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되새기는 ‘반추(反芻)’경향을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울증 환자의 우울 정도도 예측할 수 있어 임상적인 활용까지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우충완 부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뇌의 활동 패턴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측정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활용해 반추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뇌 연결 지도를 제작했다.
반추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매몰되어 그것을 계속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반추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생각이 과도하게 반복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반추는 우울증의 주요 위험 요소로 주목받아 왔다.
뇌의 여러 영역 중에서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영역이 반추와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는 사람이 휴식 상태에서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영역이다. 자아성찰, 자전적 기억,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 창의성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중에서도 어느 영역이 연관되어 기능하는지, 그리고 그 영역과 다른 뇌 영역의 어떠한 관계성이 개인의 반추 경향을 나타내는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시간에 따른 뇌 영역 간의 상호작용을 수치화한 동적 연결성(Dynamic connectivity)을 분석해 시간적 지속성이 두드러지는 반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의 휴식 상태 중 뇌를 스캔하여 디폴트 모드 네트워트 20개 영역의 활동 패턴을 측정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각 영역 간 동적 연결성의 유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반추와 관련성이 있다고 알려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내에서도 배내측 전전두피질(Dorsomedial prefrontal cortex)과 연결된 영역의 동적 연결성만이 반추를 예측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반추를 예측할 수 있는 뇌 연결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국내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뇌 연결 지도를 이용해 참가자 개인의 반추 경향을 예측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다양한 인종 및 언어의 해외 실험 참가자들에 대한 실험에서도 반추 경향 예측에 성공했다. 이로써 반추를 예측하는 뇌 연결 지도가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의 반추 정도를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뇌 연결 지도를 우울증 환자에도 적용했는데, 반추 경향의 예측은 물론 우울증 환자의 우울 정도도 예측이 가능했다. 이것은 뇌 연결 지도를 구성하는 뇌 영역 사이의 연결성이 우울증 환자의 우울 정도와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 반추를 예측하는 모델. 원 안의 선은 반추 경향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배내측 전전두엽피질과 다른 뇌의 영역 간의 연결성을 나타낸다 (IBS 제공)
우충완 IBS 부단장은 “이번 연구로 배내측 전전두피질과 다른 뇌 영역 사이의 연결성을 분석하여 개인이 평소 얼마만큼 반추하는지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라며, “해당 뇌 영역 간 연결성은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우울증 환자의 우울 정도와도 관련 있음을 밝혀내 우울증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증상의 진단 및 치료 등 임상적 활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의 토어 웨이거(Tor Wager)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5일 온라인 게재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