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의 뇌 속에 칩을 심어 스마트폰 앱 조작을 통해 뇌 안에 약물을 정밀하게 투여해 행동을 제어하고, 뇌신호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고려대 의대 의과학과 조일주 교수, 신효근·윤유상 박사 공동 연구팀은 뇌 속에 실험 약물을 주입하고, 뇌 신호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무선 브레인칩' 기술을 개발, 생쥐 실험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 (좌측부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과 조일주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신효근 박사후연구원과 윤유상 박사후연구원(現 SK하이닉스) (이미지 출처=고려대의대)
기존 연구는 뇌질환 치료제의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확인할 때 외부 펌프를 이용해 약물을 주입한 후 뇌신호나 행동의 변화를 관찰할 수밖에 없어 약물을 정밀하게 조절하거나 실시간으로 행동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정밀한 투여량 조절이 가능한 초소형 펌프를 개발하고 미소 유체 채널이 형성된 0.1mm 크기의 브레인칩에 연결했다.
▲ 약물 전달와 뇌신호 측정이 동시에 가능한 무선 다목적 브레인칩과 이를 장착한 생쥐 사진 (이미지 출처=고려대의대)
브레인칩은 직경 0.1㎜ 크기로, 약물 투여량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초소형 펌프가 함께 달려있다. 또 이 브레인칩에는 약물 투여 후 생쥐의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도 집적됐다.
▲ 무선 다목적 브레인칩 개략도 및 각각의 기능 (이미지 출처=고려대의대)
연구팀은 이 칩을 생쥐의 뇌에 이식해 스마트폰 앱으로 약물 투여를 조절하고, 무선으로 연결된 노트북에서 실시간으로 뇌 신호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 시스템이 장착된 생쥐에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약물 투여 및 무선 뇌신호 모니터링 (이미지 출처=고려대의대)
칩이 4.6g에 불과한 초경량인데다 블루투스 무선통신을 적용함으로써 시스템 간 행동 제약이나 신호 간섭 없이 여러 마리 생쥐에 대한 동시 약물 투여 및 뇌 신호 읽기가 가능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공복 상태의 두 마리 생쥐에게 시스템을 장착하고 먹이 경쟁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을 뇌 안에 투입하기 전에는 생쥐들 모두 격렬하게 먹이 쟁탈전을 벌인 반면, 한 마리 생쥐에 식욕 억제 약물을 투입한 이후에는 먹이 쟁탈전 없이 투입하지 않은 생쥐가 먹이를 독차지했다.
또한 더 이상 경쟁없이 먹이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생쥐에서 사회성과 연관된 뇌 영역의 활동이 점차 약해짐을 관찰했다. 즉, 경쟁자가 주위에 있어도 경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조일주 교수는 "이번 브레인칩은 자유롭게 행동하는 동물에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이에 따른 뇌 신호 측정이 가능해져 뇌 질환 치료제의 효과를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면서 "향후 뇌 질환 메커니즘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공동 제1저자인 신효근 박사, 윤유상 박사, 교신 저자 조일주 교수가 주도했으며,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 연구단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뇌기능규명·조절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IF=17.69)' 9월 21일자 온라인 판에 'Neural probe system for behavioral neuropharmacology by bi-directional wireless drug delivery and electrophysiology in socially interacting mic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글. 이지은 기자 smile20222@gmail.com | 사진 및 자료출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