아 코호트를 각각 구축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