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 알아차림이 사라진다면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의식적 알아차림이 사라진다면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뇌과학 리뷰

브레인 89호
2021년 12월 28일 (화)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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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의식의 근간을 이루는 신경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 

인간 의식의 생물학적 기초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현재 신경과학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이다.

수술 시 마취에 의해 의식이 소실됐다가 마취에서 깨면 의식이 돌아온다. 그리고 일상적으로는 매일 밤 잠에 들면 의식이 소실됐다가 아침에 잠이 깨면 의식하는 상태가 된다.

의식과 관련해서는 이 두 가지 현상, 마취약 또는 생리적 수면에 의해 조절되는 의식의 소실과 복귀가 실험 연구에서 모델 시스템으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 결과들은 다음의 몇 가지 요인들에 의해 결과 해석에서 의식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혼란스러웠다.

예를 들어, 마취약에 의한 의식 연구에서 약물 자체가 가지는 효과에 의해 결과 해석에 혼란이 생길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에서 의식만이 아니라 여러 다른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상태의 뇌 활성 수준을 비교함에 따라 혼란이 있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핀란드 투르쿠 대학병원 PET센터Turku University Hospital PET Centre의 하뤼 스크헤이닌Harry Scheinin 박사 연구팀이 올해 2월 《뉴로사이언스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한 연구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팀은 이전의 많은 교란 요인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한 연구들을 제시했고, 처음으로 인간 의식의 근간을 이루는 신경 메커니즘과 동일한 연구 대상에서 마취 중 또는 정상 수면 중에 행동 반응성으로부터 의식의 단절을 밝혔다. 

마취 또는 수면 중 무반응 상태가 무의식을 뜻하지는 않는다

<인간 의식의 기반:중간지대를 영상화하다>라는 제목의 스크헤이닌 박사팀의 논문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의식적 알아차림이 사라진다면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흥미로운 문구로 시작한다. 

연구팀은 건강한 남성 그룹을 대상으로 한 두 종류의 실험을 통해 의식을 조작하고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으로 뇌 활동을 측정했다.

<실험 1>은 39명의 참가자에 대해 ‘두 종류의 마취제 사용 시 깨어남, 고조escalating, 일정한 상태’ 동안 이뤄졌다. <실험 2>는 37명의 참가자에 대해 ‘수면 부족 상태의 깨어남 및 비렘수면’ 동안 이뤄졌다.

<실험 1>에서 참가자는 무작위로 마취제인 프로포폴propofol이나 덱스메데토미딘dexmedetomidine 중 하나로 마취가 이뤄져 무반응 상태를 유도했다.

두 실험 모두에서 무반응 상태로부터 반응 상태로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해 일부러 깨웠으며(강제 각성 적용), 깨어나자마자 참가자들이 경험한 무반응 상태에서의 주관적 경험에 대한 즉각적이고 상세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인터뷰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마취 또는 수면 중 자신의 경험을 보고했으며, 따라서 무반응 상태가 무의식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한 참가자들은 무반응 상태의 마취 상태 동안, 혹은 무반응 상태의 수면 단계 동안에는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을 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나타나 의식이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속적인 마취 노출 동안, 반응성 및 연결성 대 무반응 및 단절된 의식 상태를 비교하는 기능적 뇌 영상 촬영은 시상thalamus, 대상피질cingulate cortices, 각회angulate gyri의 활성이

인간 의식에 기본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 뇌 구조는 약물의 종류 및 농도, 의식 상태의 변화 방향과 무관했다. 이는 <실험 2>에서 의식이 생리적 수면에 의해 조절됐을 때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의식의 연결과 단절은 시상, 대상피질, 각회의 활성 여부로 구분한다

이 연구의 두 실험에서 사용한 마취 상태와 생리 수면 상태에 서는 참가자들이 외부에 반응하지 않는 ‘무반응’ 상태인데, 연구 결과 이때는 무의식 상태보다는 대부분 의식이 외부와 ‘단절된disconnected’ 상태임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의식의 연결상태와 단절 상태가 뇌의 중앙 구조(즉 시상, 대상피질, 각회)의 활성화에 의해 분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상태의 차이점이 피질 표면에서는 일관성 없이 아주 최소한으로 발견돼 의식이 연결 상태일 때 외부 피질의 기여도가 작음을 알 수 있다. 
 

▲ 의식의 연결 상태와 단절 상태 간 뇌 활성화 차이(Scheinin et al. 2021)

연구 결과를 그림으로 살펴보면, 그림의 왼편은 의식이 연결된 상태에서 단절된 상태로 이동할 때의 변화이다. 여기에서 파란색은 단절됨에 따른 활성의 가장 큰 억제를 나타내고, 빨간-노란 계열의 색은 가장 작은 억제를 나타낸다. 즉, 마취제나 수면에 의해 의식이 단절됨에 따라 시상, 대상피질(ACC, PCC), 각회의 활성이 억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의 오른편은 의식이 단절된 상태에서 연결된 상태로 이동할 때의 변화이다. 여기에서 빨간-노란 계열의 색은 의식이 연결됨에 따라 가장 큰 활성화를, 파란색은 가장 작은 활성화를 나타낸다. 즉, 대상피질, 각회, 시상의 활성이 의식이 연결됨에 따라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징 분석 결과, 의식 상태 변화에 따른 피질의 변화 정도는 일관적이지 않고 적음을 알 수 있다. 

모호했던 의식 상태에 의한 뇌 활성화 차이를 분명하게 밝혀낸 연구 매일 밤 잠이 들 때, 뇌 중앙 부분의 활성이 집중적으로 억제되면서 우리 의식은 단절 상태가 돼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게된다. 그러나 아침에 잠이 깨면 뇌의 중앙 부분이 활성화되면서 의식이 연결 상태가 되고, 외부의 자극에 다시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 의식에 중요한 중추적 뇌 네트워크와 관련해 기존의 발견들에서 방법론적인 문제 등으로 모호했던 의식 상태에 의한 뇌 활성화의 차이를 분명하게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인간 의식에 대한 연구에는 여전히 많은 질문들이 산재해 있고, 인간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탐구하고 밝혀야 할 부분이므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것을 기대한다. 

참고 문헌
Scheinin A. et al. “Foundations of Human Consciousness: Imaging the Twilight Zone”, The Journal of Neuroscience, 41(8), pp.1769~1778, 2021.02

글_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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